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공청회가 개최를 결정한 지 5개월 만에 열렸다. 당초 망무임승차방지법 법제화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이날 공청회는 기대와 달리, 망 이용료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에만 매달리며 정작 핵심 쟁점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 망무임승차방지법 총 7건 발의…입법 따른 영향 논의 필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0일 오전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현재 상정돼 있는 망무임승차방지법 7건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7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각각 발의했다.

법안들은 그 이름처럼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현재 넷플릭스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망 이용대가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이들 법안은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통신사업자(ISP)에 망 이용료를 내거나, 망 이용료 계약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런 법안들이 국내 CP의 해외 진출 부담을 가중시키고, 한미 FTA를 위배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이날 공청회는 입법에 따른 영향을 충분히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 ISP 측 “망은 유상…이용하면 대가 지불해야"

공청회는 ISP와 CP 측 대변인의 진술 뒤 과방위 의원들이 질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진술인으로는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ISP 측에 따르면 망 이용료는 말그대로, CP가 ISP의 망을 이용함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의미한다. 특히 일부 대형 CP가 과거와 달리 ISP의 망에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이에 따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핵심 쟁점은 망의 유상성이다. ISP는 망은 당연 유상이니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CP는 자신들이 유발하는 트래픽의 양과 상관없이 망은 지금까지 계속 무상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ISP 측 대변인으로 참석한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망이 무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망의 유·무상성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없지만, 결국 네트워크를 누군가 구축하고 관리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현행법은 민간기업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ISP가 (CP에) 통신망 사용을 허용했다 하더라도 망을 무상으로 이해할 순 없다”며 ISP의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두 개 사업자의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넓은 측면에서 정보통신망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망무임승차가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내 CP와 해외 CP의 99%가 망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 인터넷 트래픽의 34.3%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의 거래질서를 부정함으로써,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이대로 무임승차를 방치한다면 국가·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했다.

망 이용료 강제가 국내 CP들의 해외 진출에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국내 CP들 역시 해외에서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 법의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국내 기업이 추가적으로 내야할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CP 측 "무상급식과 같은 시선으로 봐야…정보 혁명 종식될 수도"

CP 측 대변인인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상급식을 예로 들며,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인터넷 생태계의 선순환을 깰 것이라고 우려했다. 망 이용료가 강제되는 경우 그는 정보 혁명이 종식될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망 이용료 논쟁은) 무상급식 논쟁과 비슷하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라며 “망 이용료가 강제되면 전세계 수십억명에 전달된 데이터에 대한 비용을 내가 물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올린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볼까 두려워해야 한다. 전업 유튜버들은 창의력을 발휘할 동기를 잃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CP 측 대변인인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망 중립성을 넘어 ‘망 공공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망 이용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타트업의 경우 서비스를 성공시켜도 매출은 한참 뒤에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서비스의 성공으로 트래픽이 폭증하면 통신비용이 증가해 스타트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과거 횡행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그래서, 협상력이 뛰어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통신비용은 스타트업에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통신망의 적정 이윤 원리에 입각해 공공성을 확립한다면 덜 내고 있는 사업자에게 더 내라고 하거나 기금을 통해 조정해나가고자 하는 정책적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승산 없는 공청회, 입장차만 재확인…한차례 더 열릴 가능성도

다만 이날 공청회는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 망 이용료와 관련된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별다른 승산 없이 마무리됐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접속과 전송을 분리할 수 있다고 보시냐. 또 다른 분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개념 차이가 있으니 해법이 다르게 나오는거 아니냐. 접속료와 전송료를 어떻게 구분짓냐”고 물었으며, 이에 대해 CP와 ISP 측 대변인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걸었다.

이어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업체가 계약한 것보다 트래픽을 덜 쓰는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을 돌려주냐”,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로 간에 이해가 다른 상황에서 주장을 이어가다 보니 개념 자체를 혼란시키고 있다. 접속료가 뭐냐”고 묻는 등 공청회는 이미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당연 당초 논의하기로 했던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적합성, 그리고 규제기관의 실태조사 권한 등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 등의 문제에 대해선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이뤄진 가운데, 이후 한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공청회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 간사로 선임되며 '완전체'로 진행됐으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공청회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며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오늘 공청회로 모든 것이 결론날 것 같지 않다"라며 "양당 간사 합의 하에 공청회를 한번 더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 국내외 대형 CP들이 망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극소수 CP는 망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망무임승차방지법은 공정하고 동등한 정보통신망 이용을 보장하고,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여 ISP와 CP 간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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