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사들이 내년 대규모 2G·3G·LTE 주파수 재할당을 앞둔 가운데 재할당 대가 산정과 관련해 정부와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주파수 재할당에 많게는 10조원에 이르는 금액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이달 중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과 관련한 의견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각각 제출할 계획이다. 과도한 재할당 대가 부담으로 인한 우려와 함께 각사 주파수 전략에 따른 건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필수 재료로, 통신사들은 현행 전파법에 따라 정부의 경매 또는 할당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일정 기간 특정 주파수 대역을 이용할 수 있다. 정해진 이용 기간이 만료되면 사업자들은 다시 주파수 자원을 경매받거나 재할당받아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재할당이 필요한 주파수는 모두 합쳐 320㎒ 폭에 이른다. 5G 대역을 제외하고 3사가 보유한 주파수 폭 가운데 약 80% 수준이다. 오는 2021년 6월과 12월에 각각 이용 기간이 만료된다. 전파법 제16조에 따르면 정부는 주파수 할당 관련 새로운 조건을 부여할 경우 기간 만료 1년 전에 이를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올해 6월까지 주파수 재할당 또는 경매 진행 여부를 사업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직 연구반이 개시되지 않았다”면서 “상반기에 할당 방식을 결정한 뒤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파수 재할당, 핵심 쟁점은?=재할당 대가 산정은 전파법에 근거하고 있으나 상당 부분 과기정통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정부는 주파수가 국가에 귀속되는 자원인 만큼 적정가치를 환수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통신사들은 5G 투자 부담을 고려해 합리적인 산정방식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때 핵심은 과거 주파수 경매낙찰가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이다.

현행 전파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실제 매출액을 기반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매출액을 산정한 금액의 3%를 기본으로 한다. 종전 사례를 고려하면 약 3조5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여기에 경매낙찰가가 반영되면 액수는 급격히 올라간다. 최저 경쟁가를 기준으로 해도 약 8조원, 실제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면 10조원대까지 책정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신규 주파수가 아닌 기존 주파수를 재할당하는 데 과거 경매가를 연동하는 것은 과도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신규 주파수 할당은 5G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주파수 재할당은 기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계속 지원하기 위함으로, 목적과 취지가 다른 만큼 분리해서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 주파수 경매 당시에는 2G·3G·LTE 가입자 감소로 통신사 간 경쟁이 과열돼 경매낙찰가가 상당히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면서 “5G 시대에 돌입한 지금은 기존 3G·LTE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재할당받는 것인데, 당시 경매가를 연동하면 사업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적정가치를 환수한다는 원칙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전파법상 ‘신규 할당’과 ‘재할당’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면서 “둘 다 주파수 이용권이라는 본질은 같으므로 재할당이라고 해서 이용권이 축소된다고 볼 순 없고 따라서 대가 산정도 달리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韓 재할당 대가, 세계 최고 수준=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재할당 대가가 높은 편인 영국보다도 2배 이상 비싸다. 영국 방송통신규제위원회가 산정한 1.8㎓ 재할당 대가는 ㎒당 연간 12억원이나, 한국은 2016년 2.1㎓ 재할당 당시 ㎒당 28억4000억원이 부과됐다.

미국이나 일본은 사실상 무상 재할당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약 10년 동안 주파수 이용권을 부여한 뒤 사업자가 일정 수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면 면허를 갱신해준다. 일본 총무성은 경매를 통한 주파수 할당 대가 없이 전파 사용료만 받고 있으며, 기간 만료 후 심사를 통해 이용권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가를 높이려다 사법부에 제지당한 사례도 있다. 프랑스 통신우정규제청(ARCEP)은 2014년 이동통신 주파수 용도를 자율화하는 대신 재할당 대가를 5배 넘게 인상, 1㎒당 약 41억원을 부과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지 통신사가 제기한 소송으로 최고행정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이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통신3사, 팽팽한 기 싸움 예고=통신사들은 재할당 대가 부담 완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각자 주파수 전략에 따라 치열한 유불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매낙찰가 반영 여부 외에도 기본 산정방식인 예상 매출액 3%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각 사가 지불해야 할 재할당 대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할당 대가 산정 시 실제 매출액 비중을 높이면 현재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이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SK텔레콤은 주파수가 미래에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 자원이므로 현재의 사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차별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2G 주파수 자원에 대해서도 수 싸움이 예고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내년 6월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각각 800㎒ 대역 10㎒ 폭, 1.8㎓ 대역 20㎒ 폭 주파수를 그대로 반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양사 모두 2G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던 이 대역폭을 재할당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반납된 주파수를 경쟁사가 가져갈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과 KT는 가입자가 가장 많은 LTE 서비스에 1.8㎓ 대역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에 800㎒, 2.1㎓, 2.6㎓ 대역을 이용한다. 만약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SK텔레콤이 쓰고 있던 800㎒를 반납하면 LG유플러스가 이를 활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1.8㎓ 대역은 SK텔레콤과 KT가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같은 주파수 대역을 광대역으로 확장하면 서비스 품질이 훨씬 좋아지기 때문에 경쟁사에 어떤 주파수 자원이 넘어갈지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면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와 관련해서는 경쟁사 상황에 따라 우리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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