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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재생에너지 확보 수단으로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이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RE100 이행과 데이터센터(AIDC) 등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AIDC 특별법)’을 계기로 PPA 제도 개선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전력 조달 구조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앞서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AIDC 특별법을 의결했다. 법안에는 전력 공급 체계 정비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입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과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논쟁의 핵심은 AIDC 사업자에 대한 직접 PPA 특례 허용 여부다. 법안에는 AIDC 사업자가 공급사업자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를 둘러싸고 부처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PPA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일정 기간 동안 합의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계약이다. 장기 계약을 통해 발전사업자의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국내 전력시장은 발전과 판매를 분리하는 구조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자는 전력 판매를 직접 수행할 수 없으며,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은 공급사업자를 거쳐 전기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전기사업법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기업이 발전사와 직접 전력을 주고받는 방식이 제한돼, 사실상 한전망을 이용하는 온-그리드(On-Grid) PPA만 가능한 구조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AIDC 사업자에 PPA 특례를 부여할 경우, 그동안 한국전력이 사실상 담당해온 전력 판매 영역이 민간에 개방되면서 한전 중심의 전력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PPA 확대는 전력 거래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계약 증가로 전력 흐름이 복잡해지면서 계통 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전력망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PPA 확대에 따른 기대효과는 분명하다.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할 수 있어 비용 예측이 가능해진다. 발전사업자 역시 장기 수요처 확보를 통해 투자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제도적 한계도 존재한다. 국내 PPA는 전기사용자 단위로 계약이 체결돼 동일 기업이라도 사업장 간 전력 이동이 제한된다. 다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자 입장에서 비용 부담도 변수다. 전력 거래 대금 외에도 한국전력 송배전망 이용요금, 전력거래소 정산 비용 등 이른바 ‘PPA 부가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PPA 특례 도입 여부는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처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법사위에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향후 AI 수요가 폭증할 경우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우선 배분하면서 산업 간 전력 분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법사위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오히려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단계에서 전력 공급 자체가 핵심 문제가 아니라면 보다 전향적인 검토를 통해 상임위에서 충분히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 오히려 전체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방위는 상임위 통과 이후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법안이 과방위를 통과한 이후 법사위 단계에서 부처 간 이해관계로 지연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상임위에서 마련한 안이 그대로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만큼 정부가 이를 신뢰하고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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