2023.01.06 15:27:55 / 이종현 bell@ddaily.co.kr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대한민국 개인정보보호가 총체적 부실의 늪에 빠졌다. 기업들은 자신의 고객정보 보호에 소홀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기관의 대응은 부실하다.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중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최근 해킹포럼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한국 기업·기관의 데이터가 유출되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2주 사이 직접 확인 및 제보받은 기업만 10여곳에 달한다. 확인된 유출 규모만 10만명 이상이다. 한국인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이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최근 한달 사이 유통되는 개인정보 규모는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개인정보의 유출은 통상 이를 관리하는 기업 또는 기관의 데이터베이스(DB) 따위가 유출되는 데서 시작한다. 유출 데이터를 입수한 이가 구매자를 찾아 판매하는데, 한 번 유통되면 그 정보는 계속해서 재유통된다.
단적인 예가 2021년 유출 사고를 겪은 여성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브랜디다. 브랜디는 해킹으로 개인정보 639만건이 유출됐다. 당시 유출됐던 정보는 2023년 현재까지도 재유통되는 중이다. 브랜디는 2022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3억8900만원의 과징금과 7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유출된 데이터는 통상 비트코인과 같음 암호화폐로 거래된다. ‘A 기업의 데이터 5비트코인’ 같은 방식이다. 중요도가 낮거나 이미 유출됐던 정보, 기업이 거래에 응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무상으로 유포하기도 한다. 작년 3월 있었던 삼성전자의 데이터가 무료로 공개된 케이스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피해 규모도 다양하다. 천여명 단위 유출부터 수만명대도 드물지 않다. 유포자의 주장에 따르면 수백만명,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출도 있는 상태다. 샘플 데이터로는 진짜 데이터로 추정되나, 진위여부는 유출 기업이나 수사기관의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확신하기 어렵다.
흔하게 유통되는 것 중 하나가 폐쇄회로(CC)TV 영상정보다. 여러 이유를 통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CCTV 중 비밀번호 설정이 안 돼 있는 것이 주요 타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시설 내·외부를 촬영하는 영상 수천개 이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만 그마저도 함께 유출되곤 한다.
12월 확인된 개인정보 유출 사례. 특정 기업의 DB로 추정되는 파일에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12월 26일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정황을 확인해 신고했으나 1월 3일 404 Not Found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해당 URL은 1월 6일 활성화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