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인근 오피스 빌딩.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뉴욕타임즈는 10년만에 중심지인 맨허튼의 아파트 평균 임대료가 월 3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맨허튼 뿐만 아니라 브루클린(Brooklyn), 퀸즈 등 뉴욕의 주요 지역들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임대료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최근 뉴욕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도시들의 오피스 임대료와 주택 가격 등 부동산 하락을 전하는 외신들이 부쩍 늘었다.

흥미로운 것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이유다. 

부동산 시장 구조가 우리와는 여러면에서 다르기때문에 평소같으면 미국 부동산 가격의 흐름에 크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팬데믹(코로나19)으로 촉발된 '원격근무'가 미국 주요 상업도시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이는 재택근무를 광범위하게 경험한 우리에게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어서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 기사 홈페이지 캡쳐


신문은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될때까지는 맨허튼 아파트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뉴요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원격근무를 통해 비교적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지역에서 거주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물론 이처럼 뉴욕 교외의 한적한 넓은 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재력을 가진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불평등 이슈로 번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경기침체로 인한 오피스 시장의 하락은 몇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의 하락을 가져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증가, 구매력의 감소,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물론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무한정으로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 완화 정책를 통해 겨우 구매력의 감소를 막았고, 겨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부동산 가격도 몇년에 걸쳐 회복됐다.  . 

하지만 지금은 10년전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로 뉴욕 등 주요 상업도시의 임대료가 떨어졌지만 ‘과연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임대료가 예전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 또 원격근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제기된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과거와 같은 집합(집단)근무 형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란 예측이다. 

◆‘IT 강국’ 한국, 대규모 원격근무 경험… 결국 부동산에 영향 미칠까

국내에서도 경기침체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피스 및 상가, 집합상가 등 모든 상업용 부동산에서 투자수익율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서울 오피스의 임대가격 지수는 전분기 대비 0.06% 하락했다. 서울내 지역별로 보면, 이 기간 광화문이 0.10% 떨어져 평균보다 하락율이 높았고, 여의도 0.02%, 테헤란로 0.01%를 기록했다. 

또 올해 3분기 전국 오피스 평균 공실율은 11.1%로 전분기 대비 큰 차이가 없었으나 서울(8.9%)에 비해 지방의 공실율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의 경우,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 테헤란로는 7.9%. 여의도는 9.7%를 기록해 전국 평균보다는 공실율이 낮았다. 반면 부산지역 오피스의 평균 공실율은 17.4%를 기록했다.

종합적으로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하락은 아직까지는 경기침체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하락으로 평가된다. 폭락 등 패닉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로선 가장 관심사는 역시, 기업들의 원격근무 확산이 가져올 주거용 부동산 시장, 궁극적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변화를 미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한국은 이미 IT인프라의 질적, 양적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다. 안정적인 통신망, 인터넷과 모바일, 전자서명 등 비대면 업무처리시스템 등 원격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 업종별 편차는 있겠으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3월 중순,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할 당시 2개월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당수 재택근무를 경험한 바 있다. 사상 초유의 재택근무 과정에서도 비교적 큰 무리없이 업무가 진행됐다. 특히 코로나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들이 비대면(언텍트) 업무처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됐는데 이 점은 매우 중요하게 바라봐야할 변화다. 
 
◆출근할 필요없는 직장 늘어나… ‘영구 재택근무’ 검토하는 기업들도

서울 강남까지 40분, 여의도까지 50분, 광화문까지 40분... 수도권 신축 아파트 홍보책자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핵심 문구다. 빨간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이 문구를 집어넣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의 주거 형태의 기준이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즉 출근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직장인들 중에는 더 이상 ‘서울 도심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출근이 필요하지 않는 직장 생활, 또 출근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1~2번 출근하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굳이 대출을 최대한도로 영끌해서 비싼 서울에 집을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육아에 신경써야하는 직장 맘들에게 재택근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아이디어도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내년 1월까지 재택근무가 결정된 한 외국계 IT기업은 본사 방침에 따라 코로나 종식 여부과 관계없이 일부 직군에 대해서는 '영구 재택'제도도 검토하고 있다. 굳이 집합근무를 할 필요가 없는 직원들은 사무실에 나올 필요없이 재택근무를 통해 자신의 성과만 평가받을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럴 경우, 개인의 업무를 평가하고 성과를 결정하는 인사관리시스템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보안문제때문에 대표적인 집합근무 업종으로 분류됐던 금융권도 이제는 직종에 따라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기존 ‘금융 망분리 제도’의 완화 조치를 통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전산부문을 제외한 일반 임직원이 외부(재택)에서 내부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의 경우, 내년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을 중심으로 인사 혁신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가 원활하려면 협업시스템과 같은 IT인프라가 잘 갖춰져야한다. 그러나 IT투자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집합근무가 불가피하다. 

이를 고려해, 팬데믹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면서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위한 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올헤 3분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는'K-비대면 솔루션 바우처' 사업이다. 올해와 내년에 총 6400억원의 예산이 투자된다. 1개사당 400만원(자비부담 10%)을 정부가 바우처(쿠폰)으로 지원해 중소기업이 화상회의솔루션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을 통한 업무 혁신과 협업 <사진> 하나은행


이처럼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는 점차 언텍트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다양한 기업군에서 비대면(언텍트) 근무 형태가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던 화상회의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뭐 꼭 만나서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까?’라는 말이 이제는 서로 불편하지 않다.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풍경이다. 

◆직장의 변화, 주거 문화의 변화로 이어질까

재택근무의 확산 속도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 간의 상관관계를 아직 분석한 한국감정원의 보고서나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는 아직 없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니 실용적인 중소형 평수보다 이제는 중대형 평수를 선호한다’는 얘기는 많아졌으나 실제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읽기는 아직은 어렵다. 

설령 재택근무의 확산과 집값의 하락이 맞물리더라도 이를 해석하는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국내에서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학군,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환경, 교통, 생활편의성, 부동 자산에 대한 전통적인 집착 등 수십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중의 생활 형태가 바뀌면 그에 따라 연관 산업에 미치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배달앱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쇼핑중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추정)으로, 이는 전년보다 84.6%나 급성장했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20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불과 2~3년전, 모바일 앱으로 간단히 배달시켜 먹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요식 분야 자영업에 타격을 주었고, 배달앱 플랫폼을 통한 주문 문화와 함께 수수료 지출로 인한 요식업 생태계의 구조에도 극심한 변화를 가져왔다.  

만약 원격근무,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기존 주거 문화, 주택가격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하나의 시대적 변화가 된다. 현재로선 그 방향성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새로운 시험대위에 오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것을 가능케하는 IT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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