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휩싸인 SW저작권 비친고죄, 어떻게 볼 것인가(상)

2007.09.13 09:54:18 / 심재석 sjs@ddaily.co.kr

한미FTA 협상문놓고 해석달라, 정기국회 통과여부 주목

지난 달 27일 정부통신부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하 컴퓨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고,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인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저작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공개되자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이하 SPC),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이하 BSA) 등 SW저작권자들의 모임이 발끈하고 나섰다.

개정안에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비친고죄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컴퓨터법은 SW를 불법 사용한 경우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를 적용하고 있으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6개월 내 100만원 이상의 침해가 있으면 피해자 고소고발 없이 기소할 수 있다.

SW 저작권이 비친고죄로 전환되면 불법SW 단속의 주도권이 사법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저작권사들은 불법SW 사용자를 고소고발한 후, 합의금 및 라이선스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어왔다.

반면 정통부는 "개정안은 SW저작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미FTA 협상문 해석달라 = 정통부가 이번 개정안을 내 놓은 배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미FTA협정문은 "당국은 위법행위에 대하여 사인이나 권리자의 공식적인 고소 없이 직권으로 법적 조치를 개시할 수 있다(that its authorities may initiate legal action ex officio with respect to the offenses described in this Chapter, without the need for a formal complaint by a private party or right holder)"고 명시하고 있다.

정통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비친고죄 도입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통부 지적재산권 담당 김은일 사무관은 "개정안은 한미FTA 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업계를 설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부 저작권사들의 해석은 다르다. SPC의 한 관계자는 "협정문에서 언급한 '법적조치(legal action)'라는 단어가 반드시 '기소'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사하는 것만도 법적조치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할 수도 있다(may)'라는 표현만 봐도 반드시 비친고죄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미FTA 협정 때문에 비친고죄를 도입한다는 정통부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법은 어떻게 = 이처럼 컴퓨터법 개정안을 두고 정책당국과 업계 일부가 치열하게 논리 대결을 하고 있어, 일반법인 저작권법이 어떻게 개정될 지 논란의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법과 컴퓨터법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정에 따라 문화관광부도 최근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안도 비친고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친고죄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중대한 침해가 있을 때'는 고소고발이 없어도 사법기관이 기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중대하지 않은 침해는 저작권자의 고소고발이 있을 때만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컴퓨터법 개정안은 '6개월 이내 100만원 이상'의 침해는 고소고발 없이 처벌하지만, 그 이하의 침해는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이같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일부 SW업계와 정통부의 생각은 다르다.

SPC 한 관계자는 "같은 한미FTA 협정문을 기반으로 만든 저작권법에서는 친고죄를 유지한 채 특수한 경우에만 비친고죄를 도입했다"면서 "정통부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통부의 생각은 다르다. 컴퓨터법 개정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6개월 이내 100만원 이상 침해'와 저작권법 개정안의 '중대한 침해'가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저작권법에서는 중대하지 않은 침해도 고소고발하면 형사처벌 되지만, 컴퓨터법은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점만 다르다는 것이 정통부의 생각이다.

정통부 김은일 사무관은 "특정 산업을 다루는 컴퓨터법은 금액을 명시할 수 있지만, 일반법인 저작권법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것 뿐"이라며 "비친고죄라는 점에서 두 법은 같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통과될까 =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올 정기국회에서 컴퓨터법 개정안이 통과될 지 주목된다.

정통부는 한미FTA협정이 국회에서 비준하는 즉시 컴퓨터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기국회를 넘기면 정권이 바뀌기 때문이다.

SPC는 이같은 정통부의 일정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SPC 관계자는 "정기 국회 내 한미FTA 비준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통부가 컴퓨터법을 졸속으로 처리하려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견이 엇갈리는 법안은 최대한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해 처리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법안의 졸속처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컴퓨터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회 상황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올 정기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두가 선거 생각만 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 되겠느냐"면서 아마 컴퓨터법 개정안은 차기정권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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