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 제도 정비가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는 8월 5일 시행된 개정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후속조치로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가명처리편)’을 공개했다.

가명정보는 개정 데이터3법의 핵심 내용이다. 개인정보를 비식별처리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를 뜻한다.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추가정보의 사용·결합이 필요하다.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데이터 활용의 시작,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새롭게 공개된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은 기존 익명정보를 위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비해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비식별조치에 ‘k-익명성 모델’ 사용을 의무화했던 것과 달리 특정 기술 사용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 다양한 가명처리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와 관련된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20 개인정보 가명·익명 기술 동향 세미나’를 개최해 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가명정보와 관련한 기술동향을 논의했다. 데이터3법 전반에 대한 내용과 가명처리를 통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전망도 공유했다.

가명·익명처리 방법론을 주제로 발표한 김순석 한라대학교 교수는 “가명·익명처리 기술은 무척이나 다양하다”며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라면 어떤 기술이든 가명·익명처리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익명처리에 사용되던 기술을 가명처리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연구개발 및 개선 등 산업적 목적의 연구도 포함한다고 명시됐다. 김순석 교수는 해당 문구를 통해 그간 이어져 온 ‘산업적 목적의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넘어야 할 산 많이 남았다··· 모호성 해소 필요=그럼에도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개정 데이터3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으로 이원화돼 있던 일반 개인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신용정보는 여전히 신용정보법을 통해 다뤄진다. 만약 개인정보와 신용정보를 결합하는 등의 경우 두 법 중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의 지적이다.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우선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지만 향후 있을 데이터결합이나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김정선 SK텔레콤 부장


또 김정선 SK텔레콤 부장은 ▲가명정보 활용범위와 수준 ▲결합과 관련한 수범기관의 혼란 ▲가명정보 안전조치 이슈 ▲가명정보 위험관리에 대한 기준 부재 ▲개인정보유출, 재식별 등에 따른 과도한 법적 책임 ▲이종 데이터 결합 및 내부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경험 부재 등 산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명정보를 산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용정보법과 달리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산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이 시행된 지금도 해당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중이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자 가이드라인에 해당 내용이 추가됐지만 가이드라인의 경우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사항 수준이다.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업·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법제상 형사처벌이 과도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악의적인 목적 외 단순 과실에 의한 규정 위반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기업 전체 매출액 100분의 3에 달하는 과징금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현재 부정한 목적 등 가벌성이 높은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는 드으이 방향이 논의 중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았다. 법이 시행됐음에도 활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현재의 변화를 지지하는 모양새다.

8월 데이터3법 시행과 함께 통합 출범한 개보위는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26일 ‘가명정보의 결합 및 반출 등에 대한 고시’를 의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9월 중 결합전문기관을 지정하고 ‘가명정보의 결합·반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디더라도 변화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속도를 낸다고 무리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은 피해야 한다”며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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