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구글, 혁신 기업서 먹튀로…정밀지도 반출 시도했다 된서리

2016.10.18 08:35:05 / 이대호 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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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1대5000 정밀지도 반출을 시도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구글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전개다. 그동안 구글은 인터넷 혁신을 주도해온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국내에 비쳐졌으나 지난 6월 정부에 네 번째 지도 반출 신청 이후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드러난데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선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총괄이 의원들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불성실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조세 회피 의혹에 잇따라 1000만달러 국내 투자 계획 이행 관련한 국감 질의엔 “잘 모른다”고 답해 먹튀 기업이란 오명도 붙었다.

◆구글, 국내법 노이로제 걸렸나=정밀지도 반출 이슈를 되짚어보면 구글이 노이로제가 걸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국내법을 회피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입장 표명이 필요할 땐 ‘미국법을 따르는 회사’라는 면피용 카드를 꺼낸다. 실제로 2014년 국내 시민단체들이 구글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구글의 주장이 그랬다.

당시 구글은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 약관 또는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구글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꼬집었다. 위치정보사업 허가를 구글코리아가 받았는데 실질적인 사업은 구글 본사가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법 회피가 가능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주요 쟁점 및 시사점’ 자료 발췌

국내에서 허가 없이 위치정보사업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신고 없이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하는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구글코리아가 아니라 구글 본사가 우리 국민의 위치 정보를 취급, 관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글이 우리 국민의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개인이나 국가에서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데이터 주권’ 문제도 불거진다. 현행법엔 지도 데이터 반출 이후 사후관리 규정이 없다. 구글에 정밀지도를 내어줄 경우 우리 국민 사생활을 유추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어떤 식으로 활용해도 정부가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2014년 국내 시민단체 소송과 같은 일이 재차 불거졌을 때 구글이 어떤 입장이 취할지는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그 당시에 구글의 진면목이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자책골 넣은 구글, 지도 반출 명분 잃어=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구글의 조세 회피는 물론 위법 행위, 투자금 먹튀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뒤 지도 반출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쉽게 말해 구글은 자책골을 넣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구글이 외부에 입장을 밝힐 때마다 여론이 나빠졌다. 협의하려는 자세 없이 모르쇠 또는 고압적 태도를 견지한 까닭이다. 그 와중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도 반출에 통상 압력을 행사하는 등 국민의 반감을 사는 일도 있었다.

앞선 국회 토론회와 국감에서 드러났듯이 구글은 이미 지도 반출의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지난 8월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사진>는 국회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구글 지도를 서비스 중인 전 세계 200개 국가 중 199개국에서 (완전한) 길찾기 서비스가 됩니다. 안 되는 나머지 한 나라가 어딘지 아시겠죠”라고 청중에 되물었다.

권 매니저는 구글이 199개국에서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한국에만 부가 기능을 서비스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구글이 1대5000 정밀지도 반출을 위해 내세운 주된 논리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이 같은 주장이 1대5000 정밀지도를 반출하기 위한 억지 논리였다는 게 드러났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14일 국감에서 “다른 국가에선 1대2만5000보다 낮은 축적 지도를 가지고도 지도 서비스를 하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만 무리하게 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진측량원격탐사학회(ISPRS) 조사 자료

국제사진측량원격탐사학회(ISPRS)가 201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중 1대2만5000 축척 지도조차 온전히 갖추지 못한 나라도 많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1대2만5000 축적 지도로 나타나는 지역은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현 총괄은 국감에서 1대5000 지도가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각 나라마다 축척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며 “본사 지도팀 이야기를 듣기로는 1대2만5000 지도 가지고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UN-글로벌공간정보관리위원회(UN-GGIM)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이미 도보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에서도 1대2만5000 혹은 그보다도 낮은 축척의 지도가 확인되고 있다.

1대2만5000 축적 국내 지도의 경우 이미 국외반출이 가능하다. 구글이 국내에서 완전한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구글이 지금까지 내세운 지도 반출 논리를 뒤집어야 할 때가 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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