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재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벌 지배구조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려 한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박 당선인은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산분리 및 기업범죄 처벌 강화 공약 등을 놓고 실행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기존 순환출자 구조유지, 출총제 부활 없다=재벌 그룹들은 우려했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및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이라는 칼날은 피해가게 됐다.

순환출자는 재벌 그룹 오너가 실제 보유한 지분 이상의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예민한 사안이었다. LG그룹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 국내 재벌 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이를 지주 회사 구조로 변경하려 했다면 각 그룹당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3년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 순환출자도 강제 해소한다는 공약을 내건 반면 박 당선인은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이미 도입된 ‘기존’ 순환출자 구조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온 만큼 새정부가 들어서도 상위 대기업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출총제는 재벌 그룹의 문어발식 확장과 비대화를 막기 위해 지난 1986년 첫 도입된 제도다. 그간 도입과 폐지를 반복하다 2009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의 상징성을 들어 출총제 부활 입장을 고수한 반면 박 당선인은 사회적 비용이 큰데다 실효성이 없고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판단해 현행 유지 노선을 택했다. 박 당선인은 다만 부족한 부분은 공정거래법으로 보완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었다.

문재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기업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박근혜 후보 당선에 대해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대통령 선출은 안정 속의 개혁을 희망하는 민심과 경제위기 극복을 바라는 국민선택의 결과라고 평가한다”며 “경제계는 당선자가 조화롭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 확립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및 기업범죄 처벌 강화에 촉각=그러나 금융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강화 공약에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겠다”면서 문재인 후보보다 강력한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고, 대기업의 금융 및 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일반 제조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재 15%에서 향후 5년간 5%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금융계열사 수나 자산규모에 따라 일정 요건을 넘어서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립해 금융사를 계열 분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공약이 시행되면 파괴력은 매우 크다. 예컨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제조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 연결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오너나 다른 계열사가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재계에선 금산분리 공약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국내 50대 대기업 가운데 10여 개 그룹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범죄인 처벌을 강화하고 집행유예 및 사면을 제한한다는 공약도
당장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SK와 한화 등에게는 부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이달 28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대선 하루 전날인 18일 SK그룹의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제왕적 총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선제 대응 정도로 해석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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