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장관급 인사가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후안무치’라는 비난이 나왔고, 정부는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시켰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노골적 메시지들이다.

이해가지 않는 일이다.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는 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은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합의제 독립기구의 장을 마음대로 파면할 수 없어서다.

물론 정부와 여당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서도 내심 공감할 것이다. 어느 정부든 전임 정부 인사와 일하는 것은 껄끄럽다. 국정철학과 정책기조가 맞는 사람과 손발을 맞추고 싶은 게 당연하다.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이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 그간의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은 적어도 다르게 봐야 한다. 그 어떤 장관급 인사보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는 방통위는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도 미치지 않는다. 방통위설치법은 ‘위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새 정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가 반영돼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 자체로 공정성과 중립성에 위배되는 말이며, 방통위설치법의 목적인 ‘기관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과 동떨어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위원장에 대한 일방적인 사직 요구는 자칫 직권 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철학과 기조가 다르다고 하기도 어렵다. 공영방송 재허가제 폐지 등 미디어에 대한 낡은 규제를 개선하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방통위의 최근 업무계획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해외 진출 등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성장을 꾀한다는 방향도 일맥상통한다.

만약 한 위원장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면 또 다른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얼마든지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면 위원장이 공정과 중립을 해쳤다는 중대한 과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위원장의 사퇴가 ‘관행’이라거나 ‘도리’라고 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최근의 사퇴 압박에 대해 “성실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를 시사했다. 법에 따라 정해진 임기를 지키고자 하는 것을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장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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