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의 ‘이상한’ 교육용 태블릿 기자회견

2014.05.29 16:16:28 / 한주엽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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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인텔코리아는 2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 전용 태블릿 및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인텔 에듀케이션 솔루션’으로 국내 스마트러닝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교육 및 공교육 시장을 적극 공략해 태블릿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텔이 공개한 표준형 교육 태블릿은 대만 ECS가 생산한 것으로 국내 유통은 ‘아이아리랑’이라는 업체가 담당한다. 이미 지난 3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아리랑은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수의 업체와 협약을 맺고 인텔 태블릿 위에 맞춤형 플랫폼을 제작,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텔코리아는 이날 행사 현장에서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에듀박스, 능률교육, 잉글리쉬무무, 웅진씽크빅 등 약 20여개의 국내 대표 교육 업체들이 참석해 인텔코리아와 협력 내용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아이아리랑이 인텔 칩이 탑재된 태블릿 위로 능률교육 콘텐츠에 맞는 플랫폼을 개발해 공급하면 능률교육은 해당 제품을 자사 교육 사업에 활용하거나 각 지역 초, 중, 고등학교에 직접 영업 활동으로 공급하는 그림이다. 인텔코리아는 자사 칩이 탑재된 교육 태블릿에 관한 직접 영업은 하지 않으나 마케팅과 홍보 등 측면에서 간접적 지원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기자회견도 그렇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텔 칩이 탑재된 태블릿은 전파인증 완료 후 올 3분기부터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는 “인텔 교육 솔루션은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높은데다 콘텐츠 생태계를 확보했기 때문에 국내 스마트교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인텔코리아의 기자회견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짓말을 했다. 인텔은 이날 현장에서 배포된 보도자료에 이렇게 썼다.

“교육용 플랫폼 개발업체인 아이아리랑을 비롯하여 에듀박스, 능률교육, 잉글리쉬무무, 비상 ESL, 대교CNS, 미래출판전략연구소, 이퍼블릭, 박문각(에듀스파), 고려이엔씨(비타에듀), 삼성비엔씨, 생각제곱(K수학), 책아책아(잉글리쉬몬스터), 이랩에듀, 이베이코리아(옥션), 지엠(테마북), 턴온, 화신교육, 두두림, P Turn 에듀케이션, 한국 교육 평가 연구소 등 약 20여개의 국내 대표 교육 업체들이 참석하여 국내 스마트러닝 시장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한 인텔코리아와 교육업체간 협력 내용을 발표했다.”

거짓말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체는 13개였다. 말미에 “협력 내용을 발표했다”는 문장을 보면 이미 협력이 성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협력하기로 했으니 이 행사에 오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김정한 인텔코리아 교육사업 담당 이사는 “몇 개 정도만 협력이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심지어 행사에 참석한 두두림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선 공교육 영업 현장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싶다”고 질문했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홍보이사는 “오후에 자세한 설명회를 개최하니 그때 질문해달라”고 말했다. 협력을 이미 했고, 이를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협력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이다.

인텔코리아는 오후 e메일로 재배포한 보도자료에 “협력 내용을 발표했다”라는 문장을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로 슬그머니 고쳐썼다. 이는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위상에는 걸맞지 않는 태도다. 누군가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20여개 교육 업체와 협력을 성사시켰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둘째, 현실과 동떨어진 시장 상황을 마치 사실인 듯 발표했다.

홍승연 아이아리랑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2015년 전자교과서가 전면 적용된다”며 “2017년 스마트 콘텐츠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는 다르다. 교육부는 기존 스마트교육 전략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사업 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불과 이틀 전인 27일 교육부가 주최한 ‘디지털교과서 및 스마트교육 전문가 토론회’에서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은 “디지털교과서 도입시기를 2018년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협력을 구하기 위한 자리여서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것인가?

셋째, 공교육 시장의 개별 발주 시스템에 관해 비판.

홍 대표는 스마트교육의 문제점으로 “정부 주도 일괄 입찰 방식이 아닌, 학교장과 지자체 교육청의 별도 발주 시스템은 예산의 한계, 스마트교실의 실효성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희성 사장은 “인도나 말레이지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매를 하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일괄 입찰은 우리 희망사항이고 각 학교가 자율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는 학교도, 들어가지 않는 학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싼 값에 교육용 태블릿을 보급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일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국내 공공 조달 시장에서 정부가 하위 기관에 일괄적으로 발주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일부 단체가 교과서 자율 선택권을 방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교과서 장비를 정부가 일괄 발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접 물건을 파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면 ‘좀 더 편하게 팔고 싶다’는 말로 알아듣는다. 비싼 태블릿 칩 가격을 상쇄시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인텔이 저렴한 ARM 기반 칩 태블릿을 누를 수 있을까?

넷째, 경쟁사 제품 대비 저렴한 점을 강조했지만

인텔과 아이아리랑은 이날 인텔 교육 태블릿이 대충 얼마 정도의 가격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가격 발표를 꺼렸던 이유는 ‘미래의 협력사’가 될 수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섯째, 독점 유통사는 누구인가?

현영권 아이아리랑 부사장은 자사가 인텔 교육용 태블릿의 국내 독점 유통사라고 밝혔지만, 김정한 인텔코리아 이사는 “독점이 어디있나,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났다. 인텔을 비롯한 이들 생태계의 사업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듯 싶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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