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업비트 운영진의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이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항소심에서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 해당 여부가 재판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운영진은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8’이라는 ID를 만든 뒤, 실제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매도가 체결되는 허위 거래를 지속해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즉 ID 8에 원화 포인트 및 암호화폐를 허위로 입력한 후 거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업비트 계정 ‘ID 8’의 허위 거래가 고객을 기망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고객이 실질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바 없으므로 기망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판결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 “사기죄 구성요건 기망‧재산상 이익, 다 해당…‘유죄’ 거래소들과 본질 같다”

지난 9월 열린 항소심 첫 재판 당시 재판부는 검찰 측과 변호인단에 “두 번째 재판에서는 앞선 세 거래소 사례와 업비트 간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선 세 거래소 사례란 허위 거래로 유죄를 선고받은 코인네스트, 코미드,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례를 말한다. 코미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사기 및 사전자기록위작죄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코인네스트와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례는 각각 항소심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검찰은 앞선 거래소 사례들과 업비트 사례는 본질이 같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사기죄에 있어서는 업비트 사례와 코미드 사례가 거의 동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미드 사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간 사례다. 당시 재판부는 코미드가 차명 계정에 허위로 원화 포인트를 입력한 후 거래해 거래량을 부풀린 것이 사기 및 사전자기록위작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업비트도 가짜 계정 ‘ID 8’과 일반 계정 간 자전거래, 허수 주문을 통해 고객을 유인한 것”이라며 “거래 시 충전 과정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과 거래한 것 자체가 기망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자들의 약관이나 고객들과의 계약 상 신의성실의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했으므로 고객을 기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업비트가 허위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려 수수료 이익을 편취했다고 봤다. 사기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재산 상의 이익’도 봤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업비트의 허위 거래는 회원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수수료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금액은 적지만 (거래량 부풀리기로) 76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보유한 암호화폐 매도한 것…고객 피해 없으니 사기 아니다”

반면 변호인은 고객에 대한 기망행위가 아니기에 사기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선 세 거래소 사례에선 고객이 거래소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했는데, 업비트는 충분한 원화 및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아무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변호인 측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한 것이냐,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한 것이냐가 범죄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세 거래소는 보유하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해서 실제 회원들이 (암호화폐를) 취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건 고객 기망이고 사전자기록위작도 맞다”며 “반면 업비트는 충분한 암호화폐 수량을 확보하고 있었고, 회원들은 자신이 매수한 암호화폐를 취득하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업비트는 사건 기간 동안 외부에서 매입해온 비트코인(BTC) 605개, 비트렉스(당시 업비트 협력사) 수수료로 얻은 3600개, 원화마켓에서 벌어들인 7800개, 그 밖 2000개 등 총 1만 4000BTC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같은 기간 매도한 수량인 1만 1000BTC보다 많다.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했으므로 고객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았다는 근거다.

반면 한국블록체인거래소 등 다른 거래소는 허위 거래를 체결하면서도 체결량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한국블록체인거래소의 경우 보유하지 않은 원화로 회원들로부터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또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도하는 등 일명 ‘돌려막기’를 했다”며 “회원들은 원화도 못 받고 암호화폐도 못 받는 이중 위험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암호화폐 보유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검찰 측은 “(변호인단이) 암호화폐를 보유했다는 것만 강조하는데, 사안의 핵심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팔아서 사기죄를 구성한다는 게 아니”라며 “실제 입금 없이 비트코인 ‘포인트’만을 입력하고 허위로 주문을 제출한 게 사전자기록위작이고, 이 위작으로 거래에 참여한 게 고객 기망행위로서 사기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원화를 입금한 뒤 매매해야 하는 일반 회원과 달리, 업비트는 실제 입금 없이 충전만으로도 거래했기 때문에 고객을 기망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찰은 입금 절차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두나무는 충분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범위 내에서만 거래한 것이므로 굳이 입금 절차를 일일이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입금 절차를 일일이 거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전자기록위작’도 관건…실제 입금 없이 입력된 ‘비트코인 118개’

업비트 운영진은 사기 혐의뿐 아니라 사전자기록위작 혐의도 받는다. 사전자기록위작죄란 권리,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한 죄다.

앞서 언급했듯 검찰은 업비트가 거래 한 건 한 건을 체결할 때마다 실제 자산을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자기록위작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고객은 암호화폐 거래 한 건을 체결하기 위해서도 원화를 일일이 입금해야 한다. 반면 업비트는 입금 없이 계정에 ‘포인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변호인단은 거래소 시범운영 기간 동안 비트코인 118개를 포인트로 입력해놓은 게 전부라며, 이는 ‘한도 수량 설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한도 수량 설정만으로는 사전자기록위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업비트는 전체 비트코인 보유량 중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놨고, 비트코인 포인트를 입력한 것은 과도한 주문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한도 수량을 설정해놓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다른 거래소들은 보유하지 않은 자산으로 거래하기 위해 포인트를 입력했지만, 이미 충분한 자산이 있는 업비트는 과도한 주문에 대한 대비용으로만 포인트를 입력했다는 것이다.

또 변호인단은 “일반적으로 계정에 원화 포인트가 입력되면 계정 소유자는 거래소에 대해 원화 출금 채권을 가지게 된다”며 “업비트(두나무)는 개인 계정이 아닌 두나무 계정만 사용했고, 두나무가 두나무에 대해서 채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작 목적으로 포인트를 입력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목적이 무엇이든, 입금 없이 포인트를 입력한 것 자체가 죄의 구성요건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사기죄 및 사전자기록위작죄의 기준점은 ‘다른 일반 회원들처럼 거래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업비트와 비슷한 혐의를 받는 코인네스트와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업비트의 다음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두 거래소 사건의 진행 상황을 살펴본 뒤 열릴 예정이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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