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통과되면서 국내도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하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학술적 연구에만 국한하고 산업·상업적 활용은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개인정보 분야 전문가들은 “개정법상 가명정보의 산업·상업적 활용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의 우려를 반박한 셈이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가명정보’라는 개념이 새롭게 도입됐다. 가명정보란 수집한 개인정보에 비식별 조치를 해 추가정보 없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뜻한다. 가명정보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의 핵심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개정된 법에는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 세 경우를 명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과학적 연구’를 학술 연구 목적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8일 개인정보보호법학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체감규제포럼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데이터3법 개정과 향후 입법과제 모색’ 세미나에서 개인정보 분야 전문가들은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상 가명정보의 산업 목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황창근 홍익대학교 교수는 “개정법이 규정한 과학적 연구의 정의와 가명정보의 개념을 신설한 개정법의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업적 활용을 위한 산업적 연구 및 상업적 통계작성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 린의 고환경 변호사도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인데, 법 자체만 두고 봤을 때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서 산업적 연구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피력했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도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만큼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는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신용정보법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가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신용정보법처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통해 정리해 주면 논란은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인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유효한 가명정보의 경우 그 자체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다. 정보 주체의 권리나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거의 없는데 처리 목적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명정보를 동의 없이 처리하기 위한 합법성 요건과 가명정보의 결합이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및 일본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라며 “특히 일본은 익명 가공정보의 처리 목적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의 집행을 위한 해결 현안 긴급토론 ▲개인정보 보호법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개선과제 학술토론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긴급 토론에서는 가명처리의 합법화를 위한 기준과 방법,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의 구체적 범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특례규정의 법체계 정합적 해석 등을 주제로 구성됐다.

긴급토론에서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개정법에서 가명정보는 ‘상태’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재료’도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명처리에 있어서 ‘식별자’뿐만 아니라 ‘속성자’도 추가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명정보에 대해 “‘1명’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2명 이상으로,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정보”라고 정의하며 “가령 ‘대한민국 19대 대통령’는 1명을 의미하는 개인정보이나 ‘속성자’인 19대를 빼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전·현직 대통령 12명을 대상으로 하는 가명정보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하며 식별자의 유무에 따라 가명정보인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환경 변호사는 “가명처리의 방법과 수준은 자칫 가명처리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위법령 마련에 있어서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학술토론에서는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개인정보 국외 이전 규정의 정비’를 주제로 발표하며 “개인정보 국외 이전 규범은 데이터 주권 확보 및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안이나 우리나라 현행 법령은 오로지 정보 주체의 ‘동의’에 의존해 개인정보 해외 이전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상호적정성 모델에 의한 개인정보 국외이전 규정의 정비를 주장하면서 적정성 승인에 의한 해외 기업에 대한 동의의 면제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되지 않도록 ‘동의’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형섭 경성대학교 교수는 EU,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의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을 꼬집었다.

손 교수는 “민간 영역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손해배상과 과징금 규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은 이 법에 따른 행정 권한의 확보를 위해 과태료를 인정하고 형사처벌은 비난 가능성이 높거나 행정명령에 의도적으로 반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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