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네이버(대표 김상헌)가 때 아닌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 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지난 25일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급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는 지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네이버 입장에선 졸지에 ‘글루미 크리스마스’를 맞은 셈이 됐다.

실급검 운영 기준 6번째 항목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고 기술돼 있었는데, 일부 언론에서 네이버가 정부의 임의 요청만 있으면 실급검을 제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후속 보도가 잇따랐고 조작 의혹이 더욱 확대 해석됐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실급검 운영 기준이 ‘내부 지침’으로 바뀌고 검색 생태계를 위해 명예훼손, 음란성, 상업적 의도 등이 분명해 보이는 실급검 키워드들을 제외해 온 것이 도매금으로 묶이면서 ‘실급검 조작’ 사태가 터졌다.

물론 네이버가 자체 판단해 실급검 키워드를 제외한 결과들이나 표현이 명확하지 못했던 운영 기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나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네이버에 대한 비판은 실종되고 비난만 앞서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동안 실급검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무시돼 억울한 측면이 많이 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실급검 제외 조치 등 과정에서 외압 있었나=가장 핵심이 되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조작은 없었다”고 분명히 했다. 회사 측은 조작이란 말 자체가 언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실급검은 네이버 검색 이용자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명예훼손성 검색어나 성인·음란성 키워드, 불법적, 반사회적 검색어 등이 노출되는 것이 다반사다.

네이버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 등 외부 자문을 바탕으로 실급검 노출 제외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이 네이버의 내부 지침으로 잘못 전파된 것이 조작 의혹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KISO가 이달 발간한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제외사유기준을 넓게 적용한다”, “제외사유를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 의견과 동시에 “검증 대상 기간 동안의 노출 제외 검색어에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검토 의견을 볼 수 있다. 조작은 없었다는 게 보고서 결론이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1408건의 네이버 실급검 제외 처리 현황을 보면 유사키워드가 765건, 불법/범죄가 249건, 상업적/의도적 악용이 178건 순으로 확인된다.

◆논란 불거지자 실급검 노출 제외 기준 바꿨다?…“표현 명확히 한 것”=지난 23일 네이버는 논란이 불거진 6번째 실급검 운영 기준을 일부 수정했다. ‘법령이나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법령에 의거해 행정/사법 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바꾼 것이다.
 
네이버 측은 “표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해당 문구의 해석에 대해서는 이번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네이버 검색어 노출 제외 요청 페이지나 KISO의 관련 규정 해설서에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색어 제외 요청하기(help.naver.com/support/contents/contents.nhn?serviceNo=606&categoryNo=2028) 게시글을 보면 네이버는 “법원이 결정 또는 판결에 의하여 또는 행정기관이 법령 및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처분, 결정 등에 의하여 자동완성어,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를 요청한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는 ‘법령에 의거한 요청’을 따른다는 전제가 잘못 알려지면서 조작 의혹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유엔 실급검 운영 기준의 표현이 명확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네이버 “더 투명한 방안 제시할 것”=한성숙 네이버 신임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네이버 커넥트 행사에서 “실제로 네이버 실급검을 지켜보며 조작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용자 분들이 항상 계신 만큼, 사용자 분들을 실망시켜 드릴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기준과 투명한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이번 논란에 앞서 한 내정자를 중심으로 ‘투명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직원 대상 설명회 결과 및 검증위원회 보고서의 제언을 반영해 실급검의 운영 기준을 재점검하고 있는 단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실급검 운영 논란이 불거진 만큼 네이버 입장에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운영 기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더욱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내부 검토를 가속화해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또 네이버 측은 “그동안 실급검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무시돼 억울한 측면이 많다”면서도 “이번 계기를 질책으로 삼아 더욱 신뢰를 줄 수 있는 네이버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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