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정보 속 쉬이 지나칠 수 있는 기술 이슈를 재조명합니다. 뛰어난 기술과 함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보기술(IT) 현안을 분석하고 다시 곱씹어볼 만한 읽을거리도 제공합니다. 기술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을 따스한 시각으로 ‘클로즈업’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 내 랜덤박스(무작위로 아이템이 정해지는 상품)를 뜻하는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두고 법적 규제 여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업계가 우려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발단은 이렇다. 그라비티가 서비스 중인 ‘라그나로크 오리진’ 내 카드 자판기 상품에서 ‘파란 등급 이상’ 카드가 나온다는 설명과 달리 특정 파란 카드와 함께 윗등급인 보라 카드가 나오지 않아 이용자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회사 측은 “게임 내 획득 가능한 카드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업데이트형 상품으로 추후 일정에 따라 신규 카드들이 추가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용자 짐작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윗등급의 카드를 뽑으리란 기대를 하고 상품을 구매했지만, 애초 해당 상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반발이 일었다. 공식 게임 카페엔 욕설이 담긴 게시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업계는 ‘업데이트형’이라는 전대미문의 확률형 뽑기 아이템 등장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업데이트형 상품이 팔리는 것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관련한 본지 기사 댓글엔 ‘로또 1회차 팔아놓고 1등은 3회차부터 추가됩니다 하면 누가 납득하겠냐’는 의견에 공감이 이어졌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공식 카페 게시판 갈무리

◆‘10% 환불 발표했다가 100%로’ 그라비티 미숙한 운영 도마

그라비티는 업데이트형 상품 논란이 확대되자, 카드자판기에 투입한 재화의 10%를 환불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생색내기식 대처는 서비스 초기 서버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이용자들의 분노를 더욱 돋웠다. 결국 회사는 100% 환불을 발표한다.

회사는 유료 상품을 출시하고 제때 뽑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휩싸였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이기도 그라비티는 자율규제도 지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자율규제는 강제성이 없다. 업계 내 간접적인 제재도 없는 상황이다. 뽑기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그라비티 사례는 분명 부정적 이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역대급 논란에도 매출 4위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서비스 초기 운영 미숙에 따른 오점을 남겼지만, 여전히 잘나가는 중이다. 외부로 나타나는 매출 지표엔 변화가 없다. 구글플레이 매출 4위를 유지 중이다. 리니지 시리즈와 뮤 아크엔젤 뒤를 잇는 놀랄만한 성과다.

공식 카페 게시판을 봐도 지금은 카드 자판기 상품 논란을 언급하는 이용자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게임 이용 도중 궁금한 점을 묻거나 감상을 남기는 등의 게시물이다.

이번 사례로 게임 이용자들이 외부 이슈에 둔감하다는 사실을 재차 엿볼 수 있다. ‘어찌 됐건 게임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이미 수많은 게임에서 운영 이슈가 발생했지만, 이용자들이 강하게 반발해 회사 측의 변화를 끌어낸 경우는 드물다. 논란이 일다가 흐지부지된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기업의 일탈로만 봐야 하나

그라비티의 사례를 특정 기업의 일탈로만 볼 수 있을까. 언제든 제2,제3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뽑기 아이템 법적 규제 논의는 ‘확률 공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뽑기 확률 공개는 소비자들에게 상품 정보 제공 측면에서 분명 검토할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뽑기 확률 공개만으론 법적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사태는 방지할 수 있겠지만, 확률형 뽑기 아이템 논란의 핵심인 과다 결제와 노골적인 과금 유도 등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업계는 뽑기 확률을 공개하는 타율규제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당초 업계는 뽑기 아이템 확률 공개도 반대한 바 있다. 정부가 법적 규제를 시사하자 자의반 타의반 자율규제를 시행하면서 지금의 확률 공개까지 이른 것이다.

국내 상당수 게임은 청소년 이용가다. 현행법 상에서 제재가 불가능한 중국산 게임의 수입이 잇따르고, 라그나로크 오리진 사태 재발 우려를 미뤄보면 자율이든 타율이든 추가적인 이용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 교수는 지난 16일 열린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정기세미나에서 “개인적으로는 게임업계가 시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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