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의 반올림에 대한 평가다. 그간의 협상을 질질 끌어왔던 주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반올림이라는 얘기다. 그들은 “반올림은 삼성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올림이 정치집단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쯤에서 반올림의 요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의심)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운 뒤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언뜻 그럴 듯 하게 들린다. 그러나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요구안이 특히 그렇다. 반올림 요구안에 따르면 삼성은 어떤 화학물질을 얼마나 사용하는 지 ‘조건없이’ 공개해야 한다. 제 3의 기관 등을 통해 종합진단을 받아야 한다. 사업장별로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한다. 매년 외부 감사단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종합진단 실시 기관은 반올림이 지정한다.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 감사위원의 절반은 반올림이 추천한다. 사실상 삼성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요구를 삼성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떤 기업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까. 민간 기업 깊숙한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반올림은 무슨 자격이 갖고 있나.

반올림은 ‘직업병 피해자가 더 늘어나면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런데 알고보면 위선이다. 반올림을 이끄는 핵심 인사의 직계 가족은 아직 삼성 계열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은 ‘직원을 죽음으로 모는’ 기업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도 삼성을 그렇게 그렸다. A씨는 “나 같으면 당장 때려치라 했을텐데, 그러니까 위선이지요”라고 평가했다.

반올림에 속해 있던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 및 가족 8인 가운데 6명이 나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를 꾸린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다. 이런 대책위에 대해 반올림 측은 “돈 몇푼 받고 끝내려고 한다”고 호도했다. 당사자들은 “우리가 떨어져 나온 것은 반올림이 우리 의견을 묵살했고, 협상을 진전시킬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해 의심 당사자 대부분이 떠난 반올림은 이제 무슨 자격으로 삼성 속에 들어가려 할까. 또 다른 ‘피해(의심)자’를 끌어모을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데시벨 원칙’이 더 이상 통용돼선 안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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