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기훈 람다256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람다256]
“스테이블코인 확산되면 기존 금융·블록체인 경계 흐려져”
계좌·지갑 사이 자금 흐름 연결…AI가 STR 초안 작성까지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기존 금융과 블록체인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은 이미 쓰고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온체인까지 넓혀 그 사이의 빈틈을 메워야 합니다.”
남기훈 람다256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금융회사도 기존 계좌 중심의 AML 체계를 블록체인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기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기보다 계좌와 블록체인 지갑 사이에서 끊기는 자금 흐름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남 CTO가 특히 주목한 것은 디지털 자산이 원화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은행이 가상자산을 직접 취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거래소를 거친 자금이 원화로 바뀌어 고객 계좌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 CTO는 “은행이 가상자산을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고객 계좌로 들어오는 자금 중 일부는 이미 거래소를 거쳐 나온 자산”이라며 “이 돈이 원화로 바뀌는 순간 온체인 기록은 끊기고, 은행 계좌에는 평범한 입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정산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계좌와 블록체인 지갑을 오가는 자금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계좌 쪽 모니터링과 지갑 쪽 모니터링이 각각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두 영역이 연결되지 않으면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전체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CTO는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도 사후 보고에서 실시간 탐지와 차단, 그리고 그 판단을 나중에 설명할 수 있는 기록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연동하고 룰을 검증해 실제로 운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일에 맞춰 착수하면 첫 보고 건부터 수작업으로 감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 디지털 자산 컴플라이언스는 규제 당국과 시장이 함께 자동화를 확대하는 단계다. 남 CTO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AI 기반 심사분석시스템 도입과 가상자산 분석 도구 활용을 늘리고 있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도 머신러닝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자체 운영하고 있고, 시중은행 역시 차세대 AML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에 특화된 온체인 FDS·AML 영역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기존 AML 뜯어고칠 필요 없어”…계좌·지갑 사이 빈틈 메운다
금융회사의 기존 FDS와 AML 시스템은 계좌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온체인 분석 솔루션은 블록체인 지갑의 거래 내역과 자금 이동을 추적하는 데 특화돼 있다.
문제는 두 영역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기존 AML만으로는 블록체인 지갑으로 넘어간 자금까지 한 화면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반대로 온체인 분석 솔루션만으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 정보와 결합해 국내 금융정보분석원(FIU) 규정에 맞게 의심거래를 판단하고 보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의심거래보고(STR)를 작성할 때 필요한 자료가 계정계와 정보계, 대외계 등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는 문제도 있다. 담당자가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필요한 자료를 직접 확인해야 하고, 규제가 바뀌어 탐지 규칙을 수정하면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람다256은 이 같은 문제를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람다256은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에서 출발해 2019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금융·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인프라와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 블록체인 노드 인프라 플랫폼 ‘노딧(Nodit)’, 온톨로지 기반 데이터 분석 솔루션 ‘클레어(CLAIR)’, 기관용 스테이블코인 통합 플랫폼 ‘스코프(SCOPE)’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온체인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클레어는 금융회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AML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나 원장을 변경하지 않는다. 필요한 데이터를 읽어 온체인 정보와 함께 분석한 뒤 결과를 기존 탐지 규칙과 보고 체계가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남 CTO는 “저희는 금융기관이 이미 쓰고 있는 AML 체계를 온체인까지 넓혀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클레어는 기존 AML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나 원장을 건드리지 않고 읽기만 하고, 분석 결과는 기존 룰과 보고 체계가 그대로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기존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TMS)의 룰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담당자가 새로운 규제나 실제 사례를 근거로 탐지 룰을 직접 만들고, 실제 적용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룰을 적용했을 때 몇 건이 탐지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탐지 이후 조사와 보고 과정도 연결한다. 특정 거래를 의심거래로 판단한 이유를 법령과 제재 명단, 유사 사례와 함께 묶어 STR 초안과 감사 기록으로 남긴다. 탐지부터 조사, 보고까지 흩어진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망분리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부 온체인 데이터를 금융회사 내부망에 통째로 저장하는 대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범위만 조회한 뒤 분석 결과를 전달한다. 내부 고객 정보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외부 온체인 데이터도 금융회사 내부에 적재되지 않는다. 온프레미스 구축도 지원한다.
남 CTO는 “도입 검토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시스템 교체와 데이터 이관인데, 이 두 가지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람다256]
◆하루 2억건 데이터에 AI 더한다…카드업권·해외서 실증
클레어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는 ‘온톨로지 기반 지식그래프’다. 단순히 블록체인 거래 내역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갑과 거래 당사자, 자금 흐름, 금융회사 고객 정보, 법령, 제재 명단 등을 서로 연결해 특정 거래가 왜 위험한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람다256은 블록체인 인프라 플랫폼 노딧을 통해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인프라를 포함해 하루 2억건이 넘는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있다. 남 CTO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만으로는 실제 컴플라이언스 판단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남 CTO는 “금융기관이 저희에게 요청한 것은 트랜잭션 목록이 아니라 이 자금이 누구와 연결돼 있고 어떤 규정에 걸리는지에 대한 분석이었다”고 했다.
이에 람다256은 온체인 데이터와 금융회사의 기존 데이터, 법령과 제재 명단 등 외부 정보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 분석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남 CTO는 카카오 재직 당시 지식그래프 플랫폼 개발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구조를 만들었다.
람다256은 ‘ENKION’ 지식베이스에 외부 정보를 AI가 추론할 수 있는 지식 형태로 만들고, ‘POLARIS’ 에이전트를 통해 판단 근거와 답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AI 자동화를 본격적으로 접목한다. 국내외 컴플라이언스 데이터와 분석 파트너와의 연계를 확대하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해 발행·소각·유통 경로 추적과 탐지 룰 관리 기능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실제 제품에 적용해 위험 신호 분석부터 STR 보고서 초안 작성까지 지원하는 기능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반복적인 조사와 문서 작성은 AI가 맡고 담당자는 최종 판단과 검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남 CTO는 “반복적인 조사와 문서 작성 업무를 줄이고 담당자가 최종 판단과 검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탐지, 분석, 조사, 보고까지 이어지는 컴플라이언스 업무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검증도 진행됐다. 람다256은 지난 7월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카드업권이 공동 참여한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개념검증(PoC)을 마쳤다. 발행과 분배부터 결제와 정산, 온체인 AML과 FDS까지 전 과정을 다뤘다.
현재는 디지털 자산을 원화로 바꾸는 ‘오프램프’ 과정에 대한 실증도 진행하고 있다. 원화 전환부터 AML, FDS, STR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는 작업이다.
해외 적용 사례도 있다. 람다256에 따르면 클레어는 해외 10곳 이상의 공공기관과 수사기관에서 화이트라벨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크리스탈 인텔리전스(Crystal Intelligence), 서틱(CertiK), 안랩블록체인컴퍼니, SAS, 법무법인 율촌 등과 데이터·분석·법률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SOC 2 Type II 인증도 획득했다.
한편 람다256은 오는 20일 디지털데일리가 주최하는 ‘2026 금융권 AX 리스크 & 컴플라이언스’ 컨퍼런스에 참여한다. 남 CTO는 이날 ‘컴플라이언스 정보를 실행 가능한 AML 대응체계로: 온톨로지와 AI 에이전트 기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전시 부스에서 클레어 데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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