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과 ‘삼국지’를 형성했다. 다만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에도 소재 생태계가 경쟁국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다.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시장 확대 과정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긍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양극재 분리막 등 핵심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기업이 등장한 덕분이다. 특히 배터리 원가 40% 내외를 차지하는 양극재 업체가 힘을 내고 있다. 차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한 에스엠랩도 그중 하나다.

에스엠랩은 지난 2018년 7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교수가 창업한 업체다. 양극재의 경우 원가 비중이 높아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 에스엠랩은 후발주자지만 기존 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에스엠랩 울산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를 스타트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연구개발(R&D) 및 경영기획 등 인력을 지속 보강 중”이라고 말했다.

에스엠랩은 니켈 함량 98% 양극재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대세인 제품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다. 이 가운데 니켈이 많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져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양극재 업체들은 니켈 함량 80% 이상 하이니켈 제품을 연이어 개발 및 생산 중이다.

니켈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으나 94%가 한계로 꼽혀왔다. 양극재는 리튬과 전구체(니켈 등으로 이뤄진 양극재 원료)를 혼합해 만들어진다. 합성할 때 소재 표면에 남아있는 리튬 불순물 등을 물로 씻는 수세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원소가 물에 녹아 니켈 함량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됐다.

에스엠랩은 습식 제조 공정을 건식으로 바꿔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조 대표는 “양극 소재는 태생적으로 물에 약하다. 건식으로 하면 수세 공정을 뺄 수 있어 원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폐수 처리 비용 등도 사라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양극재 구조를 다결정에서 단결정으로 변경한 부분이다. 기존 양극재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 형태다. 배터리 전극 공정에서 압연이라는 단계가 있다. 압연은 양극 소재가 코팅된 알루미늄판을 회전하는 롤 사이로 통과시켜 일정한 두께의 판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 결정체가 부서지면서 그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밀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스 발생이 늘고 충방전 주기에도 영향을 준다. 에스엠랩의 단결정 양극재는 관련 이슈가 없다.

조 대표는 “전반적인 추세가 다결정에서 단결정으로 가고 있다. 공정 자체는 비슷한데 소성 온도, 조성비 등이 핵심”이라면서 “(우리가) 단결정 특허 10건 정도 등록했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엠랩은 설립 이후 600억~7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울산 1~2공장(생산능력 600톤)을 구축했다. 추가 투자를 통해 최대 1500톤 규모 3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본사 맞은 편에 부지는 확보했다.

현재는 국내외 고객사에 샘플을 보내고 있다. 국내 S사에 니켈 83% NCM 양극재, 해외 C사에 니켈 91% NCA 양극재 등을 테스트 받는 중이다. 내년부터 납품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대표는 “우선 ESS부터 고객사와 거래를 튼 뒤 전기차로 넘어가는 수순일 것”이라며 “기존 플레이어 대비 자본 등이 부족해 생산능력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추가 투자와 내년부터 발생할 매출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에스엠랩은 중저가 제품은 하이망간 양극재도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니켈과 코발트를 빼고 망간 비중을 늘려 만든 제품이다. 기존 양극재 대비 리튬양 1.4배 증가해 에너지밀도 하락을 최소화한다.

한편 회사는 내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금 마련 차원이다. 같은 맥락에서 합작사(JV) 설립, 위탁생산 등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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