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백신 오진과 기업경쟁력

2010.05.12 15:50:34 /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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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마이크로, 차세대 성장 핵심엔진은 ‘클라우드’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최근 방한한 에바 첸 트렌드마이크로 CEO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5년 전 있었던 백신(안티바이러스) 업데이트 오류로 일본 내 대규모 고객PC에 장애를 일으켰던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에바 첸 CEO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발생했던 이 엄청난 사고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재난’이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즉시 고객들에게 사과와 함께 피해 복구에 많은 비용을 들였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패턴 분석·업데이트 환경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내부적으론 신종 악성코드에 대한 치료 패턴을 만든 엔지니어를 찾아내 책임을 묻는 대신에 계속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고 첸 CEO는 설명했다.

에바 첸 CEO는 결과적으로 해당 사고를 계기로 높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지금도 트렌드마이크로는 글로벌화 이외에 열정과 혁신을 최고의 기업가치로 꼽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트렌드마이크로의 이야기는 요즘 다른 백신업체들에겐 현실이다.  

1~2년 사이에 백신이 정상프로그램을 악성코드로 오진하거나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생시켜 고객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사고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오진 문제는 예전에도 더러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선 더 잦아지고 있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국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철수연구소의 ‘V3’는 오진이나 업데이트 장애로 올해에만도 벌써 두 차례나 문제를 일으켰다.  

연초 V3의 오진으로 정부 민원전산망이 불통되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 4월 22일에는 V3 엔진 업데이트 장애로 일부 기업 시스템 장애를 발생시켜 긴급한 조치가 이뤄졌었다.

맥아피의 기업용 백신 제품 오진으로 인한 대규모 PC장애가 발생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든 시점이다. 이처럼 해외 유명백신들도 예외는 아니다.

무료백신으로 유명한 ‘어베스트’도 국내에서 일부 파일을 악성코드로 오진해 삭제하는 피해를 발생시켰다.  

그 전에도 이스트소프트 ‘알약’, ‘비트디펜더’, ‘바이러스체이서’ 등의 백신 때문에 PC 장애를 일으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피해사례는 얼마든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해당 백신업체뿐 아니라 전체 백신업계와 보안제품의 신뢰성까지도 크게 훼손될 수 있을 정도로 큰 리스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업체들은 너도나도 백신 엔진과 알고리즘을 정교화·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기반이 아니라 화이트리스트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시만텍은 전세계에 걸쳐 있는 사용자에 의한 평판점수를 활용해 신종 악성코드를 탐지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스트소프트는 백신 업데이트 검증 시스템을 구축·적용하고, 안철수연구소는 오진과 가짜백신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도 있다.

날이 갈수록 신·변종 악성코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정상프로그램으로 위장한 ‘가짜백신’처럼 백신 탐지를 피하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사용함에 따라 오진 위험은 더 증가할테니 백신업체들의 고뇌는 계속될 것이다.

오진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100% 완벽하게 탐지·치료하는 백신을 만들고, 신속한 지원·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싶겠지만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피해를 입는 사용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감수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잘 극복하면 오히려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마이크로도 향후 5년 전 당시와 같은 사고를 다시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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