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우리 IT산업은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과 여러 번 마주쳤다. 글로벌 경기 불황, 이제는 만성화된 내수 경기의 침체로 IT산업이 어려운 것이야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꾸준할 것으로 믿었던 몇몇 IT산업의 신화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우리 IT산업은 이전과는 분명히 결이 다른 두려움을 갖게됐다. 어쩌면 지금 우리 IT업계가 느끼는 막연한 상실감과 답답함은 여기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네이버 '라인(Line)'이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에 동시 상장하는 데 성공하고, 또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거듭하는 등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상실감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갤럭시노트 7'의 폭발로 인한 리콜사태와 단종 선언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의 위기, IT산업의 위기라는 점에서 뼈아팠다. 사태가 악화됐던 지난 10월,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갤럭시노트7 이슈로 경영상 막대한 손실을 초래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래 기술이 당장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의 대결, 사람과 기계의 대결이란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지만 곧바로 사회적 담론은 '사람을 대신하게 될 인공지능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로 옮겨졌다. '10년뒤,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것은 것은 결코 유쾌한 상상이 아니었다. 

이와함께 인공지능(AI) 뿐만 아니라 로봇,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쏟아지는 미래 IT 기술에 우리 IT산업은 과연 얼마나 대응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자성이 넘쳤다. 이제 'IT 강국'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민망해졌다. 올해 여름을 강타했던 포켓몬고 열풍은 혁신의 관점은 반드시 IT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은 IT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핀테크 등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가 걸렸던 '창조경제 IT 정책'들은 이제 추진 동력은 가질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IT업계로선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케이(K)뱅크가 금융위의 정식 인가를 받음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에선 처음 탄생했다. 금융산업이 비대면채널 시대로 본격 전환되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가지는 의미가 적지않다.  

디지털데일리는 각 분야별 소속 IT전문기자들의 추천으로 올해 IT부문 10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고, 그것이 같는 의미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선정, 2016년 10대 뉴스>
◆갤럭시노트7, 폭발 및 단종…세계 1위 삼성전자 ‘흔들’ ◆알파고 충격…AI, AR·VR, 자율주행차 등 IT 미래기술 관심 급부상  ◆박근혜 탄핵, 창조경제 IT정책, 사실상 올스톱 ◆첫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발 ◆반도체 호황속 대형 빅딜 ◆해킹당한 사이버사령부, 안보위협 심각 ◆라인, 미국·일본 동시 상장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 ◆글로벌 클라우드 국내 상륙 본격화, IT시장 재편 가속화 (이상 10개)  

①갤럭시노트7, 폭발 및 단종…세계 1위 삼성전자 ‘흔들’ =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연이은 폭발사고로 출시 2개월만에 단종됐다. 갤럭시노트7은 전 세계에서 환불 및 교환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종 전까지 총 306만대의 갤럭시노트7을 판매했다. 재고를 감안하면 500만대 이상 제품이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로 인한 손실을 기회비용 포함 7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및 단종은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의 위상 약화뿐 아니라 스마트폰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심었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배터리 안전성 관련 구설에 휘말렸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출 실적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신제품과 이에 대한 반응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기능 제품의 신뢰성 확보에 성공했는지와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향후 스마트폰 업계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②알파고 충격…AI, AR·VR, 자율주행차 등 IT 미래기술 관심 급부상=인공지능(AI) 진화와  증강·가상현실(AR·V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해였다. 지난 3월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전세계에 AI 돌풍을 일으켰다. 이미 다양한 산업군에 AI가 접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천대 길병원이 IBM의 AI ‘왓슨’을 도입하며 암환자 진료에 들어갔으며, 롯데그룹도 왓슨 기반의 쇼핑 추천에 돌입한다. 

또 아마존(알렉사)과 애플(시리), 페이스북(자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개인비서서비스를 선보였고, 이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애플 등은 자율주행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아우디, 볼보, 테슬라 등도 자체적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국산 AI도 출시됐다. 장학퀴즈에서 수능 만점자를 이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AI ‘엑소브레인’과 솔트룩스의 ‘아담’, 아임클라우드의 ‘에디’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언틱이 개발한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AR 기술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포켓몬 고는 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적 성과물은 아니지만 게임업계에서 사장되다시피 한 AR 기술을 유명 지식재산(IP)과 결합, 실생활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③박근혜 탄핵, 창조경제 IT정책, 사실상 올스톱=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빛을 바랬다. 박 대통령이 늘 참석해 힘을 실어주던 창조경제박람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무색하게 썰렁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자체 예산 삭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나마 창업보육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는 여야의 공감대에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늘어났다.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장 내년 부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이름을 바꿔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 창조경제도 추동력을 상실했다. 

④첫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 지난 12월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K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승인했다. 이로써 2015년 6월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이 발표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첫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이 공식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00% 비대면채널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통해 기존 은행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K뱅크는 이번 본인가를 바탕으로 금융결제원 준사원 정식승인을 통한 대외망 연동작업에 착수한다. 또,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IT・서비스 프로세스 등 전 업무에 대한 점검 및 수행계획 검증을 통해 2017년 1, 2월 중으로 공식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에 필수인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 확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은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KT는 K뱅크의 실질적 산파임에도 불구하고 현 지분구조상 우리은행에 대주주 자리를 내준 상태다. 차후 BIS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준수를 위해 초기 3년간 2-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향후 증자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대주주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⑤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발=통신사업자의 케이블TV 방송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역독점력 강화라는 이유로 무산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강한 반대와 공정위의 석연치 않은 불허결정으로 끝내 양사의 결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불허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IPTV에 가입자를 속수무책으로 내주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원케이블'을 내세우며 사업자간 결속에 나섰다. CJ헬로비전은 매각 무산 후 바이어로 태세를 전환했다. 퇴로가 막힌 케이블TV는 동등결합, 권역규제 유지 등 정책적 배려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IPTV를 보유한 통신사들은 호시탐탐 여건만 맞는다면 케이블TV 방송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IPTV와 케이블TV간 결합 이슈는 내년에도 방송통신 시장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⑥반도체 호황속 대형 빅딜 잇달아=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초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2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되면서 ‘V’자 반등을 기록했다.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11월 누적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 가운데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당분간 반도체 시장은 훈풍이 예상된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대형 인수합병(M&A) 트렌드의 지속이다. 시작은 소프트뱅크가 끊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ARM홀딩스를 7월 234억파운드(약 35조26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10월에는 퀄컴이 NXP를 4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에 품에 안았다. NXP는 2015년 프리스케일을 118억달러(약 13조8886억원)를 주고 품에 안았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작은 물고기가 더 큰 물고기에 먹히고, 이 물고기가 더 큰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화룡점정은 삼성전자가 찍었다. 국내 전자산업 사상 최대인 80억달러(약 9조3480억원)에 하만을 M&A했다. 하만은 대표적인 티어1(1차 협력사) 전장부품 기업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다. 하만의 기술력과 브랜드도 탐나지만 무엇보다 유통력과 얼기설기 얽힌 전장부품 생태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반도체 M&A 바람은 끝나지 않았다. 쓸 만한 기업과 IP가 많이 남아 있어서다. 몇 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빅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⑦해킹당한 사이버사령부, 안보위협 심각=올해에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초유의 해킹사고가 발생했다. 사이버경계라 불리는 사이버사령부가 해킹당해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군 내부망까지 해커가 침입, 군사기밀이 유출 당했다. 보안불감증과 보안의식 부재가 일으킨 참사다.  

해커는 백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배포하는 백신중계서버를 장악해 군 내부망에 침투할 수 있었는데, 가장 큰 과실은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 계룡대 센터에서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망을 연결된 상태로 방치한 것이다. 네트워크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은 덕에 해커는 손쉽게 군 내부망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해킹에 대해 북한 측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올해에도 굵직한 북한발 사이버공격들이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을 통해 2500만 회원정보를 탈취한 인터파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났다. 금융보안업체 이니텍을 해킹해 보안업체가 만든 것 마냥 악성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하고, 외교부·통일부·북한 관련 연구소 등의 임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탈취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사이버안보에 대한 위협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⑧라인, 미국·일본 동시 상장=지난 7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국내 IT기업 처음으로 세계 주요 증시 두 곳에 이름을 올리면서 라인은 물론 모회사 네이버를 보는 눈길도 달라졌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라인 상장일에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지금 강하게 갖고 있는 시장에서 사업여지가 많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을 확장하고 싶은 곳들에 나가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향후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당분간 라인은 일본 시장 영향력 확대와 동남아 지역의 사업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상장 이후엔 ‘제2의 라인’으로 불리는 계열사 스노우에 500억원 투자, 유럽 투자 펀드 코렐리아캐피탈에 1억유로(약 1250억원)를 출자했다.

⑨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 = 구글이 국내 정밀지도 반출 신청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위성사진 블러 처리 등 타협 없이 이른바 ‘구글 스탠다드’를 내세웠고 국내 공간정보 산업계의 반대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끝에 정부협의체 반출 불허 결정을 받았다.
 
구글이 수차례 지도 데이터 반출 실패를 겪고서도 재차 신청한 것은 그만큼 ‘공간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도 데이터는 온·오프라인의 생태계가 연결되는 O2O 시대의 핵심 자산이다. 지도 데이터 위에 위치 등 이용자들의 정보가 쌓이고 구글은 이 정보를 광고사업 등에 활용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구글의 지도 반출로 현행법의 맹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행법엔 지도 국외 반출 시 데이터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⑩글로벌 클라우드 국내 상륙 본격화, IT시장 재편 가속화=올해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시작된 해라고 볼 수 있다. AWS는 올 1월 국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리전(상호 백업이 가능한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지칭)’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5울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MS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이르면 내년 2월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MS는 부산에 독자적인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AWS과 마찬가지로 내년 오픈할 데이터센터는 국내 통신사, 대형 서비스 사업자(SI)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형태지만 사업이 확장되면 독자적인 데이터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IBM 역시 지난 8월 SK C&C사업부(구, SK(주)C&C)와 손을 잡고 판교에 47번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오픈했다. 이는 IBM의 47번째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이밖에 오라클, 구글 등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HPE, 시스코, VM웨어 등은 자체적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축소하는 등 한차례 클라우드 시장 개편이 이뤄진 한해였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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