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역채널에 인력이든 예산이든 많은 투자를 할 겁니다. KT가 HCN을 인수해서 정말 케이블TV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는구나, 이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케이블TV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IPTV로의 가입자 전환 가속 그리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미디어와의 경쟁에 놓이면서다. IPTV 회사의 케이블TV 인수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지난해 10월1일 KT 그룹사로 편입된 HCN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제2의 개국’을 선포하며 새출발을 알린 HCN는 위기 속에 기회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다시 첫걸음을 내딛었다. HCN은 이 숙제를 어떻게 풀고자 할까. 홍기섭 HCN 대표<사진>를 만나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KT의 일하는 방식 수혈…조직문화 개선에 힘써

“이제 직원들이 KT 가족이 됐으니까, 그걸 실감하게 해주고 싶었다. KT의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왔다.” 홍기섭 대표가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것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임직원들이 모여 문제 해결과 아이디어 발굴을 하는 KT의 ‘1등 워크숍’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처럼 경력관리와 자기계발 등 충분한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도 확실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근무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회사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직원들의 책상부터 노트북까지 모두 새로 교체했다. 특히 직원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던 것은 유연근무제 도입이다. 8시30분에 출근하던 것을 9시30분에도 출근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바꿨다. 단체 연차 제도와 복지포인트 확대 등 복지 문화도 개선했다. “이제 우리 회사 복지 제도는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홍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홍 대표의 진심은 실제 성과로 돌아왔다. 14년7개월 동안 하향세였던 HCN의 가입자가 지난 12월부터 순증으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HCN은 가입자 감소 등 오래 지속된 위기에도 사업을 건실하게 이끌어 온 경험과 저력을 보유했고, 이러한 저력은 직원들의 역량과 주인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 위임과 높은 자유도를 부여한 것도 그 때문이다.

◆ “케이블TV 본연의 가치 ‘지역성’에 집중하겠다”

다음으로 한 일은 지역채널 강화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지역채널 최초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획기적인 시도였다. 홍 대표는 “우리 지역의 가장 큰 행사인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부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용이 아닌 투자, 홍 대표는 그렇게 판단했다. “실제로 광역단체장이나 지역 교육감들이 ‘HCN을 다시 봤다’고 하더라”는 게 그의 전언.


“HCN에 오면서 제일 신경 쓴 게 지역채널 위상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제작 역량을 키워야겠다 싶었다.” 홍 대표는 대표 직속 ‘미디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올해 1월1일 부로 조직된 이 TF는 지역 밀착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며 8개 권역 지역채널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위해 후보들의 면면과 공약을 상세히 다루는 특별 취재반도 바로 여기서 꾸렸다.

홍 대표가 HCN에 오고 1호 업무지시 역시 기자를 더 충원하라는 것이었다고. 그는 “좋은 취재를 하고 또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라고 했고, 가능한 뭐든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기자나 PD뿐만 아니라 CG 제작 등 지원 업무 담당 직원들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분기별로 시상을 했다”며 “나한테 이런 상을 처음 받아봤다고 울었던 직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홍 대표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통신사에 편입됨으로써 업계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HCN은 오히려 KT 그룹에 합류함으로써 본연의 가치와 책무인 ‘지역성’ 구현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가입자와 지역채널 등 본질에 충실하면서 ‘KT그룹 다운’ HCN을 만들어 업계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홍 대표가 그리는 그림이다.

◆ “SO 규제 완화 필요…대가 산정 문제도 풀어야”

홍기섭 대표는 올해 8월 SO들을 대표하는 SO협의회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홍 대표는 “케이블TV가 어려운 경쟁상황에 놓여 있지만 로컬방송 사업자로서 여전히 유효하고, 특히 SO는 ‘지역성’ 이라는 전통적 역할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업자간 또는 정부와의 관계 강화 등 SO 협의회장으로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O협의회 회장으로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점은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다. 현재 정부는 SO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간 콘텐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 중이지만 프로그램사용료를 둘러싼 사업자들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홍 대표는 “지상파와 종편도 다 같이 논의의 장에 들어와야 한다”며 “유료방송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또 서로가 수평적 관계에서 상생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역할도 당부했다. 홍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SO에 대한 비대칭적인 규제 차별을 우려했다. 그는 “SO는 현재 생존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음에도 IPTV나 OTT에 비해 더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기존의 환경적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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