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공지능’의 현주소는?…업계 최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2016.04.15 17:52:44 / 이대호 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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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재준 상무 등 핵심 연구인력 3인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 딥마인드가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고민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 AI’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간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바둑은 졌을지 모르나 스타크래프트는 인간이 우세하다’이다.

그렇다면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AI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업계 최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사진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준수 차장, 이재준 상무, 이경종 팀장

국내 게임사 중엔 엔씨소프트(www.ncsoft.com 대표 김택진)가 유일하게 AI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타 게임사에선 전담조직을 갖추고 게임 AI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엔씨소프트 AI센터에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AI 연구 활동은 세계적으로도 발 빠른 대응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AI랩(Lab) 조직으로 첫 발을 뗐다가 온라인게임의 차별화와 기술적 한계 돌파구로 AI를 점찍고 인력과 지원을 늘려 연구센터로 승격시켰다. 지금은 센터 내 50여명이 게임 속에 AI를 녹여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4일 게임기자연구모임 주최로 엔씨소프트 판교 R&D 본사에서 AI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이재준 상무와 함께 이경종 팀장, 이준수 차장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문가들도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선 인간이 이겨=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크래프트 AI가 인간 최고수를 이기기엔 아직은 먼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이재준 상무는 “실제로 굉장히 어렵다”면서 “(바둑을 이긴) 알파고보다 어려운 문제다. 학자들도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면서 한 번씩 주거니 받거니 게임이 진행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게임이다. 상대방 정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략을 예측하면서 지형 분석과 병력 구성 배치 그리고 유닛 컨트롤까지 동시에 해내야 한다. 물론 AI의 유닛 컨트롤은 인간 수준으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스타크래프트 AI 경진 대회가 매년 열린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AI도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은 AI가 상황에 따라 1점사(한 유닛만 집중적으로 공격)를 하거나 치고 빠지기도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등 인간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앞서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스타크래프트 인간 최고수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수 차장도 “RTS(실시간전략)게임이라 AI가 최적화된 결정을 매번 내려야하는데 이게 어렵다”면서 “바둑의 성공이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이어지기엔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블소 AI 캐릭터도 프로 게이머에겐 진다=현재 엔씨소프트의 AI 연구사례는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소울’(블소)에 적용돼 있다. 블소의 무한의탑 콘텐츠에서 이용자들은 강화학습 기반의 AI 캐릭터와 실시간 대전을 벌이게 된다.

이 캐릭터는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대결을 거칠수록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간다. 이젠 웬만한 실력자라도 블소 AI 캐릭터가 이긴다. 그래서 일부러 제한을 뒀다. 키 입력 뒤 캐릭터가 반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딜레이타임)을 늘려놓은 것이다. 이 지연시간을 줄여놓으면 사람이 키를 입력하는 순간 AI 캐릭터가 어떤 기술이 나올지 간파해 곧바로 대응에 나선다.

그러나 프로 게이머와 붙을 땐 지연시간을 줄인 AI 캐릭터도 한수 접고 들어간다. 이경종 팀장은 “프로게이머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데 이들의 노림수를 아직은 AI가 당해내지 못한다”며 “알고리즘을 더 개선하기 전엔 프로게이머를 이기기 어렵다”고 밝혔다.

블레이드&소울 비무 AI 캐릭터에 강화학습 기술이 적용돼 있다.

◆게임 AI, 아직은 기초 수준=그렇지만 국내외 게임 AI의 현주소에 비쳐봤을 땐 엔씨소프트의 AI 캐릭터는 상당히 앞서있는 기술이다.

이 팀장은 “학술대회에서 게임 AI가 연구되고 있는데 (인간의 개입 없이) 모바일게임 퍼즐을 자동 생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던전을 매번 새로 구성하는 등의 콘텐츠 수준으론 아직 못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AI 학술대회에서 게임에 적용할 만한 여러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게임 스토리를 자동으로 만들거나 사람과 관계를 맺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캐릭터에 AI 기술이 들어가는 식이다. 이 상무는 “실용화 단계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국내선 기초적 AI 연구 거의 안 돼=이재준 상무는 국내 AI 연구 환경에 대한 쓴 소리도 했다. 국내에선 거액의 연구기금 기부나 기업이 진행하는 AI 관련 과제가 부족해 교수들이 정부 과제에 매달린다.

그러나 정부에선 빨리 성과가 나오는 것을 위주로 과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기초적 AI 연구는 어렵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연구과제로 빨리 성과가 나오는 것들 위주로 하고 롱텀으로 길게 주는 것은 많지 않다. 기초적인 인공지능 연구를 제안하면 한 거 또 하냐고 하면서 연구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준수 차장은 연구인력 채용과 관련해 “AI 관련 채용을 할 땐 패턴인식이나 기계학습 등을 전공한 분들이 지원한다”며 “인공지능을 하신 분들은 찾기가 어렵다. 인력 충원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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