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이 새로운 변환점을 맞고 있다. 가입자 천만을 돌파하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통신사 자회사와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이를 주도하면서 알뜰폰 본연의 질적 성장은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금융권의 진출까지 더해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실정이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 강화가 숙제로 떠오른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산업의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가야 할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리브엠’이 최근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했다. 국내 알뜰폰 후불 요금제 가입자 기준으로 점유율 5%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한 리브엠은 2019년 12월 국민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금융·통신의 융합을 기치로 내걸고 출시한 알뜰폰 브랜드다. 주거래 우대, 적금상품 금리 우대 등 금융거래와 연계한 통신비 할인 서비스를 차별화로 내세웠다.

이는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 초반 고전하던 리브엠은 지난해 6월 10만 가입자를 기록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20만, 그리고 지난 5월 30만을 넘어서며 알뜰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78%의 만족도를 기록하며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알뜰폰의 평균 만족도인 65%보다 13%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특히 LG유플러스망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전개 중인 리브엠은 KT, SK텔레콤과 통신망 신규 임대 제휴 계약을 체결하며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리브엠의 영업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리브엠이 30만의 가입자를 확보한데에는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와 과도한 경품 지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리브엠은 2019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망 이용대가 3만3000원인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년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했다. 가입자 1인당 월 1만1000원, 2년이면 26만원 이상 꼴로 적자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팔 수 있어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비슷한 통화·데이터량 기준 약 4만9000원에 서비스하고 있어 요금 자체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현재 통신사 자회사들의 경우도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팔지 못하게 돼 있지만, KB국민은행은 당초 규제 샌드박스 일환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해당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당초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새 정부 들어 금융당국에서도 금산분리완화 의지를 보이면서 은행권의 통신산업 진출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알뜰폰 업계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금산 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금산분리·전업주의 완화를 시사하자 금융사 소속 협회들은 규제 개선 과제 230여 건을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 4월 국회 간담회 자리에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은행도 통신, 유통,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B국민은행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은행권에선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알뜰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NH농협과신은행 등은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알뜰폰 업계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리브엠과 마찬가지로 원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해 출혈경쟁과 치킨경쟁을 조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금융기관의 알뜰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지급하면 중소기업은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은행권의 알뜰폰 운영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알뜰폰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금융권의 사업 진출은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메기’기 아니라 ‘포식자’로 변신해 업계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알뜰폰 사업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고객의 각종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금융상품 판매가 목적”이라며 “사업자 간 공정 경쟁에 대한 제도적 보완 없이 금융권이 무분별하게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시장 성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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