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700MHz 주파수를 향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집착이 도를 넘었다.

공개적인 토론회 석상에서 “주파수가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데 책임질 것이냐”는 식의 발언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측의 입장만 보도하며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22일 ‘700MHz 공공대역 설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민수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주파수 재배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 교수는 미래부의 ‘모바일광개토플랜2.0’이나 ‘국가재난안전망계획’ 등에서 주파수 관련 정책을 발표한 것이 위법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파법에 “주파수 대역정비 시 동일한 용도 안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주파수 분배표상 방송용으로 정해져있는 700MHz 대역 일부를 통신에 할당한다는 ‘모바일광개토플랜2.0’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 교수는 방송용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미래부의 ‘광개토플랜’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지상파 방송 3사는 일제히 고 교수의 주장을 자사 뉴스시간에 보도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식의 보도 뿐이었다.

그렇다면 고 교수의 주장,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처럼 미래부가 위법에 월권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디지털전환으로 회수된 700MHz에서 40MHz폭을 통신용으로 배정하는 결정은 다름 아닌 방통위가 의결(2012년 1월)한 것이다. 또한 정부조직개편 및 전파법 개정으로 미래부가 주파수 분배 권한을 이관 받았고 ‘광개토플랜2.0’에서 40MHz폭에 대한 할당계획이 발표됐다. 주파수 분배 및 할당은 미래부 장관의 권한이기 때문에 통신용도 배정 역시 주파수 분배표 고시개정, 주파수 할당 등을 통해 적법하게 이행될 수 있다는 것이 미래부 입장이다.

미래부는 주파수 분배표 고시개정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012년 1월 광개토플랜에서 통신용 배정 및 분배대역을 의결했지만 당시 700MHz 대역에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분배표 고시를 개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주파수 할당이 필요해지면 동 대역에 대한 주파수 분배표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정책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며 “방통위나 미래부에 확인만 했어도 나올 수 없는 보도가 일방적, 의도적으로 나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700MHz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달 7일 국회서 열린 ‘재난통신망 정책방향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MBC 관계자는 “지상파가 새로운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지상파 방송 자체가 생존 위협을 받게 되면 재난방송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주파수를 주지 않으면 무료보편적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어 SBS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가 재난망이 없어서 일어난 것이냐. 기관간 소통, 콘트롤이 안 된 것이 문제다. 방송사는 재난이 발생하면 다른 방송 중단하고 재난방송에 할애한다. 통신사들은 왜 방송사와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통신사가 3개나 되는데 왜 자가망을 구축하려는지 의구심이 든다. 수조원 들어가는 재난망을 빨리 구축할 것이 아니라 재난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장비 등 현실적 방안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주파수는 특정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신, 방송, 재난 등 무수히 많은 곳에서 주파수를 필요로 하고 정부는 토론회 등 많은 의견을 수렴해 최종 수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재난망 구축 방식 역시 대부분 전문가들이 자가망이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은 방송처럼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할 수는 없다. 침몰하는 배 안에 있는 이용자나 해경 등 구조대나 육지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다른 이용자들도 모두 통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통신으로 용도가 정해진 40MHz폭 이외에 나머지 용도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방통위원들이 원점에서 할당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최 위원장이 입장을 바꿈에 따라 향후 방통위와 미래부간 주파수 할당논의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재난통신망 용도로 20MHz폭 할당이 유력한 가운데, 나머지 대역폭이 어느 산업에서 이용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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