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의 직업은 은행 간부이다. 바람난 부인과 내연남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는다. 그가 쇼생크 감옥에서 반전을 마련하게된 계기는 그의 풍부한 금융과 세무 지식이 발휘되면서부터다. 교도관들은 물론 교도소장까지도 그들의 목적을 위해 앤디를 은밀히 보호한다. 

쇼생크 감옥 탈출 이후에 일어나는 반전이 영화의 백미지만, 그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은행에 직접 가지않고도 감옥안에서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장면들이었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겠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은행원(Banker)의 해박한 전문성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영화적 배경을 2020년 9월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무대는 감옥이 아니라 첨단 ICT 장비들이 장착돼 비대면 업무 프로세스가 가능한 일반 가정집이라고 설정해 본다. 이는 더이상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언택트 시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회사 일반 임직원, 재택근무시 업무시스템에 상시 접속 허용”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금융 망분리 제도 개선' 내용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일반 임직원이 재택근무시에도 내부 업무시스템에 상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특정 직군의 경우, 물리적으로 은행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됐다. 

앞서 지난 2월,코로나19때문에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던 것을 올해 10월중으로 전자금융가독규정세칙을 고쳐서 상시 허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재택근무로 인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한 이번 개정안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격 접속을 허용한 만큼 보안위협에 대응하기위한 보안 인프라의 대응이 전제돼야한다.

2020.9월 금융 망분리 개정안 내용. 금융회사 일반 임직원의 재택근무시 업무시스템 상시 접속 허용(자료: 금융감독원)


다만 이번에도 금융회사 일반 직원이 아닌 전산센터에 적용되는 '물리적 망분리' 규정은 기존대로 변함없이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금융감독 당국은 밝혔다. 최근 클라우드의 확산으로, 금융회사의 IT를 위탁운영하는 외부 클라우드업체에게는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하는 현실을 감안해, 자체 전산센터를 운영하는 금융회사들도 논리적 망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금융 당국의 반응은 유보적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재택근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허용한 이번 망분리 제도의 일부 개선으로 일반 은행원은 이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먼저 그동안 '절대 불가능'했던 원격(재택)근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내부적으로 반드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군들을 선별하고, 또 집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업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간 언택트시대의 업무 혁신 경쟁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이와함께 를 IT인프라 측면에서 지원하기위한 투자도 뒤따를 것으로 에상된다.

◆ '은행원이 집에서 일하는 시대', IT인프라 대응 전략은?

이미 은행권의 경우, 지난 3월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했던 콜센터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한 이후, 비조치 의견서를 근거로 재택근무를 한시적으로 적용한 바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당시 은행들은 보안을 고려해, 주로 가상데스크탑(VDI)등을 활용한 간접 연결방식을 통해 재택근무를 수행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후 "VDI를 활용한 방식이 대체적으로 안전하고 만족스러웠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물론 지난 3월에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재택근무라 수행 업무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황에 그대로 대입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면 보다 치밀한 디테일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집에서 출퇴근하는 은행원'을 가정해보자. 그리고 은행은 과연 어느 정도 IT인프라 혁신에 나서야 할까.실제로는 매우 광범위한 혁신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HR(인사관리)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 재택근무의 형태,  업무 수행 프로세스의 재설정, 직원 및 조직별 업무성과평가 등이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효율적인 업무시간 배정및 인력관리를 위해 HR시스템에 대한 개선에 관심을 가졌지만 아직까지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도 새롭게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4년간 국내 금융권은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중심으로 업무의 초자동화(Hyper Automation)전략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나 이제는 원격 비대면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PI) 전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됐다. RPA를 통한 업무 자동화와 비대면 업무 프로세스 혁신은 분명히 결이 다른 얘기다.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한 화상회의, 그룹웨어와 같은 협업시스템의 강화도 필수다. 대면 업무 프로세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됐을때,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협업솔루션을 역할이다. 최근 공식발표된 '카카오워크'가 출시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모바일 기반 협업솔루션에 대한 갈증을 반영한다. 

외주가 많은 콜센터도 이제는 재택근무가 가능해졌기때문에 보안 보안성이 가능한 스마트 컨텍센터 솔루션의 보강이 예상된다. 기존에 일부 금융회사에서 도입된 콜센터 직원의 재택근무의 경우, 콜센터 업무의 부분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보안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었기때문이었고, 앞으로 이를 극복하는 보안 수단이 마련되면 재택근무자의 콜센터 업무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재택근무 상시화에 따른 보안 인프라의 강화는 금융 당국이 매우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의 불가피성때문에 이번 망분리 규정을 완화했지만 그렇다고 금융 보안이 느슨해지거나 위협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리고 금융권의 보안 투자(예산) 비중도 기존보다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IT예산은 전년대비 8.9%가 증가한 총 6조4896억원이었으며, 이중 보안부문 예산은 6395억원으로 이미 전체 IT예산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한 상황이다. 

비대면 언택트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금융 보안 인프라의 물리적 대응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따라서 보안 투자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금융권 전체 IT예산에서 보안의 비중을 확대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편으론 상대적으로 비용효율적인 클라우드 보안의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권의 보안투자 전략이 변호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점증하는 금융 보안 강화 필요성을 감안,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보안을 담당하는 CISO(최고보안담당임원)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것을 금융권에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위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151개 금융기관중 121개 기관만이 CISO를 임원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도 CISO를 다른 직무와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전임 비중은 19.8%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5대 대형 은행중 CISO를 부행장급으로 놓고 전임 CISO를 운용하고 있는 은행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작은 규정과 제도의 변화, 이어 거기에 따른 업무 방식과 프로세스의 변화, 생활 문화의 변화, 궁극적으로 시대의 변화로 이어지는 큰 그림에서 본다면 이번 금융 망분리 제도의 변화는 큰 변화를 가져올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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