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권 1장으로 월 550만원?…OTT계 ‘봉이 김선달’ 등장

2022.06.09 08:00:49 / 강소현 ksh@ddaily.co.kr

관련기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의 설화를 모르는 이는 없다. 믿기지 않지만 이런 희대의 사기꾼은 21세기에도 존재한다. 판매하는 건 대동강 물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권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TT 구독권을 ‘일 단위’로 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곳에선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는 물론,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의 1일 구독권을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이트가 구독권 재판매에 앞서, OTT 업체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인터넷 강의를 구매한 뒤, 해당 강사의 허가없이 일 단위 시청권을 판매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현행법상 동의 없이 타인의 상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중개하는 서비스가 불완전한 상품임을 알고, 이를 부실하게 안내했을 경우 업체가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가 한 계정을 공유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의 목적이 재판매를 통한 수익이 아닌, 구독료를 소위 ‘n빵’할 파티원이라는 점에서 이 사이트와 차이점이 있다. 이에 OTT업체 역시 이런 공유 행위에 대해선 딱히 제재해오진 않았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경우, OTT의 재산권을 남용해 막대한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최대 4인이 계정 공유 가능한 프리미엄 구독권을 월 1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이런 넷플릭스 구독권을 일 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 600원씩 최대 4명이 이 구독권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프리미엄 구독권 단 한 장으로 이 사이트가 남기는 월 수익은 대략 5만5000원(600원*4명*30일-1만7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각 OTT 당 프리미엄 구독권을 월 100장씩만 판다고 해도 이 사이트는 제작비·중개수수료 등 어떠한 자본도 들이지 않고 2750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OTT업체들은 서비스 이용약관 상에서도 구독권 재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웨이브의 약관을 들여다보면 ‘서비스를 이용해 상품 등을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고 발생한 영업활동의 결과 및 손실, 관계기관에 의한 구속 등 법적 조치 등에 관해서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판매를 방치할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지는 만큼 OTT업계 역시 해당 사이트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최근 웨이브와 왓챠는 “법무팀에서 (법적 대응을) 고려 중”, 티빙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구독권 재판매가 장기적으로 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OTT업계는 이미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액수 대비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사업구조 탓이다. 가입자가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직후 폭발적으로 늘었다가도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가는 가운데, 재판매는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이 사이트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유통해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OTT업계의 콘텐츠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만큼 제재가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이 사업자는 사실상 소매 판매를 도매로 돌린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OTT가 약관에서 재판매에 대해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있지 않더라도 이는 시장 교란 행위로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 측은 구독권 재판매 행위에 대해 “법으로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이트를 방치할 경우 OTT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구독권을 구매할 수 있으니 이 사이트에 대해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용자 약관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5조2항 회사는 제1항의 사유로 웹서비스의 제공이 일시적으로 중단됨으로 인해 이용자 또는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하지 아니합니다.”

“제13조2항 회사는 이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노출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에 대해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약관대로라면 개인정보 유출과 웹서비스 중단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지게 되어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은 무효”라며 “사유에 따라서는 고객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역시, 개인정보 처리자인 회사가 개인 정보보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디지털데일리 뉴스를 만나보세요.
뉴스스탠드


  • IT언론의 새로운 대안-디지털데일리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영상
  • 포토뉴스
삼성전자, ‘더 프리스타일 헬리녹스’ 패키지… 삼성전자, ‘더 프리스타일 헬리녹스’ 패키지…
  • 삼성전자, ‘더 프리스타일 헬리녹스’ 패키지…
  • LG전자, “드론쇼로 ‘무드업’하세요”
  • [이주의 전자뉴스] 가전업계, ESG 경영 가…
  • LG, 잠실야구장에서 ‘부산엑스포’ 응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