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한글과컴퓨터…다시 '국민벤처' 꿈꾼다

2009.01.15 10:51:05 /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인터뷰] 한컴 김수진 대표

직장인 S씨는 지난 1998년, 난생 처음 컴퓨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

 

하지만 그의 집에는 PC가 없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S씨는 부족한 용돈에도 불구하고 필요도 없는 SW를 산 것이다.

그는 왜 이 소프트웨어를 샀을까.

 

‘국민벤처’이라 불리던 SW의 개발업체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 회사는 바로 ‘한글과컴퓨터’였고, S씨가 산 SW는 ‘한글97 815 특별판’이었다.

위 이야기는 기자의 실제 경험담이다. 1998년 당시 한글과컴퓨터는 대한민국 IT업계의 자부심이었다.

올해로 한글과컴퓨터 아래아한글(이하 한글)1.0이 탄생한지 20주년을 맞는다.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한국IT업계의 자존심을 높였던 한글이 이제 성년이 된 것이다.

물론 지난 20년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시도와 이를 막기 위한 범국민적 한글97 815 구매운동, 인터넷 사업 실패, 경영권 분쟁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3~4년간 한컴은 달라졌다. 한동안 국민벤처라는 명성대신 부실기업으로 전락했지만, 지난 2003년 프라임그룹에 인수된 후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약 500억원의 매출과 30%의 영업이익을 내는 튼실한 회사로 거듭났다.

이 같은 성과의 기반은 역시 ‘한글’에 있었다. 공공•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한글’ 고객층은 여전히 두터웠고, 한컴은 지난 몇 년 동안 이 시장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한컴의 불안요인도 역시 ‘한글’이다. 한글만으로는 세계 시장 진출도, 더 이상의 국내 시장 확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한글’에 의존해 왔지만, 이젠 정말 한글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더해야 할 때가 왔다.

이 문제에 해답을 내 놓기 위해 등장한 해결사는 김수진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2007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한컴에 영입된 후 실질적인 경영 책임을 맡아왔다. 지난 해에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디지털데일리>는 13일 서울 구의동 한글과컴퓨터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한글과컴퓨터의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김 대표는 이 인터뷰에서 ‘핵심역량’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핵심역량이란 경영학 용어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 경쟁우위를 가져다 주는 기업의 능력을 말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핵심역량 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한컴 사업을 전면 재편해 왔다. 한컴의 핵심역량은 누가 뭐래도 ‘한글’ 등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능력. 이 능력을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로 만들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다.

때문에 김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실적이 저조하거나 핵심역량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업은 모두 정리했다. 인터넷 사업 ‘크레팟’과 교육 사업인 ‘한컴CQ교실’을  등 교육사업을 한컴에서 분리시켰다. 매출이 다소 감소할 것이 예상됐지만, 이를 감수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크레팟, 한컴CQ교실 정리를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6개월 정도 지켜보고, 사업부와 여러 차례 만나서 검토했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없나 고민했다. 외부 컨설팅도 받아보고 학계의 의견도 들었다. 이 사업들은 기획은 좋았지만 실행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사업들이었다. 결국 우리의 핵심역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계약방, 넷피스 등 작게 운영되던 사업들도 모두 정리했다. 김 대표는 “한컴이 앞으로 먹고 살 것을 고민하고 싶었는데, 너무 잡다한 사업이 많아서 집중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한컴을 ‘오피스’와 ‘오픈소스’라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가 미래를 밝게 보고 있는 오피스는 전통의 한컴 오피스가 아니라 씽크프리 오피스다. 씽크프리 오피스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컴이 보유한 또 다른 오피스 제품이다.
이 제품은 사양이 가볍고, MS 오피스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SW를 설치해 사용할 수도 있고, 웹 상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버전도 제공하고 있다.

한컴은 씽크프리를 통해 해외 시장과 모바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인텔, 퀄컴 등 칩 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스마트폰, 넷북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킬러 애플리케이션 역할을 할 것이고, 싱크프리 오피스가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첨병이 되는 것이다.

“최근 저렴한 넷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너무 무겁고, 비싸서 넷북에서 이용하기 적절치 않다. 씽크프리 오피스는 모바일 시장에서 MS 오피스를 대체할 것이다.”

김 대표는 또 넷북 같은 모바일 컴퓨터 시장에서 리눅스의 성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넷북 운영체제의 20~30%가 리눅스”라면서 “MS 오피스가 들어갈 수 없는 이 시장에서 씽크프리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해 10월 한컴은 후지쯔와 계약을 맺고, 후지쯔가 이달 아시아 지역에 출시하는 넷북 신제품에 '씽크프리 모바일-넷북 에디션'을 기본 탑재키로 했다.

김 대표는 “후지쯔 이외에도 다른 PC 공급업체들과 싱크프리 탑재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 때 대한민국의 자랑이었지만, 이젠 잊혀진 기업이 돼 버린 한컴은 또 다시 국민 벤처의 위상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사회공헌, SW업계 생태계 지원 등 벤처 업계 맏형 역할을 통해 다시 사랑받는 기업으로 부상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한글과컴퓨터가 지금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2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 새로운 플랜과 이미지 개선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벤처 1세대 한글과컴퓨터가 성년이 된 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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