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2009년 1월 3일: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둔 U.K. 재무장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첫 번째 블록(제네시스 블록)에 담긴 문구입니다. 1월 3일인 오늘은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날, 즉 비트코인 탄생일입니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네시스 블록에 담은 문구는 그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를 시사합니다. 해당 문구는 실제 더타임스의 기사 제목인데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구제금융을 언급한 기사였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새긴 기사의 원문./출처=더타임즈(The Times)

사토시는 경제 위기가 발발할 때마다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금융당국을 비판하고자 한 것입니다. 또 경제 위기를 일으킨 당국, 금융기관, 은행의 책임을 ‘구제금융’으로 면제하는 것도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금융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일반 근로자나 소상공인인데, 이를 초래한 소수의 사람들은 책임을 면제받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죠.

이런 사토시의 생각은 한 달 뒤 그가 발표한 비트코인 백서에서 잘 드러납니다. 비트코인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I’ve developed a new open source P2P e-cash system called Bitcoin. It’s completely decentralized, with no central server or trusted parties, because everything is based on crypto proof instead of trust.”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비트코인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오픈소스 P2P(개인 간 거래) 전자화폐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것은 중앙 서버 혹은 신뢰 기관이 없는 완전히 탈중앙화된 것이다. 특정 신뢰기관이 아닌 암호화된 작업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백서 서론에서 비트코인 창시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는 “전자상거래는 지불을 처리함에 있어 신뢰 가능한 제3자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이런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약점을 지닌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기관의 중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 수수료가 올라가고, 최소 거래금액에 제한을 둬 소액 거래를 막는 데다, 이중 지불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입니다.

이어 사토시는 “이런 문제는 신뢰보다는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전자지불 시스템을 이용해, 자발적인 두 거래자가 제3자 기관 없이도 직접적으로 거래하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이 분산화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P2P 거래 시스템이자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입니다. 해당 네트워크에서 쓰이는 화폐가 우리가 아는 가상자산 비트코인(BTC)입니다.

13년이 흘렀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돈을 찍어내는 방식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책임을 면제받고 있고요.

지난 2020년 5월, 비트코인의 세 번째 반감기(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가 일어나기 직전 62만 9999번째 블록을 생성한 건 채굴 풀 ‘F2풀(F2Pool)’이었습니다. F2풀은 62만 9999번째 블록에 뉴욕타임즈의 한 기사 제목을 메시지로 남겼는데요.

“2020년 4월 9일 뉴욕타임즈: ‘With $2.3 Trillion Injection, Fed’s Plan Far Exceeds Its 2008 Rescue(2조 3,000억 원을 투입하는 연준의 계획은 2008년 때의 구제안을 뛰어넘는다).”

F2풀이 지난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 직전 블록을 생성하며 넣은 문구./출처=F2풀 트위터

해당 메시지는 뉴욕타임즈의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한다는 내용인데요. 구제안의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컸고요. F2풀은 사토시가 제네시스블록에 새긴 내용을 모방하면서 여전히 이런 경제 위기가 반복되고 있음을 비판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죠. 중앙 금융기관의 위기 해결 방식도 여전한 지금, 12년 전 오늘 세상에 태어난 비트코인이 무엇을 시사하고자 했는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디지털데일리 뉴스를 만나보세요.
뉴스스탠드


  • IT언론의 새로운 대안-디지털데일리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영상
  • 포토뉴스
청호나이스, 커피머신 공략 ‘잰걸음’…누적… 청호나이스, 커피머신 공략 ‘잰걸음’…누적…
  • 청호나이스, 커피머신 공략 ‘잰걸음’…누적…
  • 삼성전자, 4K 240Hz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 [영상] 누리호 우주 가는 길...15분 45초 '셀…
  • 삼성전자, “프리미엄 고객, AS도 프리미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