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1.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 씨 할아버지(79)의 고향은 진도다. 해마다 5월 초면, 고향 생각이 부쩍 많이 난다. 부모님 기일에 맞춰 뒷동산에 모셔진 산소도 두루두루 돌보고 싶고,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고향 친구들도 좀 더 자주 만나고 싶다.

박 씨 할아버지는 장성한 자식들의 차를 얻어 타고 3~4년에 한 번꼴로 고향을 방문했다. 자식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바쁘게 사회 생활하는 자식들을 괜히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고마우면서도 불편하다.

박 씨 할아버지는 자동차 운전을 할 줄 모른다. 당연히 운전면허증도 없고, 차량을 소유해 본 적도 없다. 물론 지금은 나이 때문에 운전을 한다 해도 장거리 여행은 무리다. 할아버지가 젊었던 1960~70년대에 자동차는 일반인들이 소유하기 힘든 물건이었고, 경제 성장의 과실로 마이카족이 늘어난 1980~90년대에도 먹고살기 바빠 운전을 배울 엄두를 못 냈다.

박 씨 할아버지에게 오너 드라이빙은 꿈이다. 마음속 아련함을 언제나 해소해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가고 싶은 곳으로 언제든 데려다줄 수단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 박 씨 할아버지에게 최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TV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연 소식을 본 것이다. 보고도 믿을 수 없어 IT 회사에 다니는 둘째 아들에게 전화해 “정말로 사람이 운전 안 해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간다는 게 사실이냐”고 몇 번씩 되물었다.

‘아직은 시험 중이라 당장은 안 되고, 사고 위험도 있다’는 둘째 아들의 대답이 야속하지만 언젠가 자율주행차가 시판된다면 꼭 사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박 씨 할아버지에게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기술 이상의 그 무엇이다.

◆스마트카 시대 진입 초읽기 = 목소리로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 척척 목적지까지 바래다주는 자동차, 더는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미래 자동차 시대에 곧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주행하고 각종 정보를 시시때때로 제공함은 물론, 차량 자체가 곧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스마트카’ 시대다.

스마트카 시대는 필연적으로 첨단 네트워크 인프라 성능의 총합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5G(5세대 이동통신)의 역할이 크다. 현재의 LTE(4세대 이동통신) 기술 수준으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끊김 없이 자동차로 송수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카 시대는 전후방 산업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크게는 ‘자율주행차’와 ‘차량의 스마트화’ 두 가지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 등 많은 개념이 시대를 관통하면서, 기존 ‘커넥티드 카’ 개념과 같이 혼용되는 경우도 늘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커넥티드 카는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다른 사물과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한 작명으로, 자동차의 미래를 총칭하는 스마트카와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카는 ‘사물 간 연결’을 넘어 차 자체가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고 똑똑해지는 사용자 경험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래 자동차는 결국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도구 등과 하나로 엮이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기에, 현재로서는 둘을 혼용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이슈인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도 굳이 정의하자면, 스마트카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미래 자동차는 결국 사람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도구 등과 네트워크로 엮이면서 별다른 명령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존재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스마트카의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한편으론 보안문제, 오작동 문제 등 자동차의 스마트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의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심심치 않게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교통 표지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직 추가로 검증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5G 기반 커넥티드카 개발 본격화 =
현재 자동차 산업은 좀 더 큰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장비업체는 물론, 자동차 완성업체들도 이미 5G를 도입한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기업과 통신사들의 협업도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카의 대중화는 결국 다시 인포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가 문화생활 공간으로 바뀌면서 차 안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스마트폰이 기존 통화 기능 영역 뿐 아니라, 모든 문화생활의 중심이 된 것처럼, 스마트카도 모든 문화 영역이 집약될 수 있다. 차 내부가 집안 거실과 같은 생활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문화생활 공간을 넘어 새로운 주거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 만큼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빛을 낼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액은 197조원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의 13.9%를 차지했으며, 자동차 산업 내 종사자 수는 2016년 기준 37만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9.1%에 달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60~70%가 해외로 수출되며, 2017년에는 전체 수출액의 11.3%인 648억 달러 규모 물량이 수출됐다.

다만, 국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아직 세계적 수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완제품 업체와 비교했을 때, 국내 주요 자동차 완제품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양과 집약도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가 차원의 미래 자동차 기술력 수준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다소 약세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에 국한됐던 기존 자동차 산업 내에서 한국은 뛰어난 성장을 이뤄냈으나, 이제는 스마트카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개발 없이 자동차 산업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자동차 산업의 도약을 위해선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첨단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자동차 부품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R&D 투자가 필요하다”며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 부품 기업은 R&D 투자가 제한적이므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전장부품, 모터, 센서 등 첨단 자동차 부품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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