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드림②] 박재성 우아한테크코스 이사 “개발자 구하기 어렵다는 기업, 문화 바꿔야”

2021.06.09 12:25:33 /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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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D 직업’으로 불리던 정보기술(IT) 개발직군이 어느새 모두가 선망하는 ‘귀한 직업’이 됐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결국 일부 IT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잡기 위해 연봉 인상 랠리를 시작한 결과다. 자연히 개발자 육성과 취업에 관심이 쏠린다. IT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취업을 주제로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고, 취준생들은 들어갈 기업이 없다고 한다.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간극이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박재성 우아한테크코스 이사는 양쪽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소위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발자가 적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박재성 우아한테크코스 이사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거듭난 우아한형제들··· SW 교육 나섰다=우아한테크코스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개발사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무료 SW 교육 코스다. 젊은 세대가 선망하는 IT 기업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이름을 올린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만큼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우아한테크코스 설립부터 참여한 박재성 이사는 현업 개발자에서 SW 교육자로 노선을 선회한 인물이다. 그는 “SW 교육에 뛰어든 지 9년 정도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인턴 여름 교육과정에 참여해 교육을 진행한 것을 인연으로 우아한테크코스 설립부터 합류했다”며 “취준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아한테크코스와는 별개로 현업 개발자의 역량 향상을 돕는 재직자 전용 프로그램 ‘넥스트스탭’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 설립된 우아한테크코스는 올해로 3기 교육을 진행 중이다. 1, 2기에는 웹 백엔드 5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3기에는 웹 프론트엔드 클래스를 신설, 백엔드 50여명에 웹 프론트엔드 25여명이 한창 교육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정된 인원을 받다 보니 지원자를 모두 받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생이 되기 위한 경쟁도 만만찮게 치열하다. 기초 실력을 갖춘 지원자들을 선발해 1년여 교육 과정을 거쳐 네카라쿠배에도 들어갈 수 있는 인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박재성 이사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사람만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원자의 수준이 뛰어나 ‘이 친구는 우리 교육을 안 받아도 취업 잘 되겠는데’ 싶을 때는 떨어트리기도 한다. 간단한 작은 프로그래밍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인재가 소화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기째에 접어들면서 우아한테크코스 지원자의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는 중이다. 수료생들이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좋은 기업에 대거 취업하며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박 이사에 따르면 1~2기 우아한테크코스 수료생은 절반가량이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다. 20~30%도 ‘네카라쿠’에, 10~15%는 스타트업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우아한테크코스는 무상교육으로 진행되는 만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정부지원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사람이나 비전공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이다. 앞으로도 지원자의 기술 수준이 선발의 최대 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교육의 핵심은 협업과 코드리뷰다. 교육생들에게 프로그래밍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교육생들은 그 과제를 수행한다. 노트북 한 대를 두고 2명이서 토론하며 문제를 푸는 형태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교육생들의 코드는 우아한형제들, 라인, 카카오 등 기업 현장에 있는 선배 개발자들(리뷰어)이 1:1로 피드백한다.

◆“늘고 있는 개발자 지망생··· 반갑지만 걱정되기도 해”=최근 개발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각된 것은 올해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연봉 인상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올해는 가시적으로 드러났을 뿐, 전조는 몇해 전부터 있었다.

박 이사에 따르면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25~30세다. 30살이 넘는 지원자도 적지 않다. 개발자로 전향하기 위해 공무원을 그만둔 사람도 봤단다.

그는 “IT 업계는 실력 중심이다. 역량만 있다면 나이는 크게 중요치 않다. 2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32살의 지원자를 받은 적 있는데, 그는 34살부터 개발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곳에서 현업 개발자로 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개발자 인구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교육과정에서는 20% 정도가 여성이다. 박 이사는 “개발자는 여성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 남성에 비해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인데, 이것만 극복한다면 여성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무대라는 주장이다.

SW 업계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져 즐겁다는 박 이사. 하지만 동시에 우려도 표했다. 뉴스 등에서 나오는 밝은 모습만 보고 IT 업계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네카라쿠배 같은, 잘 나가는 기업들은 연봉도 높고 여느 기업에 비해 복지도 잘 돼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컴공과를 전공하고, 우아한테크코스 같은 1년가량의 교육기관을 수료하는 등 2~3년 이상 시간을 들인 사람들이 도전하는 곳이다. 좋은 기업이 많은 만큼 열악한 곳들도 많은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처음부터 학원 등 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전했다. 박 이사는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는 교육기관의 경우 짧은 기간 내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기초지식이 없으면 소화하는 것이 어렵다. 비전공자라면 5~6개월 정도 독학을 하고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역량을 갖춘 뒤 교육기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인력난에 시름하는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에게 배워야=최근 게임사를 비롯한 네카라쿠배 등 IT 기업의 연봉 인상 러시가 이어지면서 중소·중견 SW기업과의 연봉 격차가 커졌다. 중소 SW기업의 5~7년차 개발자가 네카라쿠배에 신입으로 갈 경우 연봉이 유지되거나 오르는 현상도 생길 정도다.

박 이사는 IT 기업의 연봉 인상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SW기업들은 굉장히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부가 적절하게 배분이 됐는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연봉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순이익이 몇십배 성장하는 동안 연봉은 이제야 1.5배 남짓이나 는 정도”라며 개발자의 처우 개선을 반겼다.

이어서 그는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게 어려운 것처럼, 처우가 좋은 기업과 좋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고착화될 수 있다. SW는 결국 인력 싸움인데, 처우가 나쁜 기업에 좋은 인력이 가지는 않는다. 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며 “무작정 연봉을 높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외국처럼 스톡옵션 등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이익을 공유하면 된다. 이런 노력도 없이 한탄만 해서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스타트업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비전과 미래의 이익 공유를 내세워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실제로 네카라쿠배의 시니어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네카라쿠배에 이어 ‘당토직야’(당근마켓·토스·직방·야놀자)까지, 유망 IT 기업 다수가 몇해 전만 하더라도 스타트업이었다.

일부 근로조건이 열악한 기업 및 업계에 대한 직언도 했다.

박 이사는 “아직도 불법 보도방 같은 것이 많이 성행하는 것으로 안다. 이는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가 있는 한 없어지기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지원하는 국비교육 등으로 많은 SW 개발자가 양성되고 있는데,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많은 주니어 개발자들이 블랙기업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내가 처음 개발을 할 때는 시스템통합(SI) 개발자가 고급 인력이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이게 역전됐다. 네카라쿠배당토직야, 유망한 IT 기업들 대부분이 개인(B2C)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발기업이지 않나. 제조강국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SI의 중요도가 굉장히 높은데, 현 상황에서 개발자에게 SI 기업을 권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준생을 위한 조언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이사가 강조한 것은 ‘도전’이다. 이제는 희박해졌지만 한국은 퇴사나 이직에 보수적인 문화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선호되는 것도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한몫한다. 박 이사는 이와 같은 인식인식은 IT 업계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첫 직장의 상징성 때문인지, 입사를 굉장히 망설이는 사람을 많이 봤다. 물론 이름난, 유명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입 개발자에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느냐”라며 “외부에서 기업의 개발문화를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저기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또 면접을 가서 역질문도 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면 빨리 도전해서 배워라. 그러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발자’ 이상으로 부족한 ‘교육자’··· 교육인력 부족 심각=우아한테크코스가 2개 클래스 75명 내외의 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교육자 부족 탓이다. 현재 우아한테크코스는 1명의 교육자당 12~15명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보다 숫자가 늘어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사리 교육생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웹뿐만 아니라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모바일 교육 과정도 만들고 싶다. 교육생도 많이 받고 싶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게 가르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IT 기업들이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처럼, SW 교육기관에서는 교육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 이사가 생각하는 교육자의 수준은 어떻게 될까. 의외로 허들이 높지는 않았다. 현장 프로그래밍 경험 2~3년이면 된단다. ‘취준생’을 가르치는 것인 만큼 기술적으로 그 분야의 대가 수준은 아니어도 된다고 전했다. 기술 대신 강조한 것은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신입 개발자들에게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태도, 자세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최근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늘었는데, SW 교육은 현업 개발보다도 더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최대 장점은 회사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갖춘다면 주5일 출근하지 않고서도 연봉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정년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교육 수요는 넘치는데 정작 교육자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 많다.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연락바란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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