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발표…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
-디지털산업 고용촉진을 위한 노동규제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업계, 스타트업 성장방식 고려한 맞춤형 시스템 요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이나연 기자] 정부가 주52시간 유연화에 시동을 걸자, 스타트업계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성장방식을 고려한 맞춤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통해 궁극적으로 스타트업 노동 경직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 근무제 기본 틀을 유지하되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52시간제 연장근로시간은 노사 합의에 따라 주에서 월 단위로 바뀌게 된다.

이상전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사무관은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산업 고용촉진을 위한 노동규제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현재 근로시간 제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큰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실제 개선안이 시행되면, (스타트업계에서도) 노동 경직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관은 “주69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4개월 정도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며, 전문가 의견을 종합 수렴해 근로자 건강과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현장이 더 파격적, 근로시간 자율성 높아져야”=이에 스타트업계는 촘촘한 근로시간 규제보다는 산업 특성에 따른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제품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데스밸리라는 매출 없이 비용만 쓰는 구간을 지나야 한다. 이때 투입할 수 있는 건 인력과 시간이며, 돌발 변수가 많아 탄력적인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고용이나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라도 조절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자율 기반으로 제도를 운영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근로시간에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사업주가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우수 인재를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계, 특히 IT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처우 개선을 혜택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최 센터장은 “오히려 스타트업 현장 상황은 훨씬 파격적”이라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주 30시간대 근무하는 곳도 많아졌다. 원격근무 도입뿐 아니라 사무실 내에서도 카페‧미용실 등 업무와 휴식을 구분하기 어려운 복지 공간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 근로시간규정적용제외, 한국엔 도입할 수 없나?”=학계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려한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다. 한국 경제 패러다임이 굴뚝산업에서 디지털산업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스타트업 고용 창출과 혁신을 위해 기존 산업과 같은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기 혁신 기업의 경우 사무실과 재택근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대다수”라고 설명하며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건 형식적인 시간 입력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 교수는 미국이 도입한 ‘근로시간규정적용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사례를 통해 한국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연간 임금소득을 일정 금액 이상 받는 고숙련 근로자에겐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전 교수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계가 재량을 가지고 독립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지적·창조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연장근로 한도가 없다. 독일은 6개월 단위로 주 평균 48시간에 맞춰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일본은 노사합의 아래 월 45시간·연 360시간 이내에서 가능하다.

아울러, 전 교수는 “노동 규제와 관련된 기존 연구는 300인 이상 사업체에 대한 분석 위주”라며 현재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사전 연구가 거의 전무한 현실을 꼬집었다. 디지털 산업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기초가 되는 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개발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노동 유연성 쟁점 하나…스타트업, 어디까지 정의할 것인가=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어디까지로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쟁점이 남는다. 신산업에 노동규제 유연화를 적용한다는 논의가 이뤄질 경우, 대상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이 있듯 스타트업을 어디까지 정의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주52시간제 때문에 납품 기한을 못 맞추는 제조 관련 업체들이 스타트업뿐 아니라 제조업 노동시간부터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산업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사회적으로 심도 깊게 논의 후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동원 중소벤처기업부 일자리정책과장도 대상 설정 논의에 동감했다. 스타트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근무시간 조절을 통해 이들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다만, 추가 근로에 대해선 근로 감독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장은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 창업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술 창업 등으로 특례 대상을 고려할 수 있다. 재량 근료제, 특별 연장 근로제 등은 하위법령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국회에서도 입법을 통해 지원사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권명호 의원(국민의힘)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걸맞은 노동유연성을 도모해 스타트업계의 혁신적 도전에 안정적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철저한 입법과 시스템 정비로 뒷받침하겠다”며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야말로 대한민국 미래경쟁력”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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