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후 구매취소를 하더라도 개인 판매자의 정보가 노출되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 더이상 사용하지 않아 자리만 차지하던 전자제품을 중고로 내놓으려 마음 먹은 A씨. 평소 이용하던 오픈마켓에서도 쉽게 중고거래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전화가 오고 밤늦게 현관문을 기웃거리는 인영이 보인다. 두려움에 떨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중고물품 판매 과정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집 주소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 확인됐다. 이 정보를 범죄자가 악용한 것.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실현 가능한 내용이다. 25일 이베이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에서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이 확인됐다.

개인정보 노출은 상품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데서 발생한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자의 정보를 구매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사업자(B2C)의 경우 판매자 닉네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안내된다.

문제는 개인간(C2C) 거래에서도 판매자 정보가 곧바로 안내된다는 점이다. G마켓과 옥션은 사업자가 아닌 일반 회원도 물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 판매자의 경우 판매자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구매자에게 제공된다. 사업장 주소를 안내하면 되는 사업자와 달리 개인 판매자의 경우 집 주소가 안내된다.

G마켓, 옥션은 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회원도 판매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


판매자 정보는 ‘구매 취소’를 하더라도 열람 가능하다. 매크로 따위를 이용한다면 수백명 이상의 개인 판매자 정보를 확보, 악용할 수 있다.

무방비한 개인정보의 유출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코로나19 초기 방역을 위해 쓰이던 수기출입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함께 기입하던 당시,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한밤중에 연락하는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역당국은 수기출입명부에 이름을 쓰지 않도록 변경하고 전화번호 대신 기입할 수 있는 ‘개인안심번호’를 도입했다.

G마켓과 옥션의 개인 판매자는 생년월일에 집 주소까지 노출되는 만큼 수기출입명부보다도 공개 범위가 넓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와 같은 정보 공개가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 2항에서는 사업자가 아닌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해 거래의 당사자들에게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의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베이코리아의 조치가 전자상거래법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했다는 의견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전자상거래법에서는 B2C 거래와 C2C 거래에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판매자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B2C 거래의 경우다. C2C 거래에는 직접 제공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 판매자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을 과도하게 적용한 경우라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C2C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법에서는 개인간 분쟁 발생시에만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보호와 개인정보보호를 함께 보완하는 방식의 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특히 구매를 취소했음에도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의 취지에 벗어나는 만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듯하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가 일부러 개인정보를 노출할 이유는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 개정에 따라 이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법 해석의 차이가 있어 생긴 헤프닝으로 볼 수 있다. G마켓과 옥션은 기본적으로 B2C 플랫폼이기에 C2C 거래는 사각지대였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는 쿠팡 등장 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마냥 사용자가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사용자가 적더라도 개인정보의 과도한 노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선책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 정보 공개는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등 지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만약 법 해석이 변경됐다면 그에 따라 수정·보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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