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자업계에서 반도체만큼 중요한 부품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MLCC는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등에 탑재된 반도체로 유입되는 전력을 정제하는 부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일정량의 전류를 공급하는 ‘댐’과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응용처로는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이 있다. 각각 800~1000개, 2000~3000개, 8000~1만5000개 MLCC가 투입된다. 이중 자동차용 MLCC의 경우 자체도 크고 비싼데다 전동화 추세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시장 부진으로 MLCC 판매가 주춤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태양광 확산 등을 통해 반등을 넘어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MLCC 분야는 무라타를 필두로 타이요유덴, TDK 등이 포진한 일본이 강세다. 다음으로는 삼성전기와 삼화콘덴서가 이끄는 한국이 자리한다. 삼성전기가 IT용에 이어 전장용 MLCC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선두 무라타는 추격하는 양상이다.

국내 MLCC 산업에 힘을 보탤 플레이어로 아바텍이 등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설립된 곳이다. 초기에는 박막 코팅 기술을 통해 모니터, TV 등 유리를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2010년대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식각 및 산화인듐주석막(ITO) 금속코팅을 주종으로 삼았다.

LCD 식각은 박막트랜지스터(TFT) 회로 패턴을 새길 때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이다. 화학 물질을 활용한다. 컬러필터와 TFT를 얇게 만드는 슬리밍 공정도 담당한다. 컬러필터를 덮는 유리 위에 얹히는 ITO층을 코팅하는 작업도 한다. ITO층은 화질 왜곡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쌓는다.

LCD 시장이 커지면서 아바텍도 사세를 키웠다. 주요 고객사 LG디스플레이는 2대 주주(지분 12.81%)로 참여하기도 했다. 참고로 최대 주주는 지분 18.45%를 보유한 위재곤 회장이다. 위 회장은 관계사인 아바코 최대주주(지분 17.88%)이기도 하다. 자녀인 위지명과 위극명은 각각 5.00% 및 3.91%를, 배우자 공금숙은 2.56%를 보유 중이다. 박명섭 사장은 1.69% 지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전방산업이 가라앉은 점. 지난 22일 만난 박 사장은 “내부적으로 회사 미래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다. 2017년부터 고민하다 2018년에 MLCC를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며 “당시 MLCC 공급난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3~4배 뛰었다. LG그룹에서도 생산 차질이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바텍은 2018년부터 3년간 MLCC 개발비에만 300억원을 투입했다. 2019년부터는 400억원 규모 시설투자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해 하반기 IT용 MLCC 샘플이 나왔고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첫 고객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 레퍼런스를 쌓아주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아바텍 MLCC를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가능성을 본 아바텍은 MLCC 사업에 속도를 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 솔라엣지테크놀로지스가 무라타 외 MLCC 조달처를 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공략에 나섰다. 솔라엣지는 태양광 인버터 세계 1위 업체로 매년 76억개 내외 MLCC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바텍은 솔라엣지가 쓰는 MLCC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20년 초부터 약 1년 동안 250회 이상 자체 샘플 평가를 진행하면서 솔라엣지가 원하는 품질을 확보했다. 박 사장은 “솔라엣지 인터버 등을 직접 구매해 분해한 뒤 안에 있는 MLCC에 대한 모든 항목을 분석했다. 내부적으로 확신이 생기자 솔라엣지 최고경영자(CEO)에 메일을 보냈다”며 “작년 말 샘플을 보냈고 7개월여 평가를 마치고 지난 7월 초 품질 이상 없다는 피드백이 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아바텍은 지난달 4일 솔라엣지와 35억원 규모 MLCC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달분으로 향후 추가 계약이 예정된 상태다. 우선 1라인에서 물량을 대응하고 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경북 구미 하이테크밸리국가산업단지 내 1만6434평 부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오는 2026년까지 15라인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바텍에 따르면 라인당 기대 매출은 350억~400억원 수준이다.
6~7개 라인은 솔라엣지, 나머지는 신규 고객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 확보되는 라인은 전장용 MLCC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외 고객사와 논의 중이다. MLCC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8.5%까지 확장할 전망이다.

MLCC 사업은 관계사 아바코와 협업하고 있다. 아바코는 MLCC 제조 시 필요한 적층기, 외관검사기 등을 공급 중이다. MLCC 투자 확대에 따라 양사 간 시너지가 예상된다.

아울러 기존 메인이던 디스플레이 부문도 강화한다. LCD 대신 OLED 식각에 나선다. 과거 OLED 공정에 식각이 중요하지 않았으나 경량화 및 박형화 트렌드로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아바텍은 올해 초 관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특수 코팅을 통해 내구성을 향상하는 공정도 준비 중이다.

박 사장은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 MLCC 수요도 급증하게 된다. 이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부채가 없다는 부분이 또 다른 강점이다. 자산 1500억원 수준이어서 MLCC 등 투자를 위해 1000억원 정도 차입하더라도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바텍의 지난 4년간 매출액은 ▲2018년 743억원 ▲2019년 754억원 ▲2020년 757억원 ▲2021년 807억원으로 소폭 증가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8년 56억원 ▲2019년 54억원 ▲2020년 37억원 ▲2021년 –24억원 순이다. MLCC 투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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