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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상장사 휩쓴 블록체인‧NFT…신사업일까 ‘주총 시즌’ 마케팅일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도래했습니다. 상장사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앞으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죠. 이번주에는 여러 기업의 주총 안건이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업종에 상관없이 여러 상장사들이 제시하는 안건이 있습니다. 바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메타버스 등을 추가하는 건데요.

기존에 블록체인이나 NFT 사업 진출을 예고했던 게임사, 엔터테인먼트사들만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게 아닙니다. 뚜렷한 연관성이 없던 기업들도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정관 변경을 시도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블록체인 및 NFT 기술이 주류가 됐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으나 지난 2017년 말 ‘가상자산공개(ICO) 붐’을 보는 것 같다는 우려도 뒤따르는데요.

이번주 <주간블록체인>에서는 블록체인과 NFT가 주총 시즌의 ‘핫 키워드’가 된 현 상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업계의 평가를 다뤄보겠습니다.

◆조명업체, 철강업체도 ‘NFT’…상장사 휩쓸었다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상장사들은 해당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정관을 변경해야 합니다. 정관 변경은 주총 안건으로 올라오게 되는데요.

올해 주총 시즌의 ‘핫 키워드’는 그야말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입니다. 상장사들이 너도나도 사업 목적에 해당 키워드들을 넣고 있는 것이죠. 여러 상장사들이 ‘신사업’ 하면 바로 NFT, 메타버스 등을 떠올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에 사업 진출을 예고했던 기업들이 이런 수순을 밟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를 들면 LG전자나 컴투스, 크래프톤 같은 게임사, 그리고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엔터사들이 있습니다.

LG전자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합니다. LG전자는 지난해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며 관련 서비스 개발을 예고했고, 올해 초에는 LED 사이니지에 NFT 플랫폼을 탑재한 바 있습니다.

또 앞서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올해 신사업 목표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개발, NFT 아이템 제작 등을 내세웠습니다. 따라서 게임사들이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NFT 등을 추가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죠.

일레로 컴투스도 오는 29일 주총에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타 정보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크래프톤도 오는 30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을 추가합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이 LG전자나 컴투스 같은 건 아닙니다. 반전도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사업 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코스닥 상장사들도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있는 건데요. 조명, 철강에 이르기까지 업종도 다양합니다.

예를들어 램프 제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조명은 오는 30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NFT등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및 관련사업’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또 철강기업인 제일제강도 사명을 ‘제이스코홀딩스’로 바꾸고, 28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가상자산 관련 사업 ▲NFT의 제작, 인증, 중개 및 판매사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할 예정이고요.

‘상상인저축은행’으로 잘 알려진 정보통신기업 상상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상인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NFT의 제작, 인증, 중개 및 판매사업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투자 및 관련 서비스업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업을 사업 목적에 포함시킨다고 했습니다.

◆‘리버스 ICO’ 2탄? 비판 벗어나려면

이런 상황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우선 그동안 규제 리스크로 인해 뒷전이었던 가상자산‧블록체인 산업이 주류로 올라서고, 산업 내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 장점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산업에 새로 들어오는 기업들이 대부분 상장사인 만큼, 가상자산 시장 초기 때처럼 스캠(사기) 프로젝트가 난립할 가능성도 적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우려도 뒤따릅니다. 기존 사업 영역에서 성장이 멈췄거나, 뚜렷한 매출 상승이 없는 기업들이 유행처럼 블록체인‧NFT 사업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런 현상이 2017년 말 ICO 붐, 특히 ‘리버스 ICO 붐’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리버스 ICO는 기존에 서비스를 가지고 있던 기업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당시 성장이 멈춘 기업들이 리버스 ICO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리버스 ICO 프로젝트들이 성공하지 못했고요.

리버스 ICO 프로젝트들이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는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 그리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지만, 블록체인 산업의 진입장벽을 예상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든 면도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은 2017년 말에 비해 훨씬 시장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블록체인 산업은 전문인력과 깊은 이해도가 필요한 산업군으로 통합니다.

또 시장규모가 커진 만큼 시장 내 투자자의 이해도도 높아졌으므로 시장 진출에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NFT 시장만 하더라도 승승장구하는 NFT 프로젝트들도 있으나, 시장에 나온 NFT 중 90% 이상은 투자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NFT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상장사들이 이 같은 비판을 피하려면 무작정 정관을 변경하기 전에 충분한 인력과 기술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과 블록체인 기술 간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증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존 사업과 블록체인 기술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지, 가상자산이나 NFT를 발행한다면 그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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