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실패한 단통법

2020.07.14 15:56:36 /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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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단통법으로 잘 알려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의 개선을 위해 지난 10일 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정부 주도로 지난 2월 출범한 이른바 단통법 협의회의 제도개선 논의 결과를 알리는 자리였다. 협의회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도 못했지만, 여기에 참여한 다수 전문가들은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쏟아냈다.

단통법은 소위 ‘호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당시 휴대폰 유통시장은 소비자에 대한 지원금이 천차만별이었고, 이 탓에 일부만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고 다수는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일이 빈번했다. 단통법의 핵심은 단말기 지원금 차별을 규제하는 것으로, 통신사들의 공시지원금 차등을 금지하고 유통망의 추가지원금에는 상한을 뒀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지난 6년간 호갱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더 심해졌다. 지원금 차별을 못하게 되자 휴대폰 판매자들에게 지급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소비자에게 불법지원금으로 제공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 지원금과 달리 장려금은 원칙적으로 통신사와 유통망 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규제하기도 어렵다.

결국 지원금은 장려금의 영역으로 음성화되어 일반 소비자들은 더욱 알 수 없는 영역이 됐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떴다방처럼 매대가 만들어진다거나, 소수의 폐쇄적인 온라인커뮤니티와 카카오톡·밴드 등에서만 정보가 제한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를 자연스레 불법으로 유인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또 다른 규제를 덧칠하는 것이다. 지원금 차별 문제가 장려금으로 옮겨갔다면, 이번에는 장려금에 대한 규제를 추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규제로서 시장경쟁을 끌어내겠다는 것도 모순적인 발상이다. 특히 장려금의 경우 정부가 간섭하고 개입할 근거도 부족해 자칫 위헌 다툼도 벌어질 수 있다.

단통법은 결국 이용자 차별 해소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정부가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깊게 개입하면서 경쟁이 위축됐다. 단통법에 대한 논의는 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후생을 늘릴지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

실제 토론회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이용자 차별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이용자 차별은 사라진 적이 없었으니 이왕 합리적인 차별로 경쟁을 촉진하면 어떨까, 예컨대 항공권처럼 소비자가 구매시기와 구매처별로 가격정보를 정확히 알고 구매할 수 있다면? 물론, 그렇게 되면 단통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미 단통법 폐지 목소리가 있는 모양이다. 단말기 가격과 지원금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통신사·제조사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분리공시제와 완전자급제 등 여러 대안들이 언제든 준비돼 있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단통법은 이미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과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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