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각국에서 가상자산 규제 도입 논의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테라 사태에 이어 가상자산 대출업체 셀시우스 인출중단 사태 등 탈중앙화금융을 의미하는 디파이(De-Fi)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자 피해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가상자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지난해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요. 이제 시작이라는 업계 시각과는 달리 올해 미국이 금리인상 빅스텝을 시사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기조죠.

이런 현실에서 주식보다 더 큰 리스크가 있다고 평가받는 코인투자 자금이 빨리 회수되면서 투자손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청문회를 여는 등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입법 작업에 한창인 모습입니다. 규제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 어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모든 신산업은 성장하면서 규제라는 틀 안에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국가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에 신경 쓴다는 것은 그만큼 공식적으로 하나의 산업군으로 격상된다는 의미와도 같다고 보여집니다.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산업인 만큼, 규제라는 틀 안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권에 끌어오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주간 블록체인, 각국 가상자산 규제 속도가 빨라지는 배경과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상자산시장 또 다른 뇌관 '셀시우스' 사태

테라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전부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어도, 이번만큼 강하게 범정부차원에서 실질적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비단 테라 사태로만 이런 현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는 사건이 이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셀시우스 사태입니다. 셀시우스는 가상자산을 대출해주는 서비스였는데요. 이더리움(ETH)과 같은 코인을 예치하는 고객에게 최대 18.6% 이자를 지급해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은행 적금도 이자율이 높은 상품이 인기를 얻는 만큼, 셀시우스 역시 높은 이자율에 코인이 상당히 몰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셀시우스 대표 알렉스 마신스키가 예치자산이 250억달러라고 밝힌 것에서부터 알 수 있죠. 약 32조 675억원에 육박하는 돈입니다.

이랬던 셀시우스 역시 올해 코인시장 위축에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었는데요. 셀시우스는 최근 고객 코인 인출, 전송, 교환을 중지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뱅크런을 염두한 셀시우스가 이를 막기 위함이라는 추측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참고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받지만, 가상자산 디파이 서비스에서 뱅크런은 아무것도 담보해주지 못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셀시우스가 올해 고객들이 코인을 대량으로 회수하자, 더 많은 자금 회수를 막기 위해 고객 코인 교환을 중지시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5월, 셀시우스 예치자산 규모는 120억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그렇다면 고객들이 왜 이렇게 코인을 거둬들였을까요. 코인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당연한 전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코인 시장이 축소되는 과정으로 고객들이 코인을 회수한 것은 아닙니다. 내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기 때문에 회수 강도가 더 세진 것이죠.

실제 셀시우스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고객이 예치한 ETH 3만5000개를 스테이킹(예치)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셀시우스 측이 분실한 것이 알려지자, 고객들은 유동성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 상환 요구에 셀시우스는 최소 9500만달러를 대출받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셀시우스 유동성 문제로 '내가 셀시우스에 맡긴 코인을 돌려받지 못하고, 테라와 루나처럼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셀시우스가 갖고 있는 자산 중 상당수가 ETH였다는 점은 시장 불안을 특히 더 가중시켰습니다. ETH는 시가총액 2위에 빛나는 대표 알트코인이었기 때문이죠. 셀시우스는 ETH를 stETH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현재 셀시우스가 보유한 ETH 자산은 100만개 가량으로 비율을 따져보면 'stETH' 44%, 스테이킹된 자산이 29%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stETH를 알아야 이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살펴보겠습니다.

stETH는 '리도'라는 디파이업체에 투자자가 ETH를 맡기면, 받는 일종의 예치 증표입니다. 리도에서는 개인이 소액 EHT만 있어도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인데요. 대략 4%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하고 있죠. 현재 이더리움 프로젝트는 2.0으로 업그레이드 과정 중에 있는데요. 단적으로 작업증명방식(PoW)에서 지분증명방식(PoS)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때 PoS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ETH는 최소 32ETH. 리도는 이만큼의 ETH를 보유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소액 ETH를 모아 묶어서 검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원칙적으로 리도에 ETH를 맡기고 받는 1stETH는 1ETH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또 투자자는 리도에게 받은 stETH를 시장에서 매매하거나 다른 디파이 플랫폼에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리도에서 보증금 성격으로 준 stETH는 성격상 이더리움2.0 업데이트 후에 ETH와 1대1 비율로 교환되는 방식입니다. 물론 업데이트가 언제 완성될지는 무수히 많은 추측만이 존재합니다.

셀시우스는 바로 이 담보성격 stETH를 다시 담보삼아 약 70% 비율로 실제 ETH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였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TH를 맡겨서 받은 stETH를 다시 셀시우스에 맡기고 받은 ETH를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조금 더 이자 수익을 내기 위해 빌린 ETH를 다시 리도에 재예치하고 stETH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굴린 ETH로 지속해서 이자농사를 짓고 있었던 셈이죠.

이런 성질의 stETH를 담보삼고 다시 ETH를 대출받는 구조에서 근본적인 ETH 유동성 문제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죠. 하나만 어긋나도 한꺼번에 붕괴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었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리 해본다면, 셀시우스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코인을 예치하면 줘야하는 18%가 넘는 이자를 바로 상당부분 이 stETH를 리도나 앵커와 같은 디파이 서비에 예치하고 다시 이자를 받아 마련하는 구조였던 셈이죠.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만약 대규모 고객 인출 요구가 생기면 첫째로 셀시우스가 원래 지급가능한 ETH로 지불하고, 둘째로 회수 요구를 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셀시우스는 보유 stETH를 시장에 팔아 다시 ETH로 바꿔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우려가 있어 왔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고요? 셀시우스 상황을 더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불안감에 셀시우스에 ETH 인출 요구가 빗발쳤고, 지급가능한 준비된 ETH가 부족해지자, 셀시우스는 보유 stETH를 시장에 팔아치우기 시작했습니다. ETH 수요가 높아지면서 stETH와 1대1 페깅이 깨지기 시작했는데요. 결국 1 이더리움 대 0.95 stETH까지 페깅이 깨졌고, stETH 보유자가 5% 손실률을 보게 됩니다.

큰 의미에서 정리하자면 셀시우스가 그동안 자신들이 신념으로 내세웠던 간편하고 즉각적인 입출금과 담보대출 서비스를 결국 중단시켰고, 가상자산 시장 신뢰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을 줬습니다.

언제 어디서, 내가 가지고 있는 코인도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대부분 코인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네요. 불안감이 현실이 될 때, 더 큰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美·韓 ,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당연히 많은 자금이 모여 회전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각국이 내버려 둘 일은 없겠죠. 가상자산 시장이 망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물론 존재하지만, 반대급부로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어려움을 겪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강한 듯 합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가상자산 시장이 올해 말까지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이에 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네요.

이 가운데 미국은 가상자산 관련 청문회 '디지털 자산 규제의 미래'를 개최했는데요. 청문회에서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현물시장 규제 타당성에 대해 논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카르다노 공동설립자 찰스 호스킨스는 청문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산업에 투명성 제공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유연한 원칙에 기반한 규제가 이제 막 시작한 산업을 옥죄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 초기 발전과 함께 적응하며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네요.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겐슬러 위원장도 얼마 전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상품거래위원회(CFTC)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도 어떤지 살펴봐야겠죠? 큰 틀에서 정부도 최근 발표한 '새정부 겨제정책방향'에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규제 도입에 발맞춰 오는 10월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네요.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정책위원총회를 열어 가상자산을 감독하기 위한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 추진 논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를 통해 국내 거래소들의 투자자 보호 자율규약 마련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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