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대방을 응원하는 이상한 경쟁

2020.07.10 09:37:07 / 이상일 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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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하아 왜 우리가...’

금융 IT시장에서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던 KDB산업은행 IT아웃소싱 사업에 삼성SD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29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삼성SDS는 SK(주)C&C와 경쟁 끝에 사업을 따냈다. 

회사로선 치열한 경쟁끝에 사업을 따냈으니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수행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는 일일까? 산업은행이 IT아웃소싱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어플인 ‘블라인드’에서 해당 기사들을 인용하며 양사 직원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SDS 직원이 SK(주)C&C에 산업은행 사업을 수주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내는 가 하면,  SK(주)C&C 직원도 마찬가지라며 서로  상대방이 사업을 따냈으면 한다고 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쟁업체 간 벌어진 훈훈한 미담 중 하나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정작 속내는 달랐다. 

삼성SDS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자 기사를 블라인드에 인용하며 달린 댓글에는 양사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과 IT업계 종사자들이 댓글로 삼성SDS를 ‘위로’하는 뉘앙스의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핵심은 쉽지 않은 금융 IT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현업 개발자들에 대한 위로의 글이었다. 삼성SDS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댓글도 달렸다. 가장 눈에 뜨인 것은 댓글 중 말미에 달린 ‘하아 왜 우리가...’라는 푸념이다.

익명 게시판의 특성상 오고가는 댓글이 ‘재미’중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기저에는 금융 IT사업에 대한 개발자들의 고단함이 배여 있다. 

차세대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금융IT 사업은 국내 금융권의 IT성숙도를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따른 상당한 대가도 지불했다. 지금은 주 52시간 근로로 인해 사라지고 있지만 ‘반복되는 철야’, ‘휴일 없는 집중근무’ 등이 금융 IT시장에 늘 회자돼 왔다. 

결국 금융IT가 우리나라 금융 인프라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겐 인기가 없는 분야, 회피하는 분야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 IT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개발자들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수요가 많은 곳으로 옮겨 정작 순수 금융IT, 즉 레거시 업무를 수행하려는 개발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 돈이 있는 만큼 연봉 등 조건을 보고 옮기는 것에 대해 두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금융IT 사업에 개발자들을 구하기 쉽지 않고 그들이 꺼려하게된 문화는 결국 발주처와 수행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개발의 질과 결과물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밖에 없다. 즐거운 개발과 운영이 가능한 금융 IT 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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