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권고안에 담긴 보상질환 대상이 사실상 ‘제한이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엉터리라는 의미다.

조정위는 지난 23일 조정권고안을 발표하며 삼성전자가 보상해줘야 하는 질환 대상을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12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군, 3군으로 분류되는 생식질환(유산 등), 차세대질환(선천성 기형, 소아암), 희귀질환(다발성경화증, 전신경화증 등), 희귀암(두경부 종양 등)의 하부 질환까지 모두 나열하면 명목상 총 질환 대상은 28가지로 늘어난다. 수영, 체조, 복싱 종목을 얘기하다 구기, 육상 같은 상위 분류 기준을 슬쩍 섞어서 제시한 것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보상질환 대상 범위는 더 넓어진다. 차세대질환(직원 2세)에 포함돼 있는 소아암은 만 15세 안팎 이하의 아동에 발생하는 암을 모두 지칭하는 개념이다. 선천성 기형도 그 범위가 넓다. 조정위는 신생아에게 발생하는 모든 기형적 문제를 삼성전자 책임으로 돌렸다. 두경부(頭頸部) 종양은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뇌와 눈을 제외한 코, 혀, 입, 인두, 감상선, 후두, 침샘 등에 생기는 모든 암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두경부 종양으로 분류되는 갑산성 암의 경우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암 발병자 가운데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조정위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이 모든 질환에 걸리면 ‘책임은 삼성이 지라’고 했다. 발병과 근무의 인과 관계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치료비와 보상금을 주라고 권고한 것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무력화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도저히 삼성전자가 받을 수 없는 권고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생식질환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조정위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유산, 불임 되면 회사 책임’임을 인정하라는 식이다. 인공적 피임과 불임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고, 유산 그 자체는 최근 현대인의 공통된 문제인데 단순히 삼성전자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문제의 책임을 전적으로 회사에 묻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조정위는 질환 범위에 대해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이러한 질환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개연성 또는 의심이 있다”고 설명했으나 그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도 백혈병에 대한 과학적 조사에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한 바 없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업무상 질병 범위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3항, 별표 3)이 적시돼 있다”며 “이 목록에 질병이 추가되고,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으려면 치열한 과학적 역학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정위의 권고안은 여러 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조정위는 지난 4개월간 의료, 법률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 전문가 집단이 어디인지,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조정위 구성 자체가 편파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백도명 서울대학교 안전보건학과 교수는 그간 왜곡, 잘못된 사실(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벤젠이 검출됐다는 식)을 외부로 알리는 식으로 삼성전자를 공격해왔던 인물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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