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아무리 바쁘다고 해서 실을 바늘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활용에 앞서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자동차가 빨리 달릴려면 그에 맞는 브레이크가 필요한 것처럼, 보호와 활용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챙기겠다.” (윤종인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

16일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같이 밝히며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이루다’와 당근마켓으로 불거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한 개인정보위의 입장을 전했다.

◆이루다 조사 결과 4월 내 발표··· 재발 방지위한 보호수칙 마련한다=간담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이루다 이슈다. 윤 위원장은 이루다 사태를 두고 “디지털 시대에서 보호와 활용이 함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라도 안전하게 보호되지 않으면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진 이루다 사태에 대해 지난달 12일 조사에 착수했다. 수차례 자료제출 요구 및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내부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루다에 대한 조사와는 별건으로 개인정보위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AI 환경의 개인정보보호 수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AI 개발이나 서비스 과정, 이용자들이 지켜야 하는 내용 등을 담게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법 개정도 진행된다. 개인정보위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대응권을 포함했다. AI가 법적 효력이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이의제기나 설명을 요구하는 권리를 명시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루다에 대한 조사가 완료된 상태는 아니지만 최우선으로 처리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사안이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행법상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 거기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산업계서 반발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형사벌 중심의 제재를 경제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한 설명도 내놨다. 산업계에서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주장이다.

개인정보위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서는 형벌의 범죄구성 요건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제한했다. 해커가 침입해 피해를 입었는데 보안 담당자가 감옥 가는 일은 없어진 셈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제39조의15 과징금의 부과 등에 대한 특례 조항이다. 기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3%’였으나 개정안에서는 ‘전체 매출액의 3%’로 규정하고 있다.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라면 3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징금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윤 위원장은 “2차안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것이, 단순 실수에 의한 과도한 형사벌이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형벌보다는 경제벌로 나가는 추세인데, 이와 같은 고민을 고려해 형벌요건은 줄이는 대신 과징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내놨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그는 “과징금을 높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모든 사고에 막대한 과징금을 무과한다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이고 반복으로 법을 어기는 경우에 한해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단순 실수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 제·개정 과정서 개인정보보호 이뤄지도록 노력=개인정보는 사회 전 분야에 얽혀있다. 그만큼 관련 규정을 둔 법도 많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자의 일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은 일반법이다.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따라야 한다. 다만 이것이 다른 특별법에는 손놓고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 원칙인 동의 및 최소 쉽 등의 절차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이념과 원칙이 특별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법으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및 개인정보위의 역할 제한은 법 개정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부분이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다시금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온라인판매사업자는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재화 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쟁 발생시 해결을 위해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분쟁 해결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충돌 논란이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는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에게 중고물품 판매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악용할 경우 현재도 구매 후 구매취소 등을 통해 수백, 수천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할 수 있는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위원장은 “3월 12일즈음 개인정보위의 의견을 달라는 내용을 전달받았고 검토 중”이라며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 의견 제시할 예정이다. 공정위와 협의해 사생활 권리 침해 우려가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전문가 의견 수렴하는 ‘미래포럼(가칭)’ 운영=윤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춘 개인정보위 활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미래포럼(가칭)’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수렴해 신설기관으로서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제도”라며 “현행 동의제도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천편일률적으로 하나하나의 개인 동의를 받는 것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정보주체 중심의 개인정보 활용 생태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포럼을 통해 논의코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명 규모인 미래포럼과 달리 200여명가량의 온라인 정책 자문 그룹 설립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7개월가량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개인정보보호 영역이야 말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는 영리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안을 구상 중”이라는 것이 윤 위원장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윤 위원장은 조사 인력의 한계도 토로했다. 그는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루다 사태가 터지면서 다른 건은 뒤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며 “인력이나 조직 담당 부서와 협의해 보강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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