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따르자?” OTT 콘텐츠 쿼터제, 도입할 수 없는 이유들

2021.03.04 11:46:25 /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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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맥스, 아이치이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OTT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해 한국 콘텐츠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OTT 시장은 콘텐츠 쿼터제를 적용한 유럽과 시장환경이 다를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통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쿼터제가 오히려 국내 콘텐츠 산업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8년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해외 OTT 서비스 주문병비디오(VDO) 콘텐츠 중 EU 제작 콘텐츠를 30% 이상 채워야 한다는 콘텐츠 쿼터제 도입에 합의했다. 사실상 이는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 OTT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다. 당시 영국만 보더라도,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해외 OTT 플랫폼 점유율은 90%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부동의 1위 OTT 플랫폼이지만, 시장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플랫폼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VOD가 발전하기 이전에 OTT가 도입됐지만, 한국은 OTT를 접하기 이전 인터넷TV(IPTV)가 출범한 2008년부터 VOD시장이 먼저 컸다. 더군다나, 한국 이용자는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주로 시청한다. 콘텐츠 소비 성향이 유럽과 다르다.

통상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었지만, 유럽과 미국은 아니다. 유럽은 본인의 규율 체계에서 미국 OTT를 규제할 수 있지만, 한국은 통상문제까지 경우의 수로 올려야 한다. 자칫 잘못 규제하면, FTA 위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소규제 원칙이 준수되면 문제될 부분은 없지만, 미국에 없는 규제를 한국이 만들어 넷플릭스 등에 적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유럽은 넷플릭스 등에 콘텐츠 쿼터제든 다른 OTT 규제든 적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쿼터제를 실시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원가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해당 작품의 판권과 지적재산권(IP), 해외 유통권을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24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승리호 판권을 3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쿼터제를 적용한다면 넷플릭스는 더 많은 한국 콘텐츠를 수급해야 하고, 콘텐츠 제작 쪽에서는 넷플릭스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제작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상향하는 제작비를 맞추지 못하는 국내 방송사, 플랫폼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로 인해 지금도 그러한 (제작비 인상) 양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 방송사와 PP들이 콘텐츠 수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고, 이 판은 넷플릭스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럽식 OTT 규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영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통상협력과장은 지난 2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해외 방송 콘텐츠 불법유통 대응을 위한 지원 및 공조정책 방향’ 토론회를 통해 “유럽은 경쟁력 있는 OTT 플랫폼이 없을 뿐 아니라, 시장 환경도 한국과 다르다”며 “미국은 규제 없이 활동하려는 규범을 만들려고 한다. 한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EU와 같은 규범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 콘텐츠 쿼터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OTT 법제도 연구회 회의에서 관련 의견이 제시되긴 했지만, 아직은 논의하기 이르다는 것이 전체적인 중론이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OTT에 대해 최소규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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