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의 경제 미디어 '딜라이트닷넷'이 올해로 창간 17주년을 맞이했다. 17주년 창간 특집 기획으로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AX(인공지능 전환)'의 조건을 집중 조망한다. 특히 헬스케이(의료)·금융·제조 등 버티컬 AI 현장과 핵심 인프라 경쟁을 짚어보고, 규제·보안·거버넌스·ROI 등 산업 현장의 지속 가능한 생존 해법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아울러 업무 동반자로 진화한 2026년 AI 생태계 속에서 기업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강소현 기자] 통신3사가 AI 데이터센터(AIDC)를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하나의 인프라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다.
◆ SKT, AIDC 몸집 키우려 개발·운영 분리…관건은 ‘통합 실행력’
SK텔레콤이 택한 방식은 분리다. 신규 AIDC 개발은 지난 7월 출범한 SK하이퍼에 맡기고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과 확장은 SK브로드밴드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SK호라이즌이 담당한다. SK텔레콤은 전체 사업전략과 글로벌 협력을 총괄한다.
배경에는 AIDC 특유의 자본 부담이 있다.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전력 확보, 건설 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먼저 투입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개발 사업과 운영 자산을 한 회사 안에 두기보다 성격에 따라 나누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위험과 수익을 구분하기 쉽다.
실제로 SK텔레콤은 SK호라이즌에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3조800억원을 유치했다. 자체 투자만으로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대신 외부 자본을 활용해 대형 AIDC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다만 사업을 나눈 만큼 협업 부담은 커졌다. AIDC는 개발과 운영이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운 사업이다. 전력과 부지, 통신망, 장비, 고객 계약이 동시에 맞물리기 때문이다. 향후 SK하이퍼가 개발한 자산을 누가 보유하고 운영할지에 따라 법인 간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한다.
결국 SK텔레콤의 실험은 전문화를 통해 자본 효율을 높이면서도 하나의 사업처럼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법인을 나눈 것이 확장 속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지, 오히려 의사결정 단계를 늘리는 요인이 될지가 향후 AIDC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 KT, 쪼갰던 클라우드 다시 품나…‘AX 플랫폼’ 위한 인프라 통합
KT는 SK텔레콤과 상반된 전략을 택했다. 2022년 분사한 KT클라우드의 재합병 가능성을 검토하며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본사 중심으로 오히려 다시 묶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분사 당시에는 클라우드와 IDC 사업의 전문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PU가 들어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이를 기업과 이용자에게 연결하는 통신망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박윤영 대표가 제시한 ‘AX 플랫폼 컴퍼니’ 전략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KT는 향후 3년간 정보보안·IT와 네트워크에 약 12조원, AI 인프라에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약 5조원을 들여 총 1GW 규모 AIDC를 추가 구축하고 중앙 AIDC와 산업 현장 인근의 AI 엣지를 연결한다.
KT가 6G와 위성, 데이터센터 상호연결(DCI), 해저케이블 투자까지 함께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데이터센터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AI 연산이 오가는 경로 전체를 사업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전국 AIDC와 통신망, 과금·정산 역량을 활용한 ‘토큰 팩토리’도 인프라를 실제 수익모델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다만 조직을 합친다고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중심 전략과 자체 클라우드 사업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남아 있다. 결국 재합병의 성패는 인프라를 한 조직에 모으는 것보다 그 위에서 KT만의 AX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 LGU+, 파주 AIDC로 정면승부…‘운영 잘하는 사업자’ 넘어서야
LG유플러스의 선택은 비교적 명확하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AIDC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2027년 첫 동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파주 AIDC가 있다.
파주 AIDC는 총 5개 동, 연면적 약 15만2000㎡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약 200MW의 전력을 확보했으며 LG유플러스는 2030년까지 전체 AIDC 규모를 600M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별화 지점은 전력과 냉각이다. AI 서버는 GPU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발열도 커진다. 기존 데이터센터처럼 공간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보다 고집적 서버를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위해 파주 AIDC에 공랭과 액체냉각을 함께 적용하고 엔비디아 차세대 GPU까지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UPS 배터리, LS일렉트릭과 공동 개발 중인 배전 시스템도 활용한다. AI 기반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리시스템(DCIM)은 자체 개발 중이다.
다만 운영 경쟁력만으로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과제다. LG유플러스가 제시한 2030년 누적 AIDC 수주 5조원 목표도 현재는 코로케이션 사업 비중이 크다. 결국 상면과 전력을 빌려주는 데서 벗어나 설계·시공·운영과 AI 서비스를 얼마나 함께 제공할 수 있느냐가 다음 단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 결국 ‘얼마나 지었나’보다 ‘어떻게 돈 버나’
통신3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DC 사업을 키우는 이유는 통신망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사업환경과 맞닿아 있다. 반면 AI 시대에 필요한 투자 대상은 데이터센터에서 6G, 위성, 해저케이블, 엣지 인프라까지 계속 늘고 있다.
투자 여력은 오히려 빠듯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SK텔레콤과 KT의 설비투자비용(CAPEX)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3.3%, 70.1%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21.5% 늘었지만 5G 단독모드(SA) 전환 등 영향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향후 통신사의 AI 경쟁은 인프라 규모 자체보다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모델 확보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서비스별로 다른 품질을 제공하거나 GPU와 클라우드, 통신망을 하나의 AX 상품으로 묶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정책 지원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만 볼 게 아니라 실제 국내 AI 산업에 어떤 부가가치를 남기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은 국내에서 공급하면서 GPU와 AI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대부분을 해외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면 투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AI 시대에도 데이터센터 공간과 회선, GPU를 공급하는 데 머물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나 전문 데이터센터 업체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실제 기업이 구매할 수 있는 AI 서비스로 연결하고, 여기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는 사업자가 결국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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