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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세비부터 지역화폐로 받아라”…화들짝 놀란 與, 사흘 만에 법안 철회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근로자의 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 사흘 만에 철회됐다. 양대 노총과 삼성전자 노조가 반발하고 온라인에서도 “국회의원 세비부터 지역화폐로 받아라”는 비판이 쏟아진 데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제가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방법을 더 세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 의도와 다르게 곡해된 면이 있어 철회를 결정했다”며 “당초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민 정서에 맞는 방식을 다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민주당 의원 10명과 함께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면 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임금 범위와 동의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발의 의원들은 대기업의 성과급을 지역 내 소비로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의 성과가 지역사회로 퍼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공개되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흔들고, 근로자의 임금 처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현금으로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별도 규정이 있을 때만 예외를 인정한다. 개정안은 개별 근로자의 동의만으로도 현금 외 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임금은 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 지역과 가맹점, 유효기간이 제한돼 실질임금을 깎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법안에 담긴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상품권 수령에 동의하라고 요구하면 비정규직이나 청년·이주노동자 등 취약 근로자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임금 지급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이 통화와 다를 바 없다고 확신한다면 근로자의 임금이 아니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먼저 적용하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의원 세비부터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아라”, “성과급의 사용처를 왜 정치권이 정하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안 내용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발의 전에 지도부와 논의되지 않은 법안”이라며 “당내에서도 법안 내용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공세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믿는다면 국회의원과 당직자 급여부터 상품권으로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와 여론의 반발에 이어 여당 내부에서도 부담이 커지자 박 의원이 철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법안은 임금 지급 원칙과 근로자 선택권을 둘러싼 논란 끝에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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