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의자를 눕히고 안쪽부터 물품을 채웠지만 공간이 부족해 조수석까지 실었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 ‘우리동네 배송하기’를 신청하고 전날 업무 확정을 받았지만 당일 약속 시간 직전 기존 플렉스 업무로 변경됐다. 기존 배정받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서 물품을 받고 그곳에서 물품 분류, 배송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재배정된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이 연결돼있지 않았다. 폭염을 피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이날 전달받은 물량은 67가구 94건. 처음 도전하는 것 치곤 많은 물량이었다. 배송 물품을 전달하고 프레시백(신선식품 재활용 가방) 회수작업까지 해야 했다.

◆ 무거운 짐 옮기고 사진 찍고…고객 편의 높인 만큼 배송 과정 추가=‘쿠팡 플렉스’ 애플리케이션(앱) 내 지도에 나타난 아파트단지는 각 동 별로 몇 개 상품을 전달해야 하고 프레시백을 회수해야 하는지 표시가 뜬다. 숫자를 터치하면 고객 이름과 주소, 배송 개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101동에 10개 상품을 배달해야 한다면 차 트렁크 안에서 10개 제품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물류캠프에서 미리 같은 동 물품들을 모아서 싣고 왔지만 단지에 도착해선 1,2호라인과 3,4호 라인 등 세부분리가 또 필요하다.

문 앞에 물품을 가져다 두고선 꼭 사진을 찍어 첨부한 후 앱 내 ‘배송완료’ 버튼을 눌러야 한다. 평소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입장이었을 땐 사진을 함께 받는 게 배송완료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만 느꼈다. 그러나 배달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사진을 찍느라 엘리베이터를 놓치는 경우도 많고 종종 흔들린 사진이 있었지만 바로 다음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쿠팡에서 배송 받았을 때 안내 받았던 사진. 사진이 흔들린 이유도 짐작이 간다.

처음 플렉서로 참여한 것이기에 수레와 장갑 등도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쌀 10kg 같이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물품을 직접 들어 운반했다. 쌀포대 만큼 곤욕이었던 건 캔음료 24개 묶음과 부피가 길이가 긴 인테리어 제품 등이었다. 특히 일부는 아파트가 복도식으로 돼 있었는데 계단식보다 배송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1~5호, 6~9라인 물품들을 한 번에 챙겨야 하고 각 층을 걸어 다니며 하나씩 전달해야 해 시간이 배로 걸리기 때문이다.

◆ 빠른 배송이냐 주민 편의성이냐...끝없는 딜레마=배달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주민들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는 데 신경을 주로 썼다. 가령 공동현관문 앞에 배달할 물품들을 쌓아놓고 분류하는 모습을 고객들이 보면 이를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눈에 안보이는 곳에 주차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동선을 짧게 하는 걸 우선시했다. 이 과정에선 상가 앞에 주차를 하지 말라는 상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물건들을 엘리베이터에 모두 싣고 배송할 곳들의 층수를 모두 눌러 가장 낮은 층부터 물건을 돌리는 방식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처음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 거주 아파트에서 이런 배송 과정과 겹쳐 엘리베이터가 제때 오지 않아 불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탓에 불가피하게 엘리베이터를 붙잡으며 배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확실히 시간은 단축됐지만 1층에서 사람들의 눈초리까진 피할 수 없었다. 복도식에선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일을 더욱 지체시킨 건 복도식 아파트 뿐 아니라 프레시백 회수가 큰 요인이었다. 빈 가방을 수거하는 일이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배송을 하면서 회수하는 건 상황이 다르다.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한 가구에 프레시백이 2개, 3개씩 쌓여있기도 했다. 이 경우 다른 곳 배송을 모두 마치고 다시 프레시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수거해야할 프레시백 개수가 아파트 한 동에 5~6개만 돼도 양손으로 들고 나머지는 발로 끌어야 했다. 사실 먼지도 많고 안에 들어있는 아이스팩이 녹아 차량에 여러모로 흔적을 남겼다. 실제 프레시백이 추가 업무가 돼 수거율이 낮은 경우 단가가 올라가기도 한다. 이날 기자가 회수한 프레시박은 건당 150원이었지만 다른 공고를 보면 800원~1000원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어 격차가 큰 편이다. 문 앞 배송과 사진첨부, 프레시백 회수 등 모두 고객 입장에선 편리한 서비스지만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선 배송 인력들의 노고가 그만큼 추가됐다.

배송을 모두 완료했지만 차량 안엔 회수한 프레시백으로 가득차 있었다.

◆ 주말 반납하고 받은 용역비 6만원...프로모션은 필수?=94개 물품을 배송하면서 체력에 한 개를 느낀 건 50여개가 넘어갈 즈음이었다. 전날 예상 일정은 오후 2시에 업무를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론 오후 3시가 넘어갔을 때 절반 정도를 처리, 물품을 모두 배송했을 땐 오후 5시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거한 20개 가까운 프레시백을 차 안에 그냥 둘 수 없어 이를 다시 물류캠프에 가져다 줘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전 들렀던 김포 물류캠프가 아닌 집 근처 미니캠프가 있어 동선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프레시백을 모두 펼치는 작업을 하고 안에 들어있던 아이스팩은 가위로 잘라 냉매를 제거하고 분리수거 한다. 이 작업까지 모두 마치고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이었다.

업무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적혀 있었지만 물량을 다 배송하고 나면 그게 바로 퇴근 시간이다. 워낙 물량이 많고 주말 시간을 배송에 무한정 쓸 수 없기에 끼니를 챙기는 건 사치였다. 배송을 하며 앉아서 쉬는 시간은 차를 타고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이동하는 순간뿐이었다. ‘택배기사들은 분초로 배송시간을 쪼개 움직인다’는 말을 조금이나마 체감했다.

프레시백을 펼쳐 정리하고 아이스팩을 버리는 것까지 플렉서들의 몫이다.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해 오후 6시에 도착한 하루였다. 기자가 아파트 한 동을 돌며 배달하는 동안 일행이 다음 배송지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해 그나마 단축한 시간이었다. 보통 플렉스 정산은 7일 단위로 이뤄지지만 중간에 연휴가 껴있어 열흘 후 받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통장엔 20만4610원이 적혔다. 이는 ‘첫배송 프로모션’으로 인센티브 15만원을 받은 후 결과다. 구체적인 정산 내역서를 보고 싶으면 쿠팡 측에 별도 메일로 요청해야 한다. 하루 후 받은 답변을 통해 순수 용역비 6만3450원임을 확인했다. 인센티브 15만원을 합치면 총 금액 21만3450원, 여기서 소득세·주민세 등을 차감한 금액이 입금됐다.

박스 34개(800원), 비닐 60개(건당 550원), 프레시백 회수 18건(150원)을 작업한 것으로 기록됐다. 다만 박스도 비닐도 아닌 애매한 물품들의 경우 단가는 운송장에 표기되는 포장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박스는 B/SIOC/FB/LB/Egg/N 등으로, 비닐은 P/T/RP로 표기된다. 모든 물품 표기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10kg 쌀 포대가 T로 분류돼 550원을 받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온종일 노동력을 쏟고 일행 한 명을 동행, 물류 캠프를 다녀온 주유비까지 고려하면 순 용역비로는 소득을 얻은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만큼 플렉스로 참여할 땐 적용되는 프로모션이 없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실제 쿠팡 플렉스에선 첫 배송을 시작으로 정해진 기간 내 최대 10회까지 참여할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얹어주는 프로모션, 친구 추천 프로모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단 주간 백업 등 단가를 한시적으로 인상한 경우 프로모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눈여겨 봐야 한다. 기자의 경우 단가가 낮아진 '우리동네' 배송을 신청했다가 주간 백업을 맡게 된 경우다. 물류캠프 직원은 업무 처리를 '우리동네'로 남겨둘지 단가를 100~200원 가량 높인 주간 백업으로 바꿀지를 물어봤다. 물류캠프를 오가고 단가도 낮았지만 프로모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우리동네' 배송을 선택했다.

다행히 오배송 된 경우 없이 모든 가구에 정확히 물품을 전달했다. 플렉스를 부업으로 하는 중년 부부를 실제로 보긴 했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플렉스 체험 후 이전과 달라진 건 문 앞까지 배달온 상품들을 보면서 배송기사들의 노고를 짐작하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 물품을 전달하느라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는 상황과 맞닥뜨릴 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불편한 기색 없이 바로 계단을 이용하게 됐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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