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드림③]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모든 것이 SW로 구현되는 세상”

2021.07.11 08:57:03 /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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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D 직업’으로 불리던 정보기술(IT) 개발직군이 어느새 모두가 선망하는 ‘귀한 직업’이 됐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결국 일부 IT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잡기 위해 연봉 인상 랠리를 시작한 결과다. 자연히 개발자 육성과 취업에 관심이 쏠린다. IT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취업을 주제로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디지털화가 거듭할수록 사회 모든 요소가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제조, 유통, 교육, 오락 등 모든 영역이 SW예요. 미래에 SW 의존도는 더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수요보다도 공급이 부족한 현재, SW 개발에 뜻을 두기 좋은 시기죠. 겁먹지 마세요. 누구나 SW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문제해결식 교육으로 높은 인지도를 지닌 프랑스의 SW 교육 프로그램 ‘에꼴42’를 벤치한 ‘42서울’을 운영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된 재단이다. 2년 비학위 과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다.

월 100만원의 교육 지원금이 제공되는 것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특징 중 하나다. 대학교 캠퍼스처럼 꾸며진 공간 내 교육생들이 동료들과 코딩을 해볼 수 있는 ‘코딩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회의, 세미나, 특강, 기업설명회, 상담, 영상 촬영 등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올해까지 5기 교육생을 모집, 2022년 1기 수료생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1월, 1~3기 853명 기준 42서울의 성별은 남성 74%, 여성 26%다. 평균연령은 24.9세이며 비전공자가 52%, 전공자가 48%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정부 주도로 설립된 민간 비영리재단이다. 보다 양질의 SW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마음 같아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비전공자를 채용하고 싶지만,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되는 형태이기에 임의로 비율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교육생 선발 과정이 다소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원을 위해서는 상시 온라인 테스트를 치러야 하는데, 4분 남짓의 기억력 테스트와 2시간가량 걸리는 논리력 테스트로 구성됐다. 1레벨부터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높은 레벨을 받는 것이 목표다. 시험이라기보다는 퍼즐게임에 가깝다.

온라인 테스트를 거치면 교육생 모집 시기에 맞춰 1개월 정도 진행되는 집중교육(La Piscine) 신청을 할 자격이 부여된다. 집중교육은 새 기수 교육생을 모집할 때 선착순으로 신청되는데, 대학 수강신청과 닮았다. 5기 1차 집중교육은 8월2일 16시42분, 2차는 9월13일 16시42분에 진행된다.

본과정 교육생들은 단계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의 학습을 하게 된다. 교육생끼리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서로가 짠 코드를 공유하고 전문가인 멘토에 평가받는 등의 ‘코드리뷰’가 핵심이다. 실제 기업에서의 개발 환경을 체득할 수 있는 데다 서로 간의 코드를 코칭하면서 높은 성취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학장의 설명이다.

이 학장은 “민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SW 개발자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다. 연초부터 있었던 SW 개발자 연봉 인상도 결국 수요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코로나19 이후 SW 의존도는 더 크게 늘었다. 최소 10년 이상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기업은 구인난이라는데··· 왜 갈 곳은 없을까=최근 SW 개발자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고 싶은 기업’이 됐다.

이들 기업은 입을 모아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올 초 게임 개발사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책 역시 핵심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꾸준히 채용 규모를 늘리는 만큼 신입 개발자들의 기회도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주니어 개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지독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정작 채용은 보수적으로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학장은 “네카라쿠배 등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 유형이 경험이 없는 신입 개발자가 아니라,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실무 개발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간극”이라고 말했다. 신입 공채를 하는 기업들도 사실상 ‘중고 신입’을 원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것.

그는 취업을 꿈꾸는 개발자 지망생들에게 ‘취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적 역량을 쌓는 것 외에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나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물론 네카라쿠배 등 큰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신입 개발자가 쉬이 들어갈 만큼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에도 굉장히 많은 SW 기업이 있다. 시야를 넓혀 다양한 기업들을 알아보는 것을 권한다. 이직이 잦은 SW 업계 특성상 본인 역량만 있다면 경험을 쌓은 이후에라도 네카라쿠배 등에 이직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나쁜 기업’을 피하는 방법, “역질문을 하라”=이 학장은 채용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진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은 채용 공고를 내고, 사람인 같은 채용 사이트에 올리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사내 채용담당자(인하우스 리크루터)”라며 “사람인, 잡플래닛, 개발자 커뮤니티,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구직을 위한 정보 습득처가 다양해진 만큼 취업·이직을 원하는 개발자는 다방면의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학장은 기업에 대한 사전 조사와 함께 면접장에서의 ‘역질문’을 특히 강조했다. 업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취준생의 경우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을 변별하기 어려운 만큼, 면접장에 가서 본인이 궁금한 것이나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묻고 전달하라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시장은 개발자 우위 시장이다. 막강한 복지, 연봉을 내세우는 네카라쿠배조차도 사람을 구하는 것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을 보면 SW 업계의 구인난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이라며 “면접장에 가서 질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약 질문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기업이라면 안 가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이 학장은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SW 기업을 모르는 것은 이상하다며, 기업에 대한 사전 조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주기적으로 기업 관계자를 초빙해 기업 설명회 시간을 갖는 이유다.

또 이 학장은 “기업들은 개발자가 ‘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좋은 개발자를 뽑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고 어렵사리 뽑은 개발자도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드롭박스 등 실리콘 기업의 평균 근속률이 2~3년에 불과하다. 조직원의 이탈은 막을 수 없다. 지속해서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또 개발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SW 기업들에 대한 뼈 있는 말도 전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발행한 ‘개발자, 채용 가이드 북’에도 기재돼 있다. 가이드북은 ▲개발자 채용에 대한 이해 ▲개발자를 맞이할 준비는 되어있는가 ▲어떻게 뽑을 것인가 ▲관리보다는 케어하라 등 개발자 구인난 시대에 SW 기업들이 취해야 할 태도, 전략 등이 서술돼 있다.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42서울 운영 외에 오픈소스 기반의 SW 교육 시스템인 ‘프로젝트-X(가칭)’ 개발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X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의 학습관리 시스템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난이도가 조절된다. 팀 프로젝트 및 멘토링을 위한 온라인 학습 커뮤니티나 코드리뷰가 가능한 환경이 특징이다.

이 학장은 “42서울은 고정된 학습공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교육생이 교육장에 출석이 가능해야 하므로 서울 인근에 상주해야 한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조치라곤 하지만 교육 대상이 한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반면 프로젝트-X는 SaaS 기반으로 시간이나 장소에 제한 없이 SW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거리두기가 필요한 코로나19 환경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X는 교수·교재·학비가 없는,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과정이라는 점에서 42서울과 닮았다. 이 학장은 프로젝트-X의 개발이 완료되면 SW 교육에 관심이 있는 기업·기관에 이를 제공함으로써 SW 교육 환경을 보다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X의 혜택을 크게 누리는 것은 지역의 기업·기관 및 개발자 지망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SW 교육은 수도권에 특히 집중됐다. 교육자의 질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지역 개발자 지망생들은 개발 현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강사에게 교육을 받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이 학장은 “단순히 42서울을 잘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SW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프로젝트-X는 그 일환”이라며 “SW는 결국 사람에 달렸다. 누구나 SW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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