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금융권이 원했던 ‘차세대 혁신’은 과연 이뤄졌을까

2020.07.07 15:35:06 /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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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1일자로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20년 특별호에 게재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2020 금융 디지털 IT전략-⑧> 금융 차세대시스템, 2020년에 부는 바람 (上)

- 10년전, “24/365·프로덕트 팩토리· 오픈환경·프레임웍 기반 확장성 구현”
- 현재 금융 차세대시스템 전략적 지향점 크게 변화
- ‘정보계’ 중심 IT혁신으로 2차 차세대 이슈 변화, 클라우드도 핵심 변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시간을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2010년을 전후한 당시,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이슈는 무엇이었고, 지향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2010년에서 바라보았던 차세대시스템의 가치와 지향점이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느정도 타당했는지를 한번쯤은 짚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부질없는 질문일 수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IT기획부장은 “이제는 1년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몇 년씩 내다보는 중장기 IT계획은 이제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록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10년뒤를 정확하게 내다보고 이를 IT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도한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만큼 그 당시 진행됐던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물들을 창출했다. 

▲24/365 무중단 서비스 ▲프로덕트 팩토리에 기반한 획기적인 상품개발 속도, ▲수월한 업무 확장과 e뱅킹 플랫폼의 편리함 등, 실제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서비스의 편익은 그 당시 고생해서 만든 차세대시스템의 성과물이다. 

지금은 10년전과 비교해 차세대시스템의 추진 이유가 많이 달라졌고, 구축 방식도 변했다. 어느덧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이는 오류가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한 순응의 결과다. 

◆그때도 치열했고, 지금도 치열하다

2009년~2011년, 이 기간을  전후해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유닉스(UNIX)기반의 오픈환경으로 차세대전산시스템 사업을 마쳤다. 금융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할만큼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국내 대형 은행중에선 농협(2009.1)과 하나은행(2009.5), 국민은행(2010.2)이 연달아 차세대시스템을 공식 오픈했다. 그리고 대형 은행들에 이어 2010년 하반기에는 수협은행 그리고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이즈음 본격적으로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선언하고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당시 차세대시스템에 적용된 기술적 혁신 요소들은 지방은행들도 대형 시중 은행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당시 빅뱅식 차세대시스템의 프로젝트 규모로 봤을 때, 지방은행들의 차세대 사업 추진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과감한 IT투자는 지금까지 견실하게 생존력을 지탱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2009년 개통한, 농협의 차세대시스템 명칭은 ‘농협신용신시스템’(NHBS; Nature & Human Banking System)이었다. ‘자연과 인간을 위한 뱅킹시스템’이라는 영문 명칭이 주는 느낌은 지금보면 생경하다. 참고로 브랜드 아파트처럼 은행 차세대시스템에 시대적 함의를 넣어 ‘명칭’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다. 

농협 차세대시스템 구축기간은 2007년4월부터 2009년1월까지 21개월간 빅뱅 방식으로 진행됐다. 계정계를 비롯해 여신심사, 외국환, 대외통합, e뱅킹시스템 등 혁신이 동시에 이뤄졌다. 농협은 그 당시, 국내 은행권의 정서가 그러했듯이 모든 은행 업무의 혁신은 IT에서 출발한다는 ‘IT 중심적’ 사고에서 차세대시스템을 그렸다. 

그리고 지금은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오픈 개방형 기술들을 과감히 적용했다.  차세대시스템 이후, 몇 년에 걸쳐 정보계부문 대규모 업그레이드, e뱅킹 부분의 보강 등 꾸준하게 이어졌지만 튼튼한 기간시스템의 골격은 변하지 않았다. 
 

2009년9월, 하나은행 차세대시스템인 ‘팍스하나’ 오픈 당시의 모습이다. 직원들은 게임을 통해 새 시스템의 사용법을 익혔다. <사진: 하나은행>

특히 농협 차세대 프로젝트는 주전산시스템을 기존 메인프레임(Unisys) 환경에서 유닉스 아키텍처로 전환하는 난해한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사업기간내에 프로젝트를 정확하게 완결지었다. 빅뱅 방식의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히지만 철저한 프로젝트관리 능력이 돋보인 차세대시스템 사업으로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팍스하나(Pax hana)’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을 2009년 5월에 오픈했다. 2007년 7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약 20개월이 소요된 이 프로젝트에서 하나은행도 메인프레임(IBM)환경에서 유닉스로 전환했고 여기에 프레임웍 기반의 코어뱅킹, 자바(JAVA) 등 신기술을 대폭 수용했다. 프레임웍 기반위해서 신속하고 빠른 IT 대응력을 높임과 동시에 향후 펼쳐지게될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위한 전략적 지향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역시 ‘팍스 하나’라는 웅장한 명칭을 차세대시스템에 부여했었던 하나은행은 이후, 드라마틱하게 진행된 외부 상황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게된다. 2012년 2월, 하나금융그룹은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을 인수했기때문이다. 이어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통합해 KEB하나은행으로 출범시켰다. 

그리고 하나금융은 두 은행의 통합시너지를 내기위해 IT통합에 곧바로 착수한다. 2016년 6월, 결코 만만치 않았던 외환-하나은행 대규모 IT통합을 마치고 통합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약 9개월간 진행된 IT통합과정에서 기존 하나은행 차세대시스템은 상당한 규모로 시스템이 증설되면서 볼륨이 커졌다. 

사실상 ‘팍스하나 2.0’버전의 차세대시스템으로 크게 개선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KEB하나은행은 전산통합으로 전산프로세스가 표준화, 전산분야 중복사업 투자비용 및 운영비용 절감 등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2019년, KEB하나은행의 명칭은 다시 ‘하나은행’으로 바뀌었다. 이제 하나은행의 입장에선 시기적으로 2020년~2030년대를 겨냥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그려야할 시기이다. 다만 아직 이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하나은행 CIO를 역임하면서 외환-하나은행 IT통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유시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미래의 가치를 담을만한 혁신적인 미래 기술들이 기술적으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속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실행 시기는 아직 유보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러한 판단은 금융권 전체적으로도 아직 유효해 보인다.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기술들에 대한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차세대시스템의 의사결정을 내릴려면 앞으로도 2~3년간의 흐름을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금융권의 시각이다. 

2009년 12월, 대구은행은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 ‘넥스피아’(Nexpia)로 명명된 계정계 혁신 위주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계정계, MCA(멀티채널아키텍처), EAI, 메타데이터관리시스템 등이 주요 사업 범위였으며 20개월여의 대장정 끝에 2011년 8월에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뒤인, 2014년 3월에 정보계 부문 차세대시스템 사입인 ‘아이 넥스피아(iNexpia)’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IT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계정계와 정보계를 나눠 추진한 것이다. 15개월간 진행된 정보계 차세대사업에서 CRM시스템 고도화, 정보계 포털 시스템 구축, 전행 통합 데이터(빅데이터 포함) 등을 구현했다. 

또한 대구은행과 같은 시기 수협은행도 2011년9월 가동을 목표로 ‘넥스트로'(Nextro)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나선다. 수협은행도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전환하고, 계정계, 인터넷뱅킹, 카드 등 전업무 시스템을 차세대 환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수협은행은 공제(보험)업무에 대해서는 2008년말부터 차세대 환경으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었다. 

2020년에 중시되는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지향점 (자료: SK C&C)


◆갈등과 우여곡절, 그리고 반전…국민은행의 차세대 여정  

10년전인, 지난 2010년 2월 설연휴를 이용해 국민은행이 ‘마이 스타(My Star)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2007년4월부터 2010년2월까지, 타 은행에 비해 유독 개발기간이 길었는데 이는 빅뱅 방식이 아니라 계정계, 인터넷뱅킹 등 각 업무별로 각각의 사업자들 선정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외형상 당시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에 높은 평가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당시 국민은행의 ‘마이 스타’ 프로젝트에는 계정계 코어뱅킹 재개발, MCI(멀티채널통합),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개발, EAI, 네트워크최적화서비스(NOS), EDW, 그룹웨어(KB-Wisenet) 등 혁신 요소들이 많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IBM) 환경을 기존대로 고수한채 '마이 스타'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혁신의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국민은행은 당시 금융권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유닉스 기반의 오픈환경’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내외부적으로 IT혁신성 부족에 대한 질타를 받았고, 이후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이를 극복하기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훗날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에 갈들의 씨앗이 된다. 2014년, 당시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전산사태’가 초래됐는데, 따지고 보면 2009년에 진행된 ‘마이 스타’ 프로젝트에서 유닉스로 전환했다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8년뒤인 2018년 9월, 국민은행은 이번에는 ‘더 K 프로젝트’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국민은행은 주전산시스템은 이번에도 IBM 메인프레임 환경을 그대로 고수한채, 정보계시스템 위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더 K프로젝트’에는 정보계 혁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들의 적용이 대거 적용됐지만 계정계시스템이 제외됐기 때문에 사업 비용도 1500억원으로 비교적 낮게 책정됐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더 K 프로젝트’에서 국민은행이 여전히 기존 메인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했음에도 예전과 같은 비판은 더 이상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사이, 기술의 지형이 변했고,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관점이 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계정계의 혁신을 차세대시스템의 핵심으로 간주했던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고객 및 마케팅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정보계시스템의 혁신에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고 있다. 시나브로 하드웨어적인 변화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진화를 중시한 결과다. 

더구나 향후 10년간 금융권에 불어닥칠 ‘클라우드(Cloud)시대’를 앞둔 시점에선 더 이상 유닉스(UNIX)도 혁신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따라서 주전산시스템을 기존처럼 그대로 둔 채 진행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는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올해 10월 ‘더 K 프로젝트’ 2단계가 최종 마무리되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기존 주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 전환을 염두에 둔 x86과 같은 혁신적인 환경으로 전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로선 그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국민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가동이후, 2024년가지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에 나선다. 다만 현재로선 국민은행과 같은 초대형 은행이 x86으로 전환하기에는 최대한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때문에 이는 국민은행의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 환경의 안정성, x86의 안정석이 충분히 시장에서 검증된 이후의 과정으로 봐야될 것으로 판단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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