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지난해 6월, 블록체인 기반 VR게임 ‘디센트럴랜드’의 이용자들은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올리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사전 공지된 시간에 맞춰 게임 내에 모인 이용자들은 유인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안착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디센트럴랜드' 이용자들이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 장면을 함께 보는 모습./출처=유튜브 채널 'The block Runner'

이 디센트럴랜드가 존재하는 곳이 ‘메타버스(Metaverse)’다.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 ‘메타버스’. 원래도 존재하던 단어였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부상했고, 최근에는 미디어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키워드가 됐다.

세계를 가상공간으로 옮겨온 메타버스는 이제 ‘디지털 지구’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모두 디지털 지구로 모이고 있다. 우주선 발사는 물론 BTS 콘서트도 가상공간에서 함께 본다.

그런데 디지털 지구에서도 역시 ‘경제’는 중요하다. BTS 콘서트 같은 문화 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것을 지키고 남의 것을 사고 싶은 인간의 본성은 메타버스에서도 드러난다. 유튜브에 ‘동물의 숲 돈 버는 법’을 검색하면 수백 개의 영상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이용자들은 아이템을 사기 위해 곤충을 채집하고 철광석을 캐며 돈을 번다.

이 같은 경제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블록체인 기술이다. 메타버스가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됐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한참 전부터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가 꾸준히 등장했던 이유다.

◆불확실했던 아이템 소유권, 블록체인으로 증명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선 경제 활동의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상세계 속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에 담긴다.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해당 아이템이 내 것임을 알릴 수 있다.

만약 아이템을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한다면 그 판매 기록 역시 블록체인에 남는다. 중고 판매라면 그동안의 거래 이력을 모두 블록체인에서 볼 수 있다. 거래는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로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거래 수단은 게임 내 유틸리티토큰, 즉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거래 과정이 투명하므로 블록체인 기반 마켓플레이스도 공정하다. 전 세계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에선 게임 내 중앙 관리자가 판매를 중개해주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모두 P2P(개인 대 개인)로 거래한다. 가상공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이 생기는 것. 이런 특징들은 블록체인 기반이 아닌, 다른 메타버스에선 체험할 수 없다.

디센트럴랜드의 마켓플레이스./출처=디센트럴랜드 블로그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의 이요한 한국 매니저는 “블록체인을 통해 메타버스에서도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기에 경제 시스템도 구축될 수 있다”며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자들끼리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속 내 집 마련, ‘NFT’로 한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가 있기 때문이다.

NFT란 토큰 1개 당 가격이 같은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 1개 당 가치가 모두 다른 것을 말한다. 주로 게임 아이템 같은 희소성 있는 상품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할 때 쓰인다.

희소성 있는 상품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 내에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려면 모든 재화가 희소성이 있어야 하고, 희소성에 따라 수요가 창출되어야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NFT’는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가진다. 그리고 그 희소성은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된다.

일례로 ‘디센트럴랜드’에선 토지(랜드)가 NFT다. 토지를 소유한 이용자는 건물도 지을 수 있다. 희소성이 있으므로 토지는 당연히 가치를 지니고, 게임 내 마켓플레이스에서 이 토지를 판매할 수 있다.

‘더 샌드박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내 부동산 ‘랜드(LAND)’가 NFT이며, 현재 랜드는 판매 기간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용자들은 디지털 레고인 복셀(Voxel)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이 콘텐츠를 NFT로 변환해 소유권을 확립할 수 있다.

더 샌드박스 속 '랜드'로 이루어진 지도. 소유권자들이 각자의 로고를 활용해 영역 표시를 해놨다. 각 랜드는 NFT이며, 소유권은 블록체인으로 증명된다./더 샌드박스 이용화면 캡처

랜드 안에는 디지털 레고(복셀)로 만들어진 콘텐츠(캐릭터, 건물 등)가 있다. 모두 NFT다./출처=더 샌드박스 블로그


이요한 매니저는 “더 샌드박스에서는 현실과 유사하게 랜드라는 가상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고, 그 위에 게임 에셋(자산)을 조합해 아주 쉽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며 NFT로 이런 특징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델피 디지털의 피어스 킥스(Piers Kicks) 파트너도 최근 ‘크립토(암호화폐)와 메타버스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블록체인 및 NFT를 통한 소유권 증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킥스 파트너는 “비디오 게임에서 창출되는 경제 활동의 상당 부분이 비공식적인 시장에서 발생한다”며 “디지털 세상에는 감독 기능이 없고, 수익 흐름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희소성을 지니고, 소유권이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되는 NFT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 속 돈을 밖으로 꺼낸다…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연결

앞서 언급했듯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서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에, 거래 수단도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이 때 거래를 위한 가상자산은 NFT가 아닌 일반 유틸리티토큰(토큰 1개 당 가격이 같다)이다. 이 토큰으로 NFT를 포함한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다.

토큰을 얻는 방법은 다른 메타버스와 비슷하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서도 일반 메타버스처럼 노동에 대한 대가로 토큰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토큰은 일반 가상자산이므로 게임 밖으로도 나갈 수 있다. 만약 해당 토큰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다면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얻은 토큰을 외부로 가져가 현금화할 수 있다. 가상공간이 현실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더 샌드박스 속 가상자산 ‘샌드(SAND)’와 디센트럴랜드 속 가상자산 ‘마나(MANA)’는 모두 거래소에 상장됐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해외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도 상장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돈을 현실 세계에서도 쓸 수 있는 건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만이 구현할 수 있는 특징이다. 킥스 파트너는 “메타버스가 더욱 주류화되는 데에 암호화폐(가상자산)가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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