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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진입했지만 ‘빅뱅’ 이후 갓 태어난 우주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전하다. 당분간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산업이나 기업,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전략 속에서 갖은 전술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모든 사물이 아무런 의미 없이 데이터를 만들고 사용자와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조건 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IoT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느냐다. 누구나 IoT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데이터의 흐름을 종말단계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예컨대 지금과 같은 디지털 세상이 이뤄지기까지 반도체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IoT 시대에서도 변함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연평균성장률(CAGR)은 7%를 기록, 연간 4000억달러(약 457조2400억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장규모가 3674억달러(약 440조1000억원)을 나타내 전년 동기(3536억달러) 대비 4%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20년 IoT가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IoT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흐름이다. 어떤 의미로 IoT는 다양한 개념과 철학의 집합체로 눈에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통합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국 IoT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 필요한데, 인텔의 경우와 같이 ‘성장의 선순환(Virtuous Cycle of Growth)’처럼 구체화된 설계가 필수적이다.

인텔은 단순히 마이크로프로세서, 낸드플래시와 같은 반도체를 설계·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현실세계에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클라우드만 하더라도 IoT에 있어서 반드시 구축되어야 하지만 본질을 제대로 꿰뚫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텔 클라우드 전략은 성장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관련된 모든 기업과의 연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글이 더 강력한 검색엔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아마존이 쇼핑을 더 풍요롭게 하며, 애플이 스마트 기기를 하드웨어 차원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풀어 말하면 각 프로세서는 다양한 솔루션에 녹아 들어가 안전하고 쉽게 각 기기를 연결하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한다. 그리고 분석을 통해 데이터의 가치를 만들어 다시 개개인과 각 사물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순환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IoT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시너지 효과로 바꾸는 것을 가능케 한다.

◆불확실성 줄이면서 구체적 협업에 초점=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과 같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공통적으로 지금보다 더 빠르고 유연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인텔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적극적으로 밀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편적으로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만 공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접점마다 통신 데이터와 함께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5G가 데이터 전송속도의 한계를 넘어서 더 똑똑한 네트워크라는 점을 감안한 덕분이다.

네트워크 위쪽으로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하지만, 아래쪽으로는 더 적은 전력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칩이 필수적이다. VR에서는 실시간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를 나누는 것부터 도면으로만 설계된 건물에 미리 들어가 보는 경험, 혹은 한 시간에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드론의 시점에서 조종을 하는 데에는 실시간 통신이 필요하다.

네트워크적인 부분 외에도 각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도 실시간에 대응하고 다시 5G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모뎀 기술까지도 결국은 반도체의 영역이다. 통신 속도의 발전과 반도체 기술의 성장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텔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 언제든 협업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성장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개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통신은 네트워크 그 자체만의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구성부터 업계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수요가 만들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술이 동시에 고민된다. 앞으로 네트워크의 가치는 영화 다운로드 속도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나’의 기준으로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인텔이 건넨 성장의 선순환은 경험, 이론, 계산에 그쳤던 기존의 관점을 4차 산업혁명에 알맞게 최적화시켰다고 봐야 한다. 누구나 IoT를 외칠 수 있지만, 아무나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먼저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 자체가 관전 포인트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인텔이 인수합병(M&A)한 업체의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였다. 분야별로는 임베디드(내장형제어)부터 보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VR, AI가 망라됐다.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가능하다. 준비가 되어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황의 차이는 크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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