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 여론전 치중 경험 부족 노출…업계, “협상 지연 SK이노 불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SK이노베이션은 ‘증거인멸’에 발목을 잡혔다. LG화학이 2건 모두 승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사실상 접어야 한다. LG화학과 협상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LG화학은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이 지난 8월21일(현지시각) 제출한 SK이노베이션 제재 요청서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OUII는 지난 25일(현지시각) 공개한 의견서에서 “요구자의 의견에 동의한다(the Staff supports Respondents’ Motion)”고 결론냈다.

◆美 불공정조사국, SK이노 원고 소송서 LG화학 주장 동의=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ITC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작은 영업비밀침해 소송(337-TA-1159, 1차 소송)이다. LG화학이 작년 4월 제기했다. 작년 9월 양사는 상대방을 각각 특허침해로 고소했다. 이번 OUII 판단은 SK이노베이션이 원고인 특허침해 소송(337-TA-1179, 2차 소송)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994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LG화학이 보유한 선행기술을 훔쳐 특허등록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특허를 소송에 이용한 것을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SK이노베이션의 전략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적 논리보다 도덕적 논쟁을 만드는데 전념한 점을 패착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허소송, 판결보다 협상카드 성격…판결 전 합의 최상=특히 ITC 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이 자료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방식이다. 소송 제기 혐의도 혐의지만 서로에 대한 협조 여부도 심결에 영향을 미친다. 증거인멸 자체가 혐의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탓이다. LG화학은 이점을 활용했다. LG화학은 1차 소송도 증거인멸 논리를 펼쳤다. SK이노베이션은 법정 안보다 법정 밖에서 싸웠다.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또 이런 소송은 합의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송은 협상카드다. 재판은 서로의 패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서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때가 최적의 협상 시점이다. 판결로 패를 1장씩 노출하면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협상 조건은 승기를 잡은 쪽이 정한다. 우세가 확실치 않으면 차이가 적을 때 협상한다.

지난해 4월 LG화학 첫 소송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대응은 ‘국익 훼손’이었다.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한 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배터리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했다. 작년 9월 LG화학 등을 특허침해로 고소하면서도 “국내 기업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국민적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보류해 왔다”며 LG화학의 소송은 ‘아니면 말고식 소송’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전을 펼친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국익 프레임’, ITC 소송 영향 ‘미미’=국내 여론전은 ITC 1차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영업비밀침해는 국내를 비롯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LG화학 역시 작년 9월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고소(337-TA-1181, 3차 소송)했다. 법정 밖이 아니라 법정 안에서 싸우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3차 소송 제기 이후에도 여론전을 펼쳤다. 이번에는 LG화학이 2014년 특허소송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당시 합의문에 사인을 한 LG 권영수 부회장을 겨냥했다. LG화학과 권 부회장이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합의서도 공개했다. 국민적 기대에 부응치 못한 소송 남발이라며 국익 관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법원에 LG화학이 미국 3차 소송을 취하토록 해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LG화학의 감정을 자극했다. LG화학은 협상 의사를 접었다 .

올해 2월 1차 소송 예비판결이 났다.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다.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없다. 최종판결은 10월26일(현지시각)이다.

◆1차 소송 예비판결 ‘SK이노 조기패소’ 불구 협상 평행선=업계는 이 시점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1차 소송에서 LG화학이 쥔 패가 블러핑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는 최적 협상 시점을 놓쳤다. LG화학도 다시 협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결정을 하지 못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앉았지만 차이를 좁히는데 소극적이었다.

결국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K이노베이션이 낸 3차 소송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패를 또 1장 잃었다. 이번 OUII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나머지 패도 물음표가 찍혔다.

한편 양사 갈등을 봉합할 바늘은 SK이노베이션의 손에 있다. 선택지는 2개다. 소송을 계속할지 협상에 응할지다.

◆SK이노, 배수진 vs 협상 ‘갈림길’…LG화학, 美 징벌적 손해배상 ‘만지작’=SK이노베이션의 마지막 반등 카드는 그래도 2차 소송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내부 정보를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OUII는 지난 24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이 요구한 LG화학 디지털 포렌식에 “반대하지 않는다(the Staff does not oppose Complainants’ motion)”는 입장을 공개했다. 문제는 2차 소송에서 질 경우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다. 패가 없어질수록 협상 조건은 나빠진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파트너인만큼 소송은 소송대로 정확한 근거와 함께 정정당당하게 임하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바다”라고 했다.

LG화학은 아쉬울 것이 없다. 협상이 안 돼도 벌충할 수단이 있다. ITC 최종판결에서 승소하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제품을 팔 수 없다.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 소송도 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2차 소송에서 지면 3차 소송이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은 특허소송에서 직면한 중대한 법적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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