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디지털과 은행 점포혁신 ①] 

우리 금융산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급격하게 교차하는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기를 지나고 있다. ICT 기반의 점포 혁신 전략은 이미 20년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도 그 끝을 정해두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과 기술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기때문이다. 2회에 걸쳐 ‘2021년 디지털과 은행 점포혁신’ 전략을 주제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관심사를 짚어 본다. <편집자> 

발열체크기 앞에선 고객.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아직 ‘그많던 은행 점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은행의 점포는 총 7281개(지점 및 출장소)였지만 2020년에는 6406개로 줄었다. 5년간 875개가 줄어들었는데,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확대 여파로, 지난해만 점포 통폐합으로 300여개 점포가 사라졌다.

은행 점포가 나간 자리에는 무인 ‘ATM’만 남아 있다. 사실 무인 ATM 점포도 점차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이 힘겨운 경우가 적지 않다. 

무인 ATM 점포도 고정 임대료가 나갈뿐만 아니라 현금수송, 보안경비, 기기유지보수 등 직간접 비용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월 거래량을 확보해야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현금 입출금 빼고는 ATM에서 가능한 일은 이제 거의 모바일뱅킹으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속에서도 그동안 은행들은 오프라인 점포의 분명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수익을 창출하는 VIP고객, 부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을 선호한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그동안 은행권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고객들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로 유도하고 그 외 저수익, 비수익 고객은 온라인, 자동화 채널로 돌려 생산성을 최적화하겠다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VIP고객 = 오프라인 선호’ 공식은 어느순간 깨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밝힌 ‘2020년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10년전인 지난 2010년 국내 자산가들의 비대면 채널 이용비중은 15.4%에 불과했다. 

반면 당시 일반적인 은행 고객의 오프라인(55.4%), 온라인(44.8%) 채널 이용 비중은 거의 엇비슷했다. 부자들은 84.6%의 압도적인 수치로 오프라인 점포 VIP실에서 전문 직원들의 상담을 받거나 빠른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10년뒤, 2020년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 자산가(50억원 이상)들은 오프라인 52.6%, 온라인 47.4% 채널의 이용율을 기록한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이제 부자들에게도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하게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비대면 채널 비중의 확대는 더욱 가속화됐다.   

왜 부자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점점 찾지 않게됐을까.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발달에 따른 편리함, 모바일 기기의 고도화 등의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10년전에도 충분히 온라인 서비스는 훌륭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기계를 사람만큼 신뢰하게 됐다’는 부자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꼽는 전문가들의 많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고, AI가 금융업무에 속속 적용되면서 점차 비대면에도 신뢰를 부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이 지난 2019년1월, 울산광역시 남구 문수로에 은행 영업점과 베이커리를 결합해 오픈한 '뱅킹 위드 디저트' 특화점포 1호점

◆비대면 채널 확대, 오프라인 점포의 끝없는 혁신

어쨌든 은행들은 더 이상 ‘부자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선호한다’는 전략 기조를 바꿔야하고, 동시에 이제는 비대면채널에서 고부가가치 수익을 거두는 전략을 짜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같은 흐름에 따라 비대면의 확대와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점포를 통폐합하고 지역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을 통합시킨 융복합 점포를 출범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이커리와 결합한 은행 점포까지 등장하게 됐다. 물론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융복합 점포가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아직 유보적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극심한 구조조정은 주요 글로벌 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력 재배치, 복합점포, 특성화 점포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 혁신 전략을 본격적으로 짜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21년2월호에 게재한 ‘비대면화 진전에 따른 채널과 인력의 활용방안’(손희현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까지 HSBC는 3만5000명, 도이치뱅크는 전직원의 절반이 넘는 1만8000명 수준의 감원을 예고했다. 

메르츠방크도 2024년까지 독일내 점포 790개 중 340개를 폐쇄하고 전체 인력의 30%가 넘는 1만명 감축을 발표했다. 특히 인력 재배치와 관련해, 호주의 썬콥(Suncorp)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된 20개 지점의 직원들을 콜센터로 배치해 전화, 화상채팅 등 비대면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했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직원들에게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완벽한 디지털화에 대한 환상’이다.

◆너무 빠른 디지털화 속도, 모든 고객이 따라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객들이 과연 디지털화의 속도를 따라 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리 최첨단 ICT 장비로 무장한다해도 고객들이 비대면 디지털화를 수용하는 속도에서 차이가 나면 이 역시 전략의 실패다. 

디지털에 익숙한 고객은 무리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고객에겐 어느날 갑자기 마시던 우물물이 사라져버린 듯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지적되는 것이 비대면 디지털화에 대한 ‘숫자의 함정’이다. 

예를들어 ‘비대면 채널 이용율’ 55%는 완전한 비대면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55%라는 의미가 아니다. 55%의 고객들이 평소 비대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지만 부족한 것은 기존 오프라인 방식의 접근을 통해 최종 보완한다는 의미다. 

2020년11월24일, 신한은행이 선보인 '디지택트 브랜트' 1호점(서소문). 고객은 2평 남짓한 부스에서 은행 직원과 화상 상담이 가능하다. <사진: 신한은행>


완전한 비대면 디지털화가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 재설정과 혁신이 동시에 병행돼야하는 이유다. 이런 부분에서 미흡했기때문에 성과가 나올 수 없었다고 추론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 '셀프뱅킹' 브랜치를 포함한 비대면 점포 혁신 전략이 시도됐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신한은행이 밝힌 ‘디지털 영업부’의 운영 성과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영업부가 지난해 9월 개점후 5개월만에 고객수 150% 증가, 수신 200% 증가, 여신 460%가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올 하반기에는 전국 215만명의 고객으로 자산관리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로선 신한은행이 어떻게 비대면 채널 영업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앞서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서소문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디지택트 브랜치' 1호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고객이 '디지텍트 브랜치'를 이용하면 상담 직원과 보다 풍부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15년 '디지털 키오스크'를 국내 은행권에서 첫 가동한 이래, 수많은 현장 경험과 고객 반응을 고려해 현재에 이른 혁신 점포 모델의 하나다. 물론 이 모델이 점포 혁신의 끝일지 아니면 이 또한 또 다른 과정의 하나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신한은행의 ‘디지털 영업부’ 가 시도한 최근 접근 방식에는 기존에 은행권의 비대면 점포 혁신 전략에 있어 제기돼왔던 몇가지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몇가지 해법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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