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빛의 TV’를 표방하며 TV 시장에서 대박을 친 삼성전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디자인의 끝판을 보여준 보르도 TV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TV 시장도 스마트TV로의 진화가 당연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TV는 시장점유율이나 출하량 자체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구축이 잘 안됐다. 애플처럼 TV 시장도 스마트 시대로 진입시켜 확실한 수익모델로 만들고 싶었던 삼성전자는 국내외에서 애플리케이션 경진대회를 열고 개발자 독려에 나섰으나 생각만큼 잘 안됐다. 내부적으로 스마트TV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수준이 기대이하라는 실망감도 나왔다.

2011년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더 빨리 울트라HD(UHD)로 승부수를 던졌다. 3D로 어느 정도 재미를 봤지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기미를 보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기 때문. 결과는 실패였다. 너무 빨리 시장에 나온 UHD TV는 비싼 가격과 콘텐츠 부족에 보급이 수월치 않았다. 그동안 TV나 디스플레이 시장이 이끌어온 원동력이 화면크기와 해상도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매번 같은 트렌드만 내세우지 않고 혁신을 원했던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SD→HD→풀HD→UHD→8K’로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혁신이 어렵다고 본 셈이다.

시장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헛 똑똑이 스마트TV보다는 더 저렴한 가격에 화질 좋은 UHD TV를 원했다. LG전자는 너무 빨리 진입했고 어떻게든 스마트TV로 선구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던 삼성전자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1·2위 사업자가 시장의 요구에 이기지 못한 셈이다. 이후 UHD TV는 2013년부터 활성화됐고 지금은 풀HD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이 됐다. 시장조사업계는 매달 수치를 상향조정하며 UHD TV 시대의 등극을 알렸다.

지금은 어떨까. 2년 연속 뒷걸음친 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약진은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다. 스마트TV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UHD만으로는 그들을 막을 재간이 없다. 내년부터는 8.6세대 라인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이듬해에는 10.5세대 라인이 대기하고 있다. 65인치 UHD TV를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8K도 변수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는 8K로의 진입이 OLED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화면크기+해상도의 조합이 다른 디스플레이 요소, 그러니까 응답속도·시야각·명암비·색재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예단할 수 없지만 좋은 사례가 있다. 과거 브라운관(CRT)에서 평판TV(FPD)로의 전환이 혁신적으로 여겨졌던 이유는 집안 거실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사용자경험(UX)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화면크기와 해상도가 문제였다면 틈새로 나왔던 프로젝션TV가 시장을 지배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화질차원에서 LCD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비해 너무 뒤떨어졌다.

내년에는 돌돌 말아서 쓰는 롤러블이나 투명디스플레이를 이용한 TV가 상용화 차원에서 선보일 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첫 UHD TV가 그랬던 것처럼 대중화에 성공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몇 년 전 선보인 벤더블·플렉시블(커브드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TV가 제대로 판매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8K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CRT에서 LCD나 PDP로 넘어간 수준의 파급력이 필요하다. 삶과 UX를 모두 바꿀 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해석해내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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